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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최저가 경쟁,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일본엿보기] 日10년째 사로잡고 있는 망령 ‘게키야스(激安)’ 트렌드
 
김상하(프리라이터)
일본은 7월부터 아날로그 tv 방송을 중단하기 때문에 좋던 싫던 지상파 디지털 tv를 구입해야만 한다. 필자 역시 여전히 브라운관 tv를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디지털 tv를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주말을 맞아 전자상가를 찾았다.

그런데 전자상가에서 tv를 물색하던 중에 조금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40인치 tv를 구입하기 위해 이케부쿠로에 있는 야마다덴키 일본 총본점을 찾았다. 거기서 일단 l사 제품을 보고 있는데 점원이 접근했다.

“이 제품을 구입하시려고 하시나요? 잘 모르시는 게 있으시면 자세히 설명해드립니다.”

“저는 이거보다는 일본 메이커 제품을 사고 싶은데요. 비슷한 가격대에 살 수 있는 게 없을까요?”

“비슷한 크기에 l사 제품처럼 하드디스크를 연결해서 녹화가 되는 모델이라면 s사의 모델이 있습니다.”

“하지만 샤프는 가격이 비싸던데요.”

“다른 곳도 충분히 돌아보셨죠?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아니, 이것은! 용산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다는 그 멘트,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점원의 조금 충격적인 멘트에 잠시 당황했지만,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이야기를 했다.

“카카쿠(가격비교사이트)에서 충분히 알아보고 오긴 했는데, s사의 d모델은 아까 가격표를 보니까 많이 비싸던데요.”

그러자 점원이 얼굴에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귀속말로 잠깐 저쪽 테이블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점원을 따라 테이블 쪽으로 가니, 갑자기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해당 제품은 카카쿠 최저가가 76000엔 정도. 하지만 매장에는 98000엔이라고 붙어 있었다. 

하지만 점원은 이 제품이 가격표는 98000엔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9만 엔에 팔고 있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현금으로 구매를 하면 포인트를 주지 않는 대신 13%를 추가로 할인해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78300엔에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싸다고 생각이 들지만 왠지 더 싸질 것만 같이 느껴져서 점원에게 이야기했다.

“너무 비싼데요. 인터넷에서 알아보니까 더 저렴하게 파는 통판 사이트도 있던데…”

그러자 점원이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에 점원이 제시한 조건은 9만엔을 현금으로 결제하면 포인트 22%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계산해보니 실제 tv의 가격은 70200엔으로 인터넷 최저가보다 5800엔 정도가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s사의 usb 하드디스크 녹화 기능이 탑재된 40인치 led tv를 7만 엔에 산 셈이다.
 
 
일본이라고 하면 어딘가 가격표에 써 있는 가격대로만 받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전자상가에 가보면 써 있는 가격에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원과 긴 흥정 끝에 원래 써 있는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한다. 그리고 양판점간의 경쟁이 너무 심해서 이제는 대놓고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라는 말을 점원이 할 정도가 된 것 같다.

일본의 가전양판점 시장의 경쟁은 매우 심한 편인데, 이 때문에 경쟁사간의 출혈경쟁과 이로 인한 가격 덤핑은 예전부터 크게 문제가 되어왔다. 가전양판점 업계 1위인 야마다덴키의 2010년 3월기 매출은 단독으로 1조9717억엔(약 27조원)에 연결 매상까지 합치면 2조161억엔(약 28조원)이나 된다. 그런데 순이익은 불과 559억엔에 불과하다. 순이익율이 불과 2.77%에 불과한 것이다. 

당연히 이 정도로 순이익율이 낮은 기업이다보니 직원들이나 협력업체에 대한 횡포는 말할 것도 없다. 2중 파견 문제나 독점법 위반 행위는 물론이고, 2007년에는 요미우리 신문에 나왔던 기사가 취재방법에 문제가 있어 야마다덴키에 대한 오해를 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요미우리 신문측을 압박해 해당 기사가 그날 신문 12판까지만 인쇄되고 13판부터 소거되는 일도 있었다. 마치 대한민국의 s사의 기사가 시사주간지에서 사라졌던 사건을 연상 시킨다.

게키야스 기업들의 경쟁은 가끔 매우 무모하게 보일 때도 많다. 의례 가격담합을 일삼는 한국 기업과는 달라서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말에 벌어졌던 규동(소고기덮밥) 체인들의 출혈 전쟁이다. 당시 업계 1위였던 요시노야는 업계 2위였던 마츠야를 죽이기 위해서 가격 경쟁으로 승부를 걸었다. 처음에 450엔쯤 하던 규동 값이 400엔, 380엔, 360엔 하는 식으로 점점 내려가더니 급기야는 요시노야가 부타메시(돼지고기 덮밥) 가격을 일시적으로 210엔으로 내리면서 결국 요시노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이걸 승리라고 불러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하지만 그 요시노야도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기본 메뉴인 규동을 몇 년 동안 팔지 못하게 되면서 사업 규모는 크게 축소되었다. 이렇게 되자 업계 3위였던 스키야가 급성장하여 업계 1위로 올라서고, 그러면서 작년에는 스키야가 요시노야와 마츠야를 죽이기 위해 또 다시 출혈 전쟁을 시작했다. 

서로 메뉴의 최저가를 내리기 시작하더니 요시노야가 공격적으로 250엔짜리 메뉴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 바로 다음 주가 되자 스키야가 190엔짜리 메뉴를 내놓으면서 출혈 전쟁은 허무하게 스키야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스키야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올 초에 스키야는 연속적으로 체인점에 도둑이 들어 금고나 각종 기자제를 훔쳐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구설수에 올랐다. 그렇게 쉽게 도둑이 들 수 있었던 이유는 스키야는 보안시스템 세콤을 설치하지 않는 점포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콤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출혈경쟁을 하는 만큼 세콤을 설치할만한 여유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업계 1위의 비참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싸게 사니까 좋은 일이지만, 이런 게키야스 경쟁이 일본 경제 전체를 불황으로 이끈 주범 중 하나라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불황이라서 가격을 앞장세운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인지, 저가 출혈경쟁이 심해지니까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20년 동안의 불황을 통해 급성장한 야마다덴키, 유니크로, 요시노야, 스키야, 와타미 등이 모두 박리다매에 덤핑 가격 경쟁을 통해 경쟁자들을 죽여가며 성장한 이른바 ‘게키야스 판매 기업(激安売り企業)’라는 점에서 일본 내에는 이런 업체들을 비판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도 크다. 

물건은 비싸더라도 충분한 가치를 치르고 사주어야만 그 돈이 물건을 만들고 파는데 노력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그래야만 그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써서 경제가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는 논리다. 물건을 만들고 그것을 파는 일련의 과정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정립으로 보는 일본의 전통적인 시각이 반영된 논리로 일견 맞는 이야기지만, 이미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일본 경제에는 무의미한 이상론일 뿐이다.

글 | 김상하(프리라이터)

 (김상하 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일본서브컬쳐 정보를 발신하는 파워블로거입니다)
김상하 씨 블로그: http://blog.daum.net/kori2sal/623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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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20 [10:05]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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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1/06/20 [20:10]
손님 맞을래요? 는 안하겠지... 수정 삭제
용팔이에게 단련된 우리에겐 용팔이 11/06/25 [21:14]
저정도는 껌.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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