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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성묘사 규제안 통과의 숨겨진 이면
진통 끝에 지난달 15일 가결된 만화, 애니메이션 성묘사 규제안
 
이연승 기자
▲ 도쿄도 조례개정안에 반대하는 유명 만화가들     ©시부이 테츠야

도쿄도의회는 지난 12월 15일,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침해'로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던 '청소년 건전육성 조례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개정안은 앞으로 발매될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심사해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불건전 도서'로 지정, 18세 미만에게 판매・열람할 수 없게 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서는 '형법에 저촉되는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나 '혼인을 금지하는 근친사이의 성행위''부당하게 찬미하거나 과장'한 표현이 자주규제의 대상이 되며, 자주규제를 마친 작품 중 도의 심사에 따라 '현저하게 사회규범에 반하는' 묘사나 표현이 포함된 작품은 '불건전 도서'로 지정된다. 불건전 도서로 지정된 책은 제한된 장소에서만 판매가 가능해 판매 부수에 큰 타격을 받는다.
 
이러한 도의 결정에 만화가나 예술가 집단은 지속적으로 '대상 범위가 넓고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질적으로 심사규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규제가 또다른 규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 반발은 올해 3월 도쿄도의 주최로 개최되는 '도쿄 국제 애니메이션페어'에 유력 만화 출판사,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집단 보이콧으로 이어졌고, 법안이 통과된 현재까지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한창 준비에 바쁠 애니메이션페어 사무국 내에서는 '사실상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력 출판사 뿐만 아니라 군소 출판사에 이르기까지 보이콧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행사의 개최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 노골적 성묘사는 규제해도 돈은 벌겠다? )
 
이러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를 반대해온 한 주간지가 이번 개정안 가결에 대해 '기자들도 공범'이라는 논리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주간포스트 최신호(2011.1.3)는 법안 통과를 밀어붙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와 도쿄도의회 뿐만 아니라 매너리즘에 빠진 '기자클럽' 소속 기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기자클럽'이란 한국의 '기자단'과 비슷한 성질의 단체로서, 각종 공공기관을 비롯해 유력 신문사와 방송국, 통신사 등에서 상주하며 정보를 독점하는 거대 매스미디어 기자 연합을 말한다. 
 
정부 부처와 관청에 마련된 기자실에서 그들은 스스로 기자회견을 주최하며 그들이 주최한 회견에 비가입자가 참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회견에 참가하는 회원 '전원'에게 허가를 받아야한다. 그 중 한군데라도 반대하면 참가가 불가능하며, 만장일치로 참가를 허가받는다더라도 회견 후 질문 등을 하는건 불가능하다.

▲ 가와사키 시청 '기자 클럽' 모습     ©jpnews

따라서, 기자클럽 소속 기자들은 기자클럽이 설치된 기관 측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으며, 비판적인 기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주간포스트는 이들의 행태가 이번 규제안 가결을 불렀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주간포스트는 개정안 가결에 반대한 한 도의회의원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전했다.
 
"도지사와 개정안 담당자의 회견에서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는 인터넷 언론과 잡지사 기자 정도였습니다. 거대 언론 기자들은 질문도 없이 멍하니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적은 기사를 싣더군요."
 
이 주간지는 작년 11월 29일, 만화가 집단이 개정안 반대집회를 연 자리에서도 요미우리신문의 한 기자가 "출판업계의 자쥬규제는 충분하지 못하다" "과격한 성묘사가 포함된 서적을 불건전 도서로 지정하는 것은 표현 규제와 직결하지 않는다"라며 질문은 커녕 도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결국 요미우리신문은 12월 14일자로 '과격한 성묘사 만화, 방치할 수 없다'라는 제목과 함께 "도내 대형서점에 놓인 만화에는 소녀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등장인물과의 성행위가 평범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출판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의도는 없다"라며 도쿄도의 결정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기사를 실었다.
 
주간포스트는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는 배경으로 '도와 거대 미디어가 상부상조 관계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판적인 기사를 싣지 않는 대신, 발표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내년도 예산안을 제공받는다. 요미우리신문이 이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이 그 예'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전 제이피뉴스에 개정안과 관련된 칼럼을 게재한 바 있는 시부이 데쓰야 씨는 기자의 취재에 "기자클럽 소속 기자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독 도쿄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있는 기자들이 있다"라며 "요미우리신문의 한 기자가 개정안 반대집회에서 도의 입장을 대변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도쿄 애니메이션페어는 어떤 형식으로든 열릴 것으로 전망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라며 "앞으로 도쿄 애니메이션페어를 대체할 수 있는, 만화가 집단의 독자적인 이벤트가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부이 씨는 그러나 "도쿄도의 이벤트보다 관람객이 많이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결국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들의 움직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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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1/05 [16:1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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