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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폭주(爆走)하는가
타카하시 츠토무의 '폭음 열도(爆音列島)'
 
김봉석 (문화평론가)

요즘 한국에서도 폭주족이 문제라고 한다.

주말 저녁에 30, 40대의 오토바이가 모이는 것은 잦은 일이고, 특별한 날은 수 백 대가 넘기도 한단다. 경찰이 미리 도로를 막고 잡으려고 해도, 폭주족들은 선발대와 후발대 등 나름대로 체계가 갖추어져 있어 미리 눈치를 채고 도망친다고 한다.

그들이 잡힌다 해도, 폭주족을 쉽게 그만두지 않는다. 폭주족들에게는 도로교통법은 기본이고 절도나 폭력 등의 전과를 가진 아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들은 왜 폭주족을 하는 것일까?

얼마 전 '한겨레'의 폭주족 소녀들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아이들은 폭주족이 생기는 이유가 주로 '가정 문제'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정 문제가 제일 커요. 대부분 폭주 뛰는 애들 가정불화나 부모가 이혼한 애들이 많아요. 남자애들 술 마시면 엄마, 아빠한테 맞은 이야기 많이 해요." (<한겨레> 8월 6일자 여고생 폭주족들의 할 말 못 할 말 '불만폭주' 중에서)

물론 가정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모두 폭주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정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모순에 그 근원이 있다. 일본에서 흔히 양키라고 부르는 폭주족이 득세했던 시절은 70년대와 80년대였다. 지금도 폭주족은 있지만, 그 시절의 엄청난 세력보다는 수그러들었다.

▲ 폭음열도    
그런 폭주족의 황금시대를 제대로 그린 만화가 있다. 엄청나게 우울하고 폭력적인 범죄물 <지뢰진>으로 유명한 만화가 다카하시 츠토무의 <폭음열도>다. 어린 시절의 자신 역시 그들의 하나였다고 고백하는 다카하시 츠토무는 폭주족의 세계에 들어간 중학생 카세 다카시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들려준다.


카세 다카시는 강하고 멋진 남자를 열망한다. 당대의 영웅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처럼, 절대 물러서지 않고 강한 힘으로 적을 물리치는 남자. 그러나 다카시의 아버지는, 직장에서 따돌림 받고 아내에게 외면 받는 초라하고 불쌍한 남자일 뿐이다. 폭주를 뛰다가 새벽에 들어간 다카시는 아파트 복도에서 술에 취해 잠든 아버지를 본다.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라는 마음이 끓어오른다.

그래서 다카시는 폭주족의 세계에서 '거대한 적'과 맞서 싸운다는 망상을 갖게 된다. 제로스의 리더인 신야는 "폭주족이 되면 적은 국가권력이니까 내가 보기에 늬들은 평화 그 자체다"라고 아직 폭주족이 아닌 중학생들에게 말한다. 자신들은 경찰, 즉 국가권력과 싸운다고 말하는 폭주족들. 헛소리이고 일종의 과장이지만 그들은 진지하다. 그들은 기성의 세계와는 다른, 그들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 그것이 아마도 아이들이 폭주의 세계로 빠져드는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어른들의 세계는 초라하고 지루하다. 게다가 야비하고 위선적이다. 그런 주제에 아이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해라, 정직해라, 라고 떠들어댄다. 그런 어른들을 믿을 수 없고, 그런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다.
다카시는 단언한다.

 "세상 사람들이 냉담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쯤은 알아. 하지만 세상이 최고로 즐거우면 우리도 폭주족 같은 건 안 해."

라이트 노블 작가로 출발하여 나오키상까지 받은 사쿠라바 카즈키의 대표작 <아카쿠치바 전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그 또래 아이들은 재미없는 실제 사회를 보지 못하는 대신, 자신들만의 허구의 세상을 만들어 실제 세상 위에 덧칠했다. 불량문화는 젊은이들 공동의 환상이었다. 거기엔 막연한 천하통일과 싸움의 지존이란 사상만 있었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그 중심 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더욱 불타올랐다. 아무 것도 없으니까 더욱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어른들에게 그들의 생각은 수수께끼와도 같은 것이었다.'

일본의  현대사를 몽환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아카쿠치바 전설>에서는, 사쿠라바 카즈키는 폭주족의 세계를 그렇게 설명한다. '아무 것도 없으니까 더욱 열광할 수 있었'다라고.

한국의 80년대는 '독재'라는 선명한 적에 대항하는 이념이 젊은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 어른들의 세계와 사상은 아이들을 붙잡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속도에 열광하고, 경찰을 조롱하는 이유는, 어른들의 세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투항하기 싫다고 심정적으로 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비루하고 위선적인 세계를 직감한 아이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이야말로 어른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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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11 [12:2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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