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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소동극 '미타니 코키'의 세계
우쵸텐 호텔, 매직 아워 연출한 감독의 작품을 다시 보다
 
김봉석 (문화 평론가)
일이 있어 일본의 경찰 소설과 드라마 등을 찾다 보니, 이제 고전이라고 불러야 할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형사 콜롬보를 차용하면서도,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수사물로 변모시킨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시청자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자신만만하게 범인과의 게임을 즐기는 중년의 후루하타 역시 멋있고. 그런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창조자는 아무래도 연출자보다는 작가인 것 같다. <매직아워>와 <우쵸텐 호텔>을 만든 영화감독이자 연극 연출가, 그리고 작가인 미타니 코키. 

1961년 도쿄에서 태어난 미타니 코키는 일본대 예술학부 연극학과 재학 중인 83년 극단 '도쿄 선샤인보이즈'를 결성하여 각본과 연출을 담당하게 된다. 프로로서의 '일'을 처음 하게 된 것은 tv였다. 88년에 시작된 후지tv의 <역시 고양이가 좋아>란 시츄에이션 코미디의 각본을 1989년 4월부터 이어서 쓰게 된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89년 7월 '도쿄 선샤인보이즈'의 <천국에서 북으로 3킬로>라는 연극을 시작으로 <료마가 간다>(90), <12인의 우수한 일본인>(90), <쇼 머스트 고 온>(91), <라디오의 시간>(93), <도쿄 선샤인보이즈의 함정>(94)을 공연한다.

계속해서 연극에 정진할 것 같았던 미타니 코키이지만, 운명의 전기가 찾아온다. 94년 후지tv의 미스터리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각본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형사 콜롬보>를 일본식으로 변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의 전모를 미리 보여주고, 이후에 범죄의 허점을 찾아내거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후루하타 역을 맡은 타무라 마사카즈는 피터 포그보다 훨씬 명석해 보이지만, 어딘가 어눌한 말투로 범죄자의 속내를 파고드는 캐릭터가 아주 흡사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범죄극이면서도,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탁월한 인정극이자 코미디로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후루하타 닌자부로>는 10여년이 흐른 2006년까지 특별판이 만들어질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고, 미타니 코키는 드라마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역설적으로 도쿄 선샤인보이즈는 휴지(休止)에 들어가고.

이후 미타니 코키는 드라마 <임금님의 레스토랑>(95), 연극 <웃음의 대학>, 자신의 연극 <라디오의 시간>을 각색한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97)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미타니 코키의 원류는 어디까지나 연극이었다. 2002년에 만든 코믹드라마 <hr>에서는 관객이 보는 앞에서 30분간 논스톱 촬영을 하는 연극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모두의 집> <우쵸텐 호텔> <매직 아워>로 이어진 영화에서도 여전히 연극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

2004년에는 nhk 대하드라마 <신선조>의 각본을 쓰게 된다. 가장 일본색이 강한 nhk대하드라마와 코미디 연극의 대가인 미타니 코키의 만남은 기묘하면서도 적합했다. 미타니 코키는 <료마가 간다>와 <료마의 아내와 그의 남편 그리고 애인>이란 연극을 만들면서 료마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대하드라마 사상 가장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신선조>를 쓰면서, 미타니 코키는 배우들이 실제 인물과 비슷한 나이가 되도록 설정하여 리얼리티를 높이고 캐릭터 간의 관계를 정밀하게 묘사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단지 '코미디'만이 아니라, 미타니 코키는 인간과 그들이 맺는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었던 것이다.

▲ 우초텐 호텔     ©jpnews
그리고 미타니 코키는 2006년 <우쵸텐 호텔>을 연출했다. 감독 데뷔작인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1997)가 6억엔, <모두의 집>(2001)이 13억엔을 벌어들인 것에 비해 <우쵸텐 호텔>은 4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61억엔을 벌어들였다. 드라마에서 단계를 밟아온 미타니 코키는 마침내 폭넓은 대중의 찬사를 받는 감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1932년작 <그랜드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우쵸텐 호텔>은 새해를 맞는 일급 호텔에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부패 사건에 연루되어 도망친 국회의원, 공연 전에 죽을 거라고 소동을 벌이는 엔카 가수 등 기묘한 손님들과 8년간의 길거리 라이브를 통해 가수의 꿈을 키웠던 벨보이, 한때 국회의원의 연인이었던 룸 메이드 등 호텔 종업원들이 서로 얽히면서 쉴 새 없이 사건들이 벌어진다. <우쵸텐 호텔>이 큰 인기를 끈 것은, 영화 전체에 갈린 따듯한 정서 때문이었다. 인간사의 수많은 사건들이 하나의 호텔에서, 하룻밤 사이에 순식간에 명멸하지만 미타니 코키는 그 모든 것을 따뜻한 시선과 적절한 리듬으로 어루만진다. 한참을 웃고 나면, 어딘가 푸근한 느낌이 든다.

<우쵸텐 호텔>의 정서는 그대로 <매직 아워>에 이어진다. <우쵸텐 호텔>에 야쿠쇼 코지, 사토 코이치, 카토리 싱고, 마츠 다카코, 시노하라 료코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며 눈길을 끌었던 것처럼 <매직 아워>에는 사토 코이치, 츠마부키 사토시, 후카츠 에리, 아야세 하루카, 니시다 토시유키 등이 등장한다. 영화 매체에 대한 애정은 더욱 노골적이 되었고, 어딘가 당혹스러우면서도 친근한 분위기는 더욱 정교해졌고, 발군의 템포와 스피드로 관객을 웃기는 솜씨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코미디를 찍는 것이 가능했다.'는 말처럼 <매직 아워>는 <우쵸텐 호텔>보다 훨씬 더 골계미가 넘친다. <매직 아워>는 <우쵸텐 호텔>의 대성공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된 미타니 코키가, 자유롭게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웃음의 폭발력은 더욱 더 강해졌고, <우쵸텐 호텔>의 느슨한 정서는 경쾌한 순발력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졌다.

미타니 코키의 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온화한 소동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미타니 코키는 '극장에서 신나게 웃다가, 돌아가는 길에 연극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것이 이상적인 희극'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영화 이력만으로 본다면, 단지 웃음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라디오 드라마를 녹음하면서, 집을 지으면서, 새해를 맞는 호텔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때로 격렬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부드러움으로 귀결된다.

야쿠자와 전문 킬러가 등장하고, 총알이 난무하는 <매직 아워>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이 탄로 나는 순간 당장 죽을 것이 뻔한데도, 모든 것은 너무나도 다정하고 사랑스럽다. 소동이 아무리 시끄럽고 뒤죽박죽이어도,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따뜻함이 깔려 있다. 다만 그 소동이 너무나도 웃기고 황당무계할 뿐, 미타니 코키의 시선은 한결 같다.  <우쵸텐 호텔>과 <매직 아워>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삶을 위하여 살아간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있지만, 아니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매직 아워'는 해가 넘어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밝은 빛이 남아 있는 순간을 말한다.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신비한 순간. 이미 밤이 되었지만, 아직 낮으로 남아 있는 순간. '매직 아워'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픽션이면서도 현실이고, 사실이면서도 허구인 어떤 순간. 그것이야말로 영화 그리고 미타니 코키가 만들어 온 모든 픽션의 순간일 것이다. 미타니 코키는 그러한 매 순간을 즐기라고 말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직 아워는 언젠가 돌아온다. 나에게 다가온 매직 아워를 놓쳐버렸다면? 미타니 코키는 내일을 기다리면 된다고, 가볍게 답을 던져준다. 다시 돌아오는 매직 아워를 기다리면 된다. 그런 희망과 웃음이, 이야기와 노는 재능으로 무장한 미타니 코키의 진정한 힘이다.

미타니 코키는 돌아갈 곳을 알고 있다. '도쿄 선샤인보이즈'는 해체한 것이 아니라 30년간의 휴지(休止)였다. 미타니 코키는 2024년 다시 선샤인보이즈라는 이름으로 연극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즉 그는 연극인으로서 지금 영화와 드라마에도 투신한 것이다.
 
미타니 코키는 '각본가로서의 나는, 연출가로서의 나를 그다지 신뢰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 불신이야말로 미타니 코키의 세계가 더욱 확장되고 전진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하나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타니 코키 각본의 영화, 연극, 드라마를 보며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있다. 그리고 즐거워한다.
 
관객이 그의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보고 즐거워하기 전에 그가 첫 번째 관객으로 가장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 즐거움, 그리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미타니 코키의 따뜻한 시선이 언제나 '마법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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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22 [11:01]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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