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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음악회
시각장애 이재혁 피아니스트와 점자악보 자원봉사자 할머니와의 만남
 
신경호 (동화작가)
어제는 참 소중한 인연을 곁에서 지켜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며칠 전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시각장애인 몇 분의 일본 일정 중 하루 통역을 부탁 받았다. 솔직히 썩 내키지 않은 상태로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동안 몇 차레 경험으로 한국에서 장애인단체나 관련 기관에서 일본을 방문한다고 할 경우, 사실 특별한 일보다는 그냥 외유성 행사가 많았던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제의 통역은 그런 생각에서 별 성의없이 나갔던 나를 많이 부끄럽게 만들었고, 그래서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한국 일행은 일본 헬렌켈러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념 콘서트에 일본측의 초청으로 참가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이 재혁씨(42세. 현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 교사겸 한빛예술단 수석 단원) 일행이었다.

일행의 오전 일정은 일본 npo법인 베리어프리협회와의 간단회였다. 일본 베리어프리협회는 ‘긴디스트로피라는 희귀 질환으로 서서히 근육이 약해가는 장애를 가진 카이야 요시히로(貝谷嘉洋, 40세)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다.

 
해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장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골든 콘서트’ 행사를 7년 째 주최하고 있는 단체이다. 한국과 일본측 모두 장애인 예술, 그 중에서도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매우 활발한 의견 교환의 간담회가 되었다.
 
특히 일본 베리어프리협회가 주최하고 있는 골든 콘서트에 해마다 한국에서도 4-5팀이 참가해 그 중 2-3팀이 본선에 오르고 있고, 이들 한국 참가팀을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지원하고 있기도 해서 더욱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그러나 사실 오전 일정보다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든 것은 오후 일정이었다 오후에는 이 재혁 피아니스트와 그를 전혀 모르면서 몇 십년째 도와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에서 악보를 점역 서비스하고 있는 자원봉사 그룹과의 모임이었다.
 
특히 어제는 이 모임 초창기부터 30년간 줄곧 점자 악보를 만드는 봉사를 하고 있는 81세의 할머니 h씨와의 만남이 있어 나를 더욱 감동시켰다.(이름을 밝히기를 극구 사양한 h씨의 요청으로 성명과 봉사 그룹 이름을 밝힐 수 없음을 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화려한 테크닉, 그리고 음악의 깊이를 함께 표현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이 재혁씨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나라 장애인 음악계에서는 보물 같은 존재이다. 

 
▲ 피아니스트 이재혁 2009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    ©jpnews

그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어머니의 권유로 6세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었고, 국립서울 맹학교를 거쳐 중앙대학교를 수석 입학 졸업하였으며, 동 대학원을 거쳐 뉴 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석사와 전문 연주자 과정을 수학했다. 또한 cincinnati 음악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미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5세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가질 만큼 뛰어난 음악적 기량을 보인 이씨는, 이후  예술의 전당 recital hall  new york carnegie recital hall,
boston,  cincinnati,  그리고 south carolina등 한국과 미국 여러 도시에서 독주회를 가진바 있다.

 
그가 시각장애라는 음악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컸다. 중앙 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수여 받은 것을 비롯하여, 삼익 피아노사, 그리고 cincinnati 음악대학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씨가 훌륭한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제 모임을 같이 한 일본의 점자 악보 점역 모임의 회원들의 힘이 컸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할때는 바이엘이나 체르니같은 피아노 입문 악보가 점자로 되어 있는게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신 서울 맹학교의 이상진 선생님의 도움으로 일본의 악보 점역 자원봉사 그룹을 알게 되었지요. 이 선생님을 통해 자원봉사 그룹으로부터 피아노 입문서와 같은 악보를 구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재혁씨는 일본 점역 그룹과의 첫 인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에 h 할머니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소개했다.

"일본에도 옛날에는 장애인이 음대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어려웠어요. 우리가 모임을 만들고 2,3년 지났을 무렵이라고 생각해요. 마침내 일본의 어느 음대에서도 시각장애인에게 입학을 허가 했어요. 그 때 두 세명 정도가 입학을 했지요. 하지만 입학은 했지만 그 학생들은 매우 어려웠어요. 연주에 필요한 점자 악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점자 악보 그룹의 요람기에 해당하는 그 무렵, 그 학생들을 위해 악보를 만들고 또 그 학생들만 아니라 다른 시각장애인에게도 나눠주기 시작했죠. 이후 다른 음대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생기면서 점점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장애인도 늘어나게 되고.. 거기에 맞춰 우리도 열심히 악보 제작을 하고.. 그런 상생 관계에서 조금씩 모임의 틀을 잡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 서울맹학교의 이 선생님으로부터도 점자 악보를 요청받았습니다. "

h 할머니는 그 때를 회상하면서 정말 감회에 젖은 듯이 보였다. 어제 모인 회원들은 h할머니를 비롯해서 모두 5명이었다. 이들 회원들은 이 재혁씨의 연주를 듣기 위해 긴자의 한 작은 스튜디오를 예약해 두고 있었다. 피아노 한대가 있고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 다섯개로 방이 꽉차는 스튜디오였다. 이재혁씨는 이곳에서 이들 회원들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쇼팽을 연주 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연주회

이씨가 연주를 마치자 회원들은 정말 감격해 했다. 음악을 전혀 모르는 나도 감동받았다. h 할머니와 또 다른 회원은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고 이씨와 h 할머니. 그리고 회원들간의 이야기꽃이 피었다.

회원들 중에는 자신이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인도 있었고, 모두들 몇 십년씩 점자 악보를 제작하고 있는 전문가들답게 음악에 깊은 관심과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음악에 관한한 아예 문외한인 나는, 전문적인 음악적 용어가 튀어 나올 때마다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통역을 하느라 곤욕을 치뤄야 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주회를 했었어요. 아마 시각장애인으론 최초의 일일 거예요. 그리고 다시 두번째 독주회를 준비할 때였어요. 그때는 우리나라의 어느 복지관에서 근무하시는 부부가 악보 점역을 도와 주고 계셨는데 독주회를 얼마 앞두고 무슨 일인지 복지관을 그만 두시는 일이 있었어요. 더 이상 점역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었지요. 그때도 할 수 없이 일본의 h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정말 놀라운 속도로 악보가 도착을 했어요. 덕분에 독주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요. 그것 뿐만 아니예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였어요. 미국의 국회 도서관은 점자 악보를 정말 엄청 많이 소장하고 있어요. 자기들이 직접 만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왕립 도서관이나 프랑스, 독일, 덴마크등의 나라에서 점자 악보를 구입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런 미국 국회 도서관에도 없는 악보들이 있어요. 그런 곡을 연주해야 할 때면 으레히 일본의 자원봉사 그룹에게 부탁을 했지요. "

이렇게 이씨와 h 할머니의 인연등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다시 점자 악보 제작의 현실이나 기술 같은 전문적인 부분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예약한 스튜디오에서의 정한 두 시간이 금방 사라졌다.

 
아쉬움을 달래며 h 할머니는 이씨에게 다시 한 번 연주를 부탁했고, 전날의 연주의 긴장과 무리한 일정으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만큼 감기에 걸린 이씨도, 흔쾌히 회원들을 위해 다시 한 곡을 연주해주었다.
 
겨우 두 평 정도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울리는 이씨의 피아노 연주는, 음악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내 심장마저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이어서 가까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다시 음악과 점자 악보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점자 악보의 세계 표준에 대한 이야기, 점자 악보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실제 시각장애인들의 요구 사항등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더 많은 점자 악보가 제작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여러가지 정보 교환이나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데 의견이 모아졌다. 향후 이씨와 h할머니는 한국과 일본의 점자악보 교환을 위해서도 서로 협력하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 2010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점자악보 제작을 위해 국가가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는 총 예산 1억 8천만원을 투자해 점자 악보 제작 사업등 장애인의 음악 활동을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고, 올해는 그 금액이 3억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면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자원봉사 그룹처럼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구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

 
라고 말하는 이씨. 저녁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이씨를 위해 h 할머니는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직접 공항까지 나가 배웅을 해 주셨다. 자신이 만든 악보로 오늘 날 이렇게 훌륭한 음악인으로 성장한 이씨를 지켜 보는 할머니는 얼마나 행복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도 모르는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쇼팽이라도 들어야 겠다.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에도 보낸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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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1/25 [15:22]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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