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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비애,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요코아미초 공원의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1)
 
안병철 기자
요코아미초코엔(横網町公園)는 도쿄 도심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조깅하는 아저씨, 애완견과 산책 나온 아줌마, 멀리서는 운동부로 보이는 남학생 무리가 줄을 지어 몸을 푸는 모습 등 일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평범한 요코아미초공원.

그러나 이 공원에는 다른 공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숙연함이 흐르고 있다. 1923년의 관동대지진과 44, 45년의 도쿄대공습 당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공원 중앙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이레이도(東京慰霊堂)'의 겉모양은 일본의 전통적인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 안은 성당을 연상케 하는 널찍한 구조로 회랑 벽면에는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설명해주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희생자들에게 향을 올릴 수 있는 제단도 마련돼 심심치 않게 참배객들이 향을 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요코아미초 공원에 있는 도쿄이레이도 © JPNews


공원 안에는 도쿄이레이도 이외에도 희생자들을 기리는 탑과 동종 등이 있고 당시의 피해 상황과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2층 규모의 ‘부흥기념관’이라는 건물에 따로 마련돼 있다.

부흥기념관의 안내자는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희생자 수는 10만 명 이상이다. 파괴된 가옥 수만도 40만여 채에 달한 엄청난 지진 피해를 당했다. 3만 8천 명이 당시 육군피복공장으로 피난했는데 지진 후 발생한 화재로 모두 불에 타 죽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 육군피복공장이 바로 이곳 요코아미초 공원에 있었다"고 설명해 준다. 전시실 안도 안내자의 설명을 입증하듯 각종 자료로 당시의 지진 피해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관동대지진은 거의 100여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며 우리의 역사도 아니다. 남의 일이라는 생각에 감흥보다는 무미건조한 지식 습득에 그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관동대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재해와 사망자 수에 감춰진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이 공원 한편에 위치한 작은 추도비에 서려 있기 때문이다.

비문에는 "1923년 9월 발생한 관동대지진의 혼란 속에서 잘못된 책동과 유언비어로 6천여 명에 이르는 조선인이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관동대지진 50주년을 맞아 조선인 희생자를 진심으로 추도한다"고 쓰여 있다.

▲조선인 추도비 © JPNews


이 위령비의 정식명칭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하지만 비문에 나와 있듯 6천여 명의 조선인들의 죽음은 지진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과연 당시 조선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떤 일을 자행했기에 일본인들 스스로 50년이 지난 시점에 이 같은 추도비를 건립했던 것일까?


◆ "조선인이 불을 지르며 폭동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영화감독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관동대지진 직후 마을에 자경단이 조직됐고 자신도 자경단에 들어가 마을 경비를 섰던 일을 회상하고 있다.

"마을 내 각 집에서 한 사람씩 나와 야간 경계를 서도록 했다. 그러나 형과 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며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내가 목검을 들고 나갔더니 겨우 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들 수 있는 하수관 옆에서 보초를 서는 임무를 맡았다. '이곳으로 조선인이 숨어들지도 몰라'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지금도 기억난다.

더 바보 같은 이야기도 있다. 어른들이 마을에 있는 어느 우물물은 마셔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그 우물가 벽돌에 백목으로 쓰인 이상한 기호가 있는데 조선인이 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적혀 있다던 이상한 기호는 내가 쓴 낙서였기 때문이다"

당시 14살의 소년이었던 구로사와 감독은 어른들을 보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느꼈다고 자서전에 쓰고 있다.

요코아미초 공원의 부흥기념관에는 "지진 직후 혼란했던 당시(폭동을 일으키려는) 불온한 세력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시민은 각지에서 자경단을 조직해 자신들의 마을을 보호했다"고 쓰여있다.

당시 조직된 자경단의 숫자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도쿄에서만 천 개 이상에 달하고 있다는 기록도 있으며, '두산백과사전'은 도쿄와 인근 수도권에서 3.689개의 자경단이 조직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자경단이 조직된 계기는 요코하마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유언비어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견해다.

거대 지진으로 통신과 교통의 마비, 라디오와 신문 등 언론 기능의 정지 등으로 사람들의 공황상태는 극도로 치닫게 된다. 또한, 지진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도 문제였지만, 지진 후 발생한 산발적인 화재가 더 큰 문제였다.

당시 일본 남쪽에 형성된 태풍의 영향으로 요코하마를 비롯해 도쿄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도시 전체로 번진다. 관동대지진 당시의 사망자는 약 10여만 명이지만, 이 중 90% 이상이 화재에 의한 사망이라는 일본 정부 기록도 남아있다.


▲부흥기념관에 전시된 당시 화재 모습 © JPNews


특히 바닷가에 면해 있던 요코하마는 화재 피해가 컸다. '요코하마 관동대지진'의 저자 이마이 세이이치(今井清一)는 책을 통해 "조선인이 혼란을 틈타 곳곳에 방화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지진 발생 날 오후 3시부터 떠돌기 시작해 다음날에는 도쿄까지 급속히 퍼져 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소문은 사람들을 입을 거치면서 재생산되는 특징이 있다. '방화범은 조선인'으로 시작한 유언비어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있다', '조선인들이 무리를 지어 강간과 폭력을 일삼고 폭동을 획책하고 있다', '조선인들은 폭탄을 소지했으며 석유를 들고 방화를 하고 다닌다'로 부풀어 갔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지는 가운데 지진 다음 날일 9월 2일부터는 일부 신문사들이 기능을 되찾고 보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신문들은 유언비어를 사실인 양 둔갑시키는 역할만을 했을 뿐이다.

오사카 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의 9월 3일 자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혼란을 틈타 획책을 벌이려는 후테이센징(不逞鮮人, 불온한 조선인)에 대한 엄중 경계", "후테이센징의 일파가 도처에서 봉기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는 일본 내무성 소속 경보국의 전보 내용을 호외로 발신했다.

도쿄 아사히신문은 3일 자 신문에서 "조선인의 폭도가 요코하마, 가나가와를 거쳐 하치오지(도쿄 인근의 대도시)를 향해 가고 있으며 방화를 일삼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기자의 목격담을 싣고 있었다.

▲당시 경시청 공문. 유언비어를 발설하면 엄중 처벌하겠 다는 내용 ©JPNews


지진 후 공화 상태에 빠진 일본인들. 사회의 거의 모든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들려오는 것은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와 이를 확인해주는 신문 기사뿐이었다.

자경단은 대재앙 직후 일본인들의 공황심리와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조바심이 더해져 시작됐지만,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자경단이 한 일은 조선인의 색출과 무자비한 보복이었다.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조선인 학살에 일본 제국 정부의 조직적이며 의도적인 관여가 의심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많은 자료와 증언들의 존재에도 일본정부는 지금까지도 학살 사실과 관련해 은폐와 축소로 일관해오고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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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6/09 [04:53]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가슴 아픈 역사입니다.ㅠㅠ 연아별 12/06/11 [17:28]
실제론 더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글구 일본인들의 종특인듯...뭣이든 남 탓하는것은~ 자신들의 비리는 속담에 있듯 더러우면 덮는다고...우선은 덮어서 깨끗한듯 보이지만 그 밑에 토양은 썩거들어가 옆으로 번집니다. 언젠가 왜인들은 오염된 토양에서 살겠죠? 수정 삭제
누가 그들을 원자핵 속으로 쫓아냈는가? 그 중에 제일은 12/06/11 [21:04]
그렇다. 일본은 잘못 많이 했다. 어린 나이에도 관동대지진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쭈뼛 섰던 걸 생생히 기억하니까.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치밀어오르는 분노가 하늘로 치솟거늘. 그리고 훗날 보도연맹의 사건을 접한 뒤 무엇을 증오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김일성이 남한을 해방시켜 준다고? 이승만이 국토를 수복해 준다고? 모두 다 개뼉다귀 같은 소리. 조지 w.부시가 열화우라늄탄을 뿌려대며 이라크를 해방시켜준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잡소리다. 그래서 나, 잘못된 세상에 분노한다. 하지만 분노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주는 지표의 역할은 할지언정 문제의 해결수단은 되지 못 한다. 분노가 그곳에 가 닿는 동안 이전의 세상은 왜곡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움을 미움으로 맞받아치는 우리의 문제해결 방식이 가장 큰 문제이며, 진정 분노해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나쁘다. 일본은 멍청하다. 그들은 답을 미루기 위하여 원자마저 가르고 들어가 숨어버렸다. 그래서 얻은 게 무엇인가? 나는 조금도 기뻐할 수가 없다. 왜곡되어버린 오늘의 모습이 새로운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누가 그들을 원자핵 속으로 쫓아버렸는가? 누가 우리를 원자핵 속으로 내쫓고 있는가? 더 이상 미룰 데가 없는 곳에서 우리는 답을 발견하게 될 터이지만, 그 때는 손끝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수정 삭제
누구라니? 잘 생각해 12/06/12 [12:09]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거짓명분으로 침략적 근대화, 해외식민쟁탈에 뛰어들어 만주,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호주, 서태평양을 침략, 약털, 학살을 일삼은 일본 자신의 잘못이 오늘의 일본을 소아병적 존재롤 만든것이다.

눅한테 잘못을 묻는가? 미국탓이라고 하고싶은가?
일본인은 역사적 과오를 제3제국 독일의 과오를 독일인이 인식하듯 제대로 인정, 인식하고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영원히 범죄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정신적 외상도 똑같이 길이 간직할 것이고. 수정 삭제
일본인들 본인들의 문제일 뿐 일본인자체문제 12/06/12 [13:41]
일본인들이 흔하게 늘어놓는 변명이 2차대전은 정부에서 한 일이고 힘 없는 국민들로서는 그저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 소위 전쟁책임을 인정하는 '양심적인' 일본사람들조차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 관동대지진 당시 "힘 없는 일본의 일반 백성들"이 한 짓을 조금만 살펴보면 모두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그들 평범한 일본인들이, 정부 관리도, 군인도, 경찰도 아닌 일반인들이 앞장서서 한국인들을 무차별 학살했다. 이것도 정부가, 군부가 시켜서 한 것인가? 일본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폭력, 살인본능일 뿐이지...... 수정 삭제
이 사건은 작년 3.11 대지진때도 발생했죠. 지나가다 12/06/12 [14:45]
일본내 한국인이 약탈을 일삼을꺼라고... 저 왜구 족속들은 ... 절대 그냥 가만 나둬선 안될 존재임. 천성이 속물이라서 자신들의 잘못을 외부로 돌리고 핑계를 대는게 일상화 돼 있음. 아마도 사무라이 활개치던 시절 자기 목숨 건지기 위해 온갖 변명 핑계거리를 대던게 습관이 된 것. 수정 삭제
관동 학살" 일본 속 공산당 씨를 말리겠다 는 일본 정부 의 목적에 조선인 엘도라도 뒤통수 14/07/05 [18:39]
당시 일본" 은 소련 공산당 과 치열하게 전쟁중이었고, 조선은 식민지 독립운동 연결 로 소련 공산당 에게 협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은 홍위병 을 만들고 공산당 투성이 속에서, 북으로 올라갈수록 조선 독립군 들 무리속에 소련 공산당 이 깊이 침투해있었기 때문이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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