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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그 동네, 골든가를 아시나요?
드라마 심야식당 배경이 된 신주쿠 골든가에서 만난 사람들(1)
 
신소라 인턴기자
 
◆ '심야식당’의 탄생지, 골든가에는 심야식당이 없다?
 
 
"드라마에 나오는 심야식당 따윈 없어! 그런 곳이 있으면 나한테 좀 알려줘"


1년 전, 골든가의 한 가게에서 만난 점원이 기자가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을 찾아 다닌다는 말을 하자, 마시던 맥주를 뿜으며 한 말이다. 
 
기자는 '심야식당'의 열혈팬이다. '심야식당' 보고 난 후면 매 회 나오는 그 음식을 다 해먹어봤을 정도였다.  또 아직 원작 만화 '심야식당'의 한글판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원본까지 공수해서 읽었다.
 
'심야식당'에 그렇게 열광했던 이유는,  주인공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재벌'로 등장하는 손이 오글거리는 그런 뻔한 드라마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해주신  '집밥'을 먹다 코 끝이 찡해지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도심의 한복판, 도쿄 어딘가에 '심야식당' 같은 곳이 있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심야식당’은 2009년 TBS에서 방영된 고바야시 카오루 주연의 드라마로, 아베 야로의 원작 만화 ‘심야식당’을 드라마한 작품이다. 메뉴는 적지만, 손님이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면 있는 재료로 가능한 만들어주는 게 영업 방침인 가게, 그리고 그 곳에 찾아와 매회 자신의 ‘추억 속 음식’을 주문하는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주인공들이 주문하는 음식은 ‘계란말이’ 나 ‘버터라이스’ 처럼 소박한 것이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지고, 가보고 싶어지고, 스토리에 어느덧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심야식당은 한국내 일본드라마 매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나중에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며 큰 호응을 얻더니, 원작 만화 번역본마저 한국에서 20만 부 이상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실제로 도쿄에 와서 심야식당을 찾아보니, 드라마를 촬영한 가게는 도쿄 신주쿠 골든가 어디에도 없었다. 드라마 속에 이따금씩 비춰졌던 ‘골든가(ゴールデン街)’의 간판은 찾을 수 있었지만, ‘밥집(めしや)’이라고 쓰여진 ‘노렌(일본 가게 입구에 발처럼 쳐져 식당의 이름 등이 써진 것)’이 쳐진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세트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도쿄 시부야 어느 가게에서 찍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상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도쿄 신주쿠 골든가에서는 심야식당을 찾을 수 없었지만 원작만화 심야식당의 작가인 아베 야로(安倍夜郎)의 단골집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심야식당’'의  회 별 타이틀이자 소재였던 음식들  © JPNews 
 
 
◆ '심야식당’의 탄생지, 작가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 벽 한 쪽에 걸려 있는 ‘심야식당’ 원작 작가 ‘아베 야로’의 어릴 적 사진과 얼마 전 한국에 다녀오며 그가 선물로 사다 주었다는 ‘돌김’  © JPNews

 
3평 남짓한 공간에 7-8개의 의자, 손가락으로 전화번호를 돌리는 전화기, 흑백 화면이 나올 것만 같은 빛바랜 TV......
30여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심야식당’의 탄생지. 

기자가 드라마에서 나온 것 같은 ‘심야식당’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주인 아주머니는 ‘아베 야로’가 사다 주었다는 한국어판 번역본 ‘심야식당’ 만화책을 보여주며 반가워하신다. 
 
“여기가 아베 야로 씨가 오는 가게야"

주인 아주머니 설명을 들어보니, 아베 야로 씨는 한 달에 두 번 만화잡지 ‘빅 코믹 오리지널’에 연재 만화를 넘기고 나면 항상 이곳에 들러 한 잔 마시고 돌아간다고 한다.  매달 5일과 20일, 월 2회 ‘빅 코믹 오리지널’이 발행되는 날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우연의 일치로, 기자가 가게를 찾은 날이 5일이었기 때문이다. 
 
내심 심야식당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베 야로 씨는 2006년에 처음 연재하기 시작한 ‘심야식당’을 아직까지 연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이면 드라마 ‘심야식당’의 속편을 만날 수 있다니, 일본 현지에서의 ‘심야식당’의 꾸준한 인기도 실감했다. 

주인 아주머니께 그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냐고 묻자, 맨 처음 그가 이 곳을 찾았을 때 그는 작가가 아닌 광고 회사 직원이었다고 했다. 회사 사람을 따라 이 곳에 처음 왔었다며 그게 벌써 25년 전 일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25년 전 일이다. 첫 연재를 시작한 해가 2006년인 것을 감안해도 20년을 드나든 가게, 작가 자신의 심야식당에서 비로소 만화 ‘심야식당’이 탄생했다는 말이 된다. 아베 야로 씨가 정말 이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으냐는 기자의 물음에 주인 아주머니는 답한다.


“가끔 만화를 보면 떠오르는 손님이 있는 경우가 있어. 외모도 그렇고...... 거꾸로 손님들이 나도 좀 만화에  그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니까"

또 하나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여기도 손님이 주문하면 무엇이든 만들어 주나요?"

아주머니는 손사레를 친다. “안 그래도 만화 때문에 메뉴에 없는 걸 해달라고 조르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귀찮아 죽겠어. 그럴 땐 메뉴판을 보라고 하지. 그런 메뉴가 어딨냐구. 응?” 윽박 지르기도 한다면서 웃었다.

그래도 갖고 있는 재료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거의 만들어주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심야식당처럼 '그 거 돼요?' 물으면 전부 “응, 돼! ”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주머니는 말한다.

 "말하는 건 전부 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냐?(호호호)” 



▲ 조금 출출하다는 말에 ‘계란 말이’를 해주시는 주인 아주머니     © JPNews

 기자가 ‘심야식당’을 찾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돼 ‘골든가’ 를 들락거린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 중에는 내 집처럼 드나드는 가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낯선 가게의 문을 여는 것은 망설여진다. 동양 최대의 환락가, 신주쿠 가부키쵸에 위치한 ‘골든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오히려 이 곳만큼 안전한 곳이 없어. 위험한 건 예전이 위험했지. ‘이랏샤이(어서오세요.)’ 대신 ‘욧데랏샤이(놀다 가세요) ‘라고 하던 언니들이 있던 시절도 있었으니깐.” 
 
50년대만 해도 '골든가'는 당시 GHQ(연합군최고사령부)의 준식민지(1945.10.2-1952.4.28)시절, 그들을 위한 유곽촌이었다. 즉 매춘거리였던 것이다. 그러다 1958년 매춘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비로소 일반 유흥업소들이 밀집하며 지금의 ‘골든가(ゴールデン街)' 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  드라마 '심야식당'의 배경이 된 신주쿠 골든가 ©JPNews/사진: 신소라인턴기자



당시 ‘골든가’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는데 기자나 저널리스트들이 모이는 문단 바, 일본어로 호모를 뜻하는 오카마(オカマ) 바, 그리고 보통의 바로 나뉘어졌는데, 잘 알지 못하고 가면 바가지를 씌운다는 얘기도 무성했다. 특히 문단 바에는, 작가나 저널리스트, 편집자 등이 모여 뜨거운 논쟁을 펼치는 장소로도 유명해 ‘사키 류조’나 ‘나카가미 겐지’ 등이 단골로 드나들었다. 그래서 심야에 골든가를 가면 어렵지 않게 유명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가게들이 지금처럼 말끔하진 않았지. 7-8년 전부터 이 곳에 젊은 청년들이 하나, 둘 가게를 하겠다고 들어오면서 지금과 같은 가게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어” 주인 아주머니는 “지금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는 표현을 썼지만, 신주쿠 골든가는 지금도 깔끔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30년 전 이 곳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래서일까. 일본 버블 경제 시대에 도쿄도에서는 개발을 이유로 골든가를 허물려고 했다. 그러나 골든가의 사람들이 모두 열 일 제치고 나가 시위를 해 지금의 골든가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한다.    

혼자 오는 손님도 많으냐는 질문에 “보통 혼자나 둘, 많아야 셋이지. 넷 이상은 쫓아내버려. 자리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옆 손님들한테 미안하고, 시끄럽고......” 라며 웃었다. 

네 명 이상의 손님은 쫓아내는 가게.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한잔 걸치고 가는 문화인들의 안식처. 그리고 그들이 주문하는 것은 뭐든 만들어주는 가게. 취재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기자는 ‘심야식당’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는 "그게 뭐가 대수롭냐?"며 말을 이어나갔다.       

“예전엔 어느 마을, 어느 동네 어귀에도 심야식당이 있었어. 가지고 있는 재료로 감자 샐러드나 계란말이, 구운 생선쯤은 누구나 해줄 수 있었으니까”

아주머니에게는 심야식당을 찾아 헤맸다는 외국인 기자가 어쩌면 이상해 보였을 지 모른다. 

결국 그 날 아베 야로 씨는 만나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내심 서운한 기색을 보이며, 뭐든 두고 가면 아베 야로의 싸인을 받아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는 어느 날 우연히 그를 마주치기를 기대하며 그냥 나왔다.  

 
▲    드라마 심야식당의 배경이 된 신주쿠 골든가 ©JPNews/사진: 山本宏樹 
  
▲    드라마 심야식당의 배경이 된 신주쿠 골든가 ©JPNews/사진: 山本宏樹 


 
▲    드라마 심야식당의 배경이 된 신주쿠 골든가 ©JPNews/사진: 山本宏樹 

 
('심야식당 그 동네, 골든가를 아시나요?' 2편이 이어집니다)

http://www.jpnews.kr/sub_read.html?uid=11404&section=sc1&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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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9/10 [19:26]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골덴가.. 나그네 11/09/10 [23:46]
몇번 가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게 참 재밌더군요..
뭐랄까 전혀 모르는사람들인데 말 걸기 쉬운 분위기더군요..

나중에 한번 더 가봐야하는데 시간이 잘 안나서...ㅎ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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