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서 심의검정을 통과한 지유샤(自由社)판 우익교과서 '중학 역사교과서'가 8월 4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에서 채택되었다.
지유샤판 역사교과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 회장 후지오카 노부카쓰)'의 주류세력이 후소샤와 결별한 후 만든 역사교과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임나일본부설, '이씨조선' 표기,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식민지화 등 기존 새역모의 주장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 이번에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에서 채택된 지유샤판 역사교과서 © 지유샤 제공 | |
2005년의 후소샤판이라면 몰라도 2009년 지유샤판 역사교과서가 각급 교육위원회에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것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면 지유샤판 교과서는 2005년 이후 후소샤와 결별한 새역모 주류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출판한 것이지 채택될 것이라는 기대 자체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후지오카 회장이 이끄는 새역모 주류는 2005년 후소샤와 결별하고 지유샤로 말을 갈아타면서 조직적 역량이 상당히 축소되었다. 새역모가 분리된 이유는 후소샤의 모기업 후지산케이 그룹이 전폭적인 후원을 했던 이른바 '후소샤판 역사 및 공민 교과서'의 채택률이 0.39%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새역모 중진이었던 야기 히데쓰구 교육재생기구 이사장 및 <후지tv>의 히에다 히사시 회장은 이 결과에 엄청난 실망과 함께 "교과서 내용이 너무 과격해서 그렇다"며 새역모와 결별을 시도했다.
문제는 결별이후 새역모가 후소샤판 교과서를 다른 출판사에서 내려고 했을 때 불거졌다. 야기 및 후소샤는 복수 저작권 권리를 들고 나왔다. 새역모 교과서 내용은 여러 사람이 집필한 것이기 때문에 전원허가를 받지 않는 한 출판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지금도 새역모는 복수 저작권 문제로 후소샤 쪽의 '교과서 개선을 위한 모임(이하 '교개모', 회장 야기 히데쓰구)과 법정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 2007년 6월 21일 새역모는 후소샤와 절연을 선언했다. © 박철현 / jpnews | |
또하나는 출판사 문제다. 후소샤와 새역모의 분열을 지켜본 여타 출판사는 채산이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새역모 주류가 만든 역사교과서의 출판을 꺼려 했다. 그러자 새역모는 <제국 데이터뱅크>의 출판업 업종에 등록되어 있는 2691개사 중 2445위 밖에 안되는 소규모 출판사 지유샤와 출판계약을 맺었다.
지유샤는 1993년까지 주일한국대사관의 기관지였던 <한국문화>를 출판한 전력이 있으며, 지유샤의 사장은 "태평양전쟁의 책임은 천황에게 있다"고 주장했던 사회주의자 이시하라 호기(87)였던 관계로 지유샤판 교과서에 대한 의심은 지금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지난 3월 28일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신학습지도요령'(이하 '지도요령')에 따라 중학교의 경우 2012년부터 새로운 학습요령에 따라 교과서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각급 교육위원회 및 개별 중학교 입장에서 본다면 2010년에 지유샤판 역사교과서를 채택한다 하더라도 2011년까지, 2년간만 사용하고 2012년 이후엔 새로운 교과서를 다시 채택해야 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2년자리 시한부 교과서를 위해 교육방침까지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지유샤의 교과서는 채택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이쪽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그런데 8월 4일 갑자기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가 뜬금없이 시내 18개구 교육위원회중 8개구에서 지유샤판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이하 '역사연대')의 김민철 공동운영위원장은 4일 오전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에 항의방문을 한 후 오후 jpnews 오피스를 찾아와 그 배후에 감추어진 사실을 털어 놓았다.
김 위원장에 의하면 이번 교과서 채택 심의 및 결정에 대표집필자인 새역모의 후지오카 회장과 요코마하시 교육위원회의 이마다 타다히코 교육위원장이 친구사이로 이번 채택을 둘러싸고 후지오카씨가 개인적으로 이마다 위원장을 만나 설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3일 인터넷을 통해 내부정보가 들어왔다는 문서가 나돌았는데, 문제는 그 문서의 내용과 오늘(4일) 나온 요코하마 교육위원회의 발표가 거의 일치했다는 점이다"면서 문서를 보여주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부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이것에 의하면 요코마하시 교육위원회는 4일(화) 열리는 교육위원회에서 지유샤판 교과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의 회장이며 지유샤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후지오카 노부카쓰씨가 이마다 타다히코 교육위원장을 직접 만나 채택해 줄 것을 부탁했고, 이마다 위원장은 알겠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한편, 이번에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쓰루미, 니시, 나카, 미나토미나미, 호사가야, 이소코, 가나자와, 미나토키타, 미도리, 도쓰카, 사카에, 세야 등 총 12개 지역입니다.(하략)"
▲ 역사연대와 일본의 시민단체가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교과서 채택조건의 심의・결정의 연기 신청' © 박철현 / jpnews | |
김 위원장은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교과서 채택은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교과서 채택기준을 현저하게 어긴 셈"이라며 '교과서 채택조건의 심의・결정의 연기 신청'을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또 기자회견을 가지고 항의성명도 발표했다.
성명은 "지유샤판 교과서는 고대사 내용의 혼동과 일본의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을 정당화 및 미화시키는 등, 국제상식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잘못된 기술이 적어도 8군데에서 발견되며 후소샤와의 저작권법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금지법 제2조 9항을 둘러싼 논쟁중이다, 공정성에 있어서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서로 채택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로써 지난 7월 9일과 12일, 2005년판 후소샤판 교과서를 채택한 도쿄 스기나미구와 오타와라시, 도치기현에 이어 4번째로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가 새역모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게 되었다. 8월에는 에히메현이 다시 후소샤판 교과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가는 새역모류의 역사・공민교과서의 채택율은 2013년 후소샤 계열출판사인 이쿠호샤의 교개모 교과서가 출판되면 피크를 맞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