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국영화제 in 기쿠치”
지난 10월12일 규슈(九州)의 구마모토현(熊本県) 기쿠치시(菊池市)에서 개최된 “한국영화제 in 기쿠치”에 초대받아 영화제 중간에 한국영화와 한국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규슈에서도 구마모토현은 조금 외진 곳에 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 중에서 기쿠치시는 현청소재지도 아닐뿐더러 공항에서 자동차로 3~40분 거리에 위치한 인구 5만명 정도의 도시로서, 약간은 시골틱한 느낌을 주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국영화제 in 기쿠치”는 “기쿠치 한국영화제 실행위원회”라는 시민단체와 지역 유지들, 그리고 기쿠치시가 힘을 모아 6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국영화제를 계속해서 개최하고 있고, 그것도 매년 성황리에 행사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가끔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이벤트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처럼 매년 지속적으로 “한국영화제”를 열고 있는 곳은 일본에서 기쿠치시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속에서 올해는 여러 이벤트가 축소되거나 취소된다는 이야기가 많은 가운데, 기쿠치시만은 한국영화제를 보기 위해 다른 현에서까지 방문객이 찾아와 활기가 넘칩니다.
그 배경에는 “한국을 좀더 잘 알자”라는 테마를 일관되게 내세워 왔던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영화제에는 이웃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서로간의 우호를 키워가고자 하는 확고한 이념이 그 저변에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고매한 이상을 가슴에 품고, 이른바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정열적인 실행위원들의 존재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실행위원”은 전업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마음먹기 여부에 따라 귀찮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매년 영화제를 기획, 추진해 나가는 가운데 이 영화제에 애정을 쏟고, 꼭 번창시켜 나가겠다는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노력으로 기쿠치시는 조그만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구마모토현 nhk방송국을 비롯해 여러 tv방송국, 라디오미디어, 그리고 각 신문사와 연계하여 홍보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올해는 다른 현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방문객들께서 오시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들의 열의에 응답하여 한국관광공사, 아시아나 항공, 민단의 구마모토본부 등도 지원에 나서게 됩니다.
이러한 전개야말로 우리 시민파워의 “본보기”는 아닐까 합니다.
더욱이 기쿠치시는 놀랍게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한국인 관광객 무비자” 운동을 전개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을 좀 더 잘 알자”라는 슬로건은 “좀더 활발하게 교류하자”라는 구체적인 모션으로 이어져 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제에서의 상영작품은 한국과의 교류나 역사를 그린것으로써, 이러한 작품상영이 주를 이루어 왔다고 합니다. 올해는 광주사건을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 한국인 학생과 일본인 소녀가 주연한, 고등학생들의 순정적이고 유쾌한 교류를 이야기하는 “칠석의 여름” (사사베 기요시 감독), “청하로의 길”(재일 교포 2세인 가수, 아라이 에이이치씨가 아버지 고향인 경남 청하까지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다큐멘터리)의 3작품이 상영되었습니다.
또한 영화상영뿐만 아니라 작년부터는 “박치기!”의 이즈쓰감독이, 그리고 올해는 저도 초대되어 한국과 한국영화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를 개최하였습니다.
강연을 마친 다음날 실행위원장님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올해는 구로다씨 덕분인지 강연후에 티켓판매가 굉장히 눈에 띄었고, 토크쇼를 통해 각 상영 작품에 대하여 언급해 주신 덕분에 관객들의 이해도가 높아져 상영이 끝나면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6년째를 맞이하는 영화제이지만 이같은 경험은 처음으로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일을 접한 저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한일교류와 상호이해에 대해 직시하고, 진지하게 영화제를 지속적으로 열어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속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우로서도 한국에 관여해 온 저로서는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여러분들의 노력과 활동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디 이 영화제가 더욱더 크게 성장해 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한류는 한물간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을 요즘 자주 받습니다. 사실 그것은 터무니없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한때의 광란처럼 보이던 소란은 진정되었으나 제각각 방향성이나 질을 바꿔서 “일본 속의 한국문화”라는 장르로 깊이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기쿠치시에서의 한국영화제를 통해 진지하게 한국과의 교류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도 부디 알려드리고 싶어서 소개하는 바입니다.(번역 스기모토 토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