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로 시작된 일본 열도의 방사능 공포는 약 3개월이 지난 현재 내부피폭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폭발당시처럼 강력한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먹고, 마시고, 들이마시는 모든 것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몸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내부피폭 공포가 시작된 것이다.
원전사고 발생직후 시금치, 쑥갓, 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 다양한 잎 채소 및 우유, 녹찻잎 등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일본 정부는 잠정기준치를 넘은 채소에 대해 무기한 출하정지를 지시하는 등 대응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부의 방사능 기준이며 검사를 믿을 수 없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고, 후쿠시마산 채소에 대한 풍문(소문) 피해 또한 확산되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풍문에 후쿠시마 농민들이 죽어간다며 "이럴 때일수록 후쿠시마산 채소를 오히려 사 줘야 한다"고 소비권장을 유도했다. 이에 많은 외식업체들이 후쿠시마 및 재해지 채소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인터넷 장터를 통해 일부러 후쿠시마산 채소를 주문하는 시민들까지 생겼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서는, 아이에게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식품을 먹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실제로 원전사고 이후 외식을 금하고, 아이 먹거리에서 우유를 배제시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소고기, 생선을 먹이는 것조차 겁난다는 엄마들도 상당수다.
그렇다고 쌀밥에 된장국만 먹일 수도 없고, 100% 수입품만 먹일 수도 없는 일. 최근 일본에서는 아이들 먹거리로 고민하는 어머니들을 위해 방사능을 줄이는 식료품 취급법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가장 처음부터 오염이 발견되어 많은 일본인을 공포에 떨게 한 채소, 과일 등의 취급법이다.
13일자 주간지 아에라에 따르면, 채소, 과일 등 날것으로 그냥 먹을 수 있는 종류는 껍질을 벗기고, 채소는 겉부분을 감싸고 있는 잎부분을 떼내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을 많은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방사성물질 세슘, 스트론튬은 물에 녹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물로 씻어내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일본방사능 안전관리학회가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방사능에 오염된 시금치를 실험한 결과, 잘 씻는 것만으로도 방사성 세슘의 32~70%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딸기는 물로 잘 씻는 것만으로 스트론튬 31%, 세슘 36%를 감소시키고, 복숭아는 껍질만 벗겨도 세슘의 97% 거의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삶지 않고 그대로 먹는 샐러드 잎이나 양상추도 잘 씻으면 스트론튬 50~76%, 세슘 53~79%, 요오드의 53~79%를 감소시킨다.
과일이나 채소를 그냥 찬물이 아닌 뜨거운 물이나 식염수, 식초, 식용세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해보았지만 눈에 띄는 차이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물에 잘 녹지 않는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음식의 표백효과나 맛의 퇴화를 방지하는 식품첨가물 아류산나트륨계 물질에서 잘 제거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비타민c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과일이나 채소를 씻을 때 레몬즙을 덜어 사용하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내부피폭된 생선, 육류, 조개류 등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리하기 직전에 끓는 물에 데쳐 데친 물은 먹지말고 전부 버리는 방법이다. 끓는 물에 데치면 육즙과 함께 고기 내부에 쌓여있는 방사성 물질이 함께 나와 일정부분 제거가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데친 후 고기를 튀기거나 굽는 방식으로 내부 피폭을 일정량은 줄일 수 있다.
고기나 생선 내부의 방사성 물질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소금물에 담궈두는 것이 좋다. 침투압으로 내부에 있는 수분까지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기나 생선은 작게 잘라 삶거나 냉동시킨 후 해동하여 나온 수분을 버림으로써 50% 정도의 세슘, 스트론튬 등을 제거할 수 있다.
채소, 생선, 고기 등의 식재료로 권장되는 조리법은 식초를 듬뿍 사용하는 것이다. 식초로 절임류를 만들거나 마리네(프랑스식 절임) 스타일로 요리한 것이 좋다고 한다.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 금속이온은 식초나 구연산 등과 만나 제거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식초절임에서 나온 식초는 다시 이용하거나 먹지 않는다.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는 우유의 경우,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우유가 걱정된다면, 우유 가공품인 치즈, 버터, 슈크림, 생크림 등을 대신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우유를 치즈나 버터로 가공할 경우 세슘과 스트론튬의 96~99%, 거의 대부분 제거가 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다만, 요구르트는 우유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공 후에도 방사성물질이 그리 줄지 않는다.
빵이나 스파게티 등은 가공된 상태에서 이미 50~80% 세슘, 스트론튬이 제거된다고 한다. 때문에 정제된 곡물의 경우, 잘 씻어서 조리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방사성물질 제거가 가능하다.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식재료에서 방사성 물질의 많은 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에라'는 "모든 식재료를 데치고 삶으면 식품 자체 고유의 영양가를 잃는 단점이 있다"며 잘 씻고, 잘 조리해서 생 채소는 생 채소대로, 생선이나 고기는 조리방법을 다양화시켜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