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피뉴스 = 이지호 기자]
"안 내보내 주시면 안돼요?"
"지겹습니다. 이제 그만하죠."
"공익도 좋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사람들을 계몽해야 할 공익광고가 이제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크게 질타를 받고 있다. 그것은 내용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횟수' 때문이다.
동북지역 대지진 이후, 민영 방송사들은 민간기업 광고 대신에 공익광고를 통해 계몽활동을 벌이는 사단법인 ac재팬(구 공익광고기구)의 광고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1만 명 이상이 희생된 이번 대지진 보도방송에 상업방송을 내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ac공익광고가 24시간 내내 나온다는 사실이다. 지진 속보 중에, 혹은 보도방송이 끝나면 어김없이 이 ac광고가 나온다. 레퍼토리도 한정돼 있다. 바로 이같은 광고를 온종일 수십 번을 보게 된다. 이제는 시청자들이 대사를 외울 수 있을 정도다.
몇 년 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당시, 박찬호 경기 중계 중간에 어김없이 조여정의 '송월타월' 광고가 나와 이를 계기로 조여정이 큰 인기를 끌게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매번 '반복'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 듯하다.
18일 데일리 스포츠가 보도한 바로는, 최근 ac재팬에 항의 전화가 쇄도한다고 한다.
반복된 방송이 '지긋지긋하다', '집요하다.', '불쾌하다.', '내용이 (지금 현재 일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사실 이 광고는 민영방송사들의 '땜빵'용 성격이 다분한 것이었다. 대지진으로 상업광고를 내보낼 수 없어서 민영방송사들이 어쩔 수 없이 내보내고 있는 것.
항의 이유도 여러 가지다.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며 "정말 집요하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광고 마지막에 성우가 "ac"라고 말하는 부분에 나오는 높은음의 멜로디에 "불쾌감을 느낀다."라고 항의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 자궁암, 뇌졸중 예방에 관한 광고 내용에 대해서는 "이런 시국에 암 검진 따위 받으러 가겠냐?"라며 생트집을 잡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사단법인이 일본 정부가 관리하는 법인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광고 만들 세금 있으면 조금이라도 피해지역에 보태라."라는 잘못된 항의를 하는 이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개중에는 "지금부터 칼 들고 찾아갈 테니 각오해."라는 협박 전화를 건 사람도 있다고 한다.
ac법인 측은 뜻밖의 항의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항의를 받고 16일 자로 홈페이지에 사죄문을 게재했다. 또한, 광고 마지막에 성우가 'ac'라고 말하는 부분의 멜로디와 음성을 삭제토록 요청했다.
실제로 이날부터 광고 끝부분에 "ac~"라고 언급하는 부분의 음성과 멜로디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 부분이 삭제됐음에도 항의는 여전하다. 광고 횟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
ac재팬은 사회계몽 차원에서 광고를 연간 13편을 제작한다. 제작비는 tv, 라디오, 신문사 등 1,200여 개 가맹사의 회비로 제작된다. 대량으로 광고를 내보낸다고 수익이 창출되는 것도 아니다.
본의 아니게 미움(?)을 받는 것에 대해 ac재팬 관계자는 이같이 호소했다고 한다.
"이번 건으로, 나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우리들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ac재팬의 광고는 매번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번 대지진 사태 이후 사람들이 ac광고를 보고 "또야?"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