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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야스쿠니 촛불행동 "합사 반대!"
동아시아 4개국이 모인 제4회 촛불행동 도쿄에서 열려... 우익과 충돌도
 
박철현 기자
"부당한 합사를 반대한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이하는 "평화의 등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 촛불행동"(이하 '촛불행동') 행사가 7일과 8일, 양일간에 걸쳐 도쿄일대에서 개최되었다.
 
7일 국제심포지엄에 이어, 8일에는 도쿄 우에노 공원내의 야외음악당에서 약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09 동아시아에서 야스쿠니를 본다 - 콘서트 및 증언"이 열렸다.
 
촛불행동은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총리대신의 야스쿠니 신사의 참배를 계기로 결성된 단체로,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의 시민단체, 유족협회등이 참가해 매년 8월 도쿄일대에서 행사를 벌이고 있다.
 
▲ 8월 8일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열린 "평화의 등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 촛불행동" 콘서트 ©jpnews
 
1시 30분 우에노 공원에 도착한 jpnews 기자들을 반긴 이는 약 300여명의 일본경찰과 기동대 차량이었다. 회장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시청 공안부 소속의 경찰관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물어온다. 취재차 왔다고 말하니, 명함을 보여달라고 한다. 명함을 보여주면서 "왜 이리 삼엄하냐"고 물었다.
 
"작년에 충돌이 있어서 그럽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작년(08년) 집회를 마친 '촛불행동'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가졌을때, 일본우익단체들이 "조선인, 지나인(중국인)은 자기 나라로 꺼져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에 계란, 페트병을 던지면서 뒤엉킨 적이 있었다. 다른 공안부 관계자는 "올해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끔 다른 시위때보다 2배 이상의 병력이 충원된 것"이라 말했다.
 
8일 행사는 14시부터 18시 30분까지 야외음악당에서 콘서트 및 증언, 그리고 19시부터 촛불시위 가두행진으로 잡혀져 있었다. 장장 4시간 30분의 콘서트다. 처음엔 차질없이 진행될지 의문도 들었지만, 등장인물 면면은 꽤 화려하다.
 
반전평화 가수 이쿠다 만지, 오키나와의 서정을 전하는 '고토부키', 전국민의 애창곡 '바위섬'의 김원중, 이제는 촛불문화제의 단골가수가 되어버린 손병휘,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에도 이름이 알려진 권해효를 비롯해 대만원주민족 타이알족의 집단가무와 최근 반(反)빈곤 비정규직 집회에 단골손님으로 출연하는 '겟토노하나 가무단'이 등장한다.
 
또한 한국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66) 대표를 비롯해 일본측 유족, 대만 타이알족 징용자 유족대표등 태평양전쟁 전사자들의 유족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취소를 요구하는 '증언'(유족들의 입장발표)을 가진다. 무대뿐만 아니다.
 
▲  대만 원주민 타이알족 유족들 50여명도 자리에 참석했다.    ©jpnews

▲ 공연장 주변에는 약 300여명의 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망을 펼쳤다  ©jpnews
 
야외음악당 입구의 빈터에는, 한국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한중일 3국의 공영을 기리는 의미에서 '아시아 평화와 연대'라는 제목의 대형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전통옷을 입은 3국의 청소년들이 약 20여명정도가 그림속에 등장해 한중일의 언어로 '친구야 안녕!','만나고 싶었어', '평화', '전쟁반대'등을 외치는 그림이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고 있던 민족문제연구소 경기부천지부의 윤국재 지부장은 기자에게 "야스쿠니 신사의 문제는 결국 아시아 전체의 문제이고 특히 한중일 3국이 같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라면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그 문제해결은 물론 전쟁없는 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기리자는 의미에서 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66) 대표 © jpnews
오후 2시, 콘서트가 시작되자 아버지가 중국에서 전사, 이후 1959년에 일본식 이름으로 야스쿠니에 합사된, 영화 '안녕 사요나라'의 주인공인 이희자 대표가 무대위에 올랐다. 그녀는 지난 22년동안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취소를 요구하며 줄곧 싸워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22년간 싸워왔다고 하면 무슨 대단한 활동가같은데, 사실 내 요구는 유족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하면서도 간단한 요구"라고 운을 뗐다.
 
"아버지의 기록을 찾으면서 아버지가 59년에 야스쿠니 신사에, 그것도 일본이름으로 합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민지였다면 몰라도 59년이면 독립된 나라인데 유족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멋대로 아버지를 합사시킨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내 요구는 정말 간단한 것이다. 아버지의 '일본식 이름'을 야스쿠니 신사의 합사명부에서 빼달라는 것이다"
 
콘서트는 김원중, 손병휘, 권해효가 무대에 오르면서 클라이맥스를 맞이했다. 특히 권해효는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임진강',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열창해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권해효는 팬들의 환호에 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보통 진보한다는 말을 하는데, 저는 요즘 과연 그런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야스쿠니는 물론이지만,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런 생각이 드는 군요. 하지만 여기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과 함께 한발씩이라도 조금씩 나아간다면 좀더 좋은 사회가 오지 않을까합니다."
 
대만 타이알족의 집단무용과 몇년째 야스쿠니 신사 합사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여름이면 일본을 찾고 있는 가오찐 수메이 대만국회의원의 호소를 끝으로 4시간 반에 이르는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 집회가 끝나고 열린 거리행진 ©jpnews

▲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  ©jpnews

몇년째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국의 대학동아리 연합체 "대학희망"의 김선경(24, 경희대 철학과)씨는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있는 영취관에서 본 역사왜곡 자료들을 보고 야스쿠니 신사의 합사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본질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후 그 이유에 대해 "관념과 현실이 같이 가야 하는데, 지금은 한국에서도 이른바 뉴라이트 교과서가 나올 정도다. 현정권하에서 야스쿠니 합사나 역사교과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우니 결국 이런 역사왜곡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권이 창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자유인권협회의 다나카 히로시 대표도 보였다. 다나카 대표는 재일외국인의 참정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십년간 노력해 온 대표적인 인권활동가로 그의 저서 <재일외국인 신판>(이와나미서점)은 일본내의 재일외국인 입문서로 꼽히고 있다.
 
다나카 대표에게 "야스쿠니 신사가 왜 문제인지 간단하게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결국 일본과 세계의 인식의 차이를 상징하는 장소다. 풀어서 말하자면 일본이 바라보는 태평양전쟁과 지금 이자리에 모인 동아시아 제외국이 바라보는 태평양전쟁은 전혀 다른 의미인데, 야스쿠니 신사는 이 다름의 의미를 종교적 신념으로 묵살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정말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18시 40분쯤 되었을까? '촛불행동'이 참가자들에게 종이컵 촛불을 나누어주는 등 거리행진을 준비하고 있을때, 문제가 발생했다. 경시청이 우려한 대로 일본의, 이른바 가두선전 우익단체들이 우에노 공원 주위와 마쓰자카야 백화점 교차로에서 '촛불행동'의 가두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경시청 공안부의 사복형사들은 무전기를 통해 "그쪽(?)은 끊임없이 주시하고, 교차로 쪽 인원 투입해"등을 지시하면서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경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카치마치 사거리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일장기, 티벳, 신장위구르 자치족의 깃발을 든 일본 우익단체들이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긴 신성한 일본땅이다. 지나인들은 꺼져버려!"라는 구호를 외치며 깃대를 대열쪽에 겨누는 등 협박행위를 한 것이다. 이 와중에 프레스 카드를 단 jpnews 이승열 사진기자의 완장이 찢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관심을 보이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니네가 뭔데 여기서 이러는 거야?"라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익들의 치열한 방해공작과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를 진행하는 촛불행동, 그리고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는 시민들은 마치 지금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 촛불행동의 거리행진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일본의 우익단체들     ©jpnews

▲  가두선전 차량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들은 확성기를 통해 집회를 방해했다. ©jpnews

▲ 가두선전 차량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는 우익단체 회원 ©jpnews

7시간에 걸쳐 진행된, 뜨거웠던 집회다. 참가자들은 정리집회에서 성공적으로 집회를 진행했다고 자축했지만, 야스쿠니 신사의 합사문제는 해결은커녕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민주당은 '마니페스토(정권공약)'에 "야스쿠니 신사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개인의지로 참배할 수 있는 국가추모시설을 만든다"라고 넣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a급 전범 문제는 해결된다 하더라도 8일 집회에서 '증언'한 유족들의 아버지, 친척들의 합사문제는 국가권력을 떠나 야스쿠니 신사측으로 100% 이양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의 공식답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2007년 가오찐 수메이 대만의원의 요구에 야스쿠니 신사는 다음과 같은 공식답변을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신네들의 조상은 이미 야스쿠니 신사의 신들과 하나의 불덩어리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영원히 떼어 놓을 수 없다"
 
야스쿠니의 어둠은 여전히 걷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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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10 [14:54]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기다렸습니다 야스쿠니 09/08/10 [15:59]
그날 잠시 참가 했거든요.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이곳에 오면 알수있을거라 생각하고 몇번을 들락거렸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근데,이희자님은 진짜75세이신거예요? 너무 젊어보이세요. 수정 삭제
글쓴이입니다. 수정했습니다. 박철현 기자 09/08/10 [16:2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희자 대표님은 66세십니다. 일본측 유족대표로 나오신 구마다 이쿠코씨가 75세로 잠시 착각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정 삭제
새로운 국가추모시설이라는 건 결코 좋은 얘기가 아니군요... 이은아 09/12/14 [23:41]
그리고 야스쿠니 합사 및 참배 문제는 입장을 밝히는 것 까지는 무척 쉽지만, 싸우지 않고 대화하기란 참 어려운 문제구나 하는 걸 새삼 느낍니다. 결국은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텐데 말이죠...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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