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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함께라면 가난도 불행하지도 않아"
[일드] 11명이나 있어! 쿠도 칸쿠로가 일본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안민정 기자
순박한 사진가에게 반해 덜컥 임신하여 결혼을 결심하고 집에 찾아간 순간, 7명의 아이들이 "새 엄마"를 외치며 달려든다.
 
뱃 속의 아이까지 자녀만 8명, 부부까지 합쳐 10명 대가족. 그리고 그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벽장 안에 살면서 가족을 지켜주고 있는 돌아가신 엄마까지,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에 총 11명이 오손도손 살고 있다.
 
지난 10월에 시작한 일본 가을드라마 '11명이나 있어!(TV 아사히, 금요일 밤 11시 15분)'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대가족, 그것도 너무너무 가난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얼핏 너무 슬프고 어두울 것 같은 이미지이지만, 그게 참 너무 황당하고 유머스러워 탈이다. 

▲  쿠도 칸쿠로   ©일본탤런트명부
그도 그럴 것이 극본을 쿠도 칸쿠로가 맡았기 때문이다. 쿠도 칸쿠로는 일본드라마 매니아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천재작가. 그런가하면 감각있는 영화감독이기도 하고, 최근작 영화 '게게게의 여보' 등에서는 스스로 몸을 던져 역할을 해내는 배우이기도 하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키사라즈 캐츠아이' 등 감각적인 쿠도 칸쿠로만의 색깔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11명도 있어!'는 그 맛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한 대가족이지만 '우리는 절대 가난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다'고 외치는 가족들을 보며, 드라마 '11명도 있어'는 쿠도 칸쿠로가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인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녀가 8명이나 있는데도 일이 거의 없는 아버지, 잘 나가는 카페를 운영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이 집에 들어온 새엄마. 무능한 아버지를 보면서 가족부양의 의무를 느끼고 새벽부터 밤까지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첫째 아들, 그리고 각각의 특색이 있는 동생들과 마지막으로 엄마가 다른 막내까지, 이 집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살아가는 10명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상한 점은 어느 날부턴가, 배다른 막내에게만 돌아가신 엄마가 보인다는 것이다. 아직 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막내만이 유일하게 유령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나눈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유령이 되어서도 가족을 살피는 엄마를 보고 막내는 그녀를 또 한 명의 가족으로 인식한다.
 
◆ 출산 후 복귀한 히로스에 료코, 밋밋한 컴백이라고?

벽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엄마 역할에는 재혼, 출산 후 첫 드라마에 복귀한 히로스에 료코가 맡았다. 
 
▲ 히로스에 복귀작, 11명이나 있어!     © TV 아사히


항간에서는 일본 최고 여배우 중 한 명인 히로스에가 너무 밋밋한 컴백을 한다며, 재혼과 출산으로 인해 인기가 떨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의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 히로스에가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느끼게 된다. 
 
죽어서도 가족 곁을 지키는 엄마 영혼, 그것은 인기최절정의 시기에 속도위반 임신으로 첫번째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고, 이혼.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굿'바이'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하자마자 또 한번의 속도위반 결혼과 재혼을 한 엄마 히로스에 료코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청순아이돌 스타에서 서른을 넘긴 성숙한 여배우로, 두 번의 결혼과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히로스에 료코에게 엄마 영혼은 잘 맞는 옷과 같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장면은, 진짜 히로스에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다.
 
히로스에 료코와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는 배다른 막내 역할은 '어린이 점장'으로 지금 아역스타 붐을 견인한 인기아역 카토 세이지로가 맡았다. 틈만 나면 히로스에 료코 가슴을 만지고 싶어하는 막내의 표정연기는 일품이다.
 
◆ 드라마 구석구석 유머와 지식이 가득!

드라마의 또 하나 볼거리는 '심야식당' 못지 않은 일본 가정식 레서피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새 엄마(미츠우라 야스코)는 과거 유명 카페 오너였지만 결혼 후, 아파트 1층에 있는 파리날리는 허름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은 거의 없지만, 카페에서는 가난한 대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사를 뚝딱 만들어 낸다.
 
▲ 11명이나 있어!에 등장하는 절약레서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 TV 아사히
 
먹다 남은 소량의 카레에 콘소메 스프, 우유, 으깬 감자를 넣어 넉넉한 분량으로 불리고, 케찹, 우스터 소스, 초콜릿으로 풍미를 더해 오리지널 카레를 뚝딱 만들어내는 레서피, 가난한 가족이 최고의 만찬으로 즐길 수 있는 샤부샤부는 고기가 아닌 베이컨으로 만들어내는 레서피 등 실생활에도 응용가능한 절약레서피가 매주 등장한다.
 
그 밖에도 일본 인기 다큐멘터리 대가족 '빅 대디'를 패러디한 '다이나믹 파파' 등 쿠도 칸쿠로 식 유머코드는 드라마 보는 내내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11이나 있어'는 밤 11시에 시작하는 핸디캡에, 눈에 띄는 드라마 홍보도, 광고도 일절 없었지만, 첫 회 시청률 11.4%로 시작했다. 2회부터 다소 시청률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꾸준히 매니아를 만들어가고 있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분기 큰 수확으로 손 꼽히고 있다.
 
◆ 올해 일본 드라마 히트 키워드는 '가족과 아역스타'

올해 일본인에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는 유난히 가족 이야기가 많았다.
 
아역스타를 주인공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마루모의 규칙', 지난 연말 방영되어 화제가 된 후 올해 재방송에 재방송을 거듭하고, 특집드라마가 만들어진 '프리터 집을 사다', NHK 아침드라마 '해님', 그리고 이번 분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가정부 미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본 내 가족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드라마 자체의 재미도 재미지만, 대지진을 겪고 난 후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은 일본인이기 때문에 더욱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돈도 없고, 일도 없고, 먹을 것도 풍족하지 않지만, "우리 가족은 절대 가난하지 않다". 드라마 '11명도 있어!'는 천재작가 쿠도 칸쿠로가 대지진을 겪고 마음이 허전해진 일본인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일 지도 모른다. 
  
▲ 11명이나 있어!     © TV 아사히



 

ⓒ 일본이 보인다! 일본전문뉴스 JP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입력: 2011/11/11 [11:01]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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