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경제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위해 당일치기로 삿포로에 다녀왔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추워졌다. 기온은 영하 7도. 전날 있었던 마쓰야마가 13도였으므로 20도의 온도 차를 몸소 체험했다. 1시간의 강연 시간동안 한반도의 현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나는 앞으로 한반도를 불안하게 만들 요소로 다음 다섯 가지를 열거했다. 1. 금일 연평도에서 행해질 탈북단체의 김정일 비난전단 살포 2. 연내에 재차 이뤄질 예정인 한미 합동군사훈련 3. 한국군의 연평도 주변 사격훈련 재개 4. 한국의 확성기 방송 5.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 탄도 미사일 발사실험 그러나 강연 당일 김정일 비난전단 살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군이 허가하지 않은 것인지, 기후가 나빠서 중지한 것인지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탈북 단체인 '자유 북한 연합운동'은 18일 다시 전단 살포를 결행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단지를 살포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하고 있는 만큼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연평도 주변 해역에서 사건 발생 이후 자숙해온 사격 훈련을 다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면 산 넘어 산이다. 해상 사격훈련은 한국 해역 내 구역에서 행해지지만, 연평도 사태 때 장사정포가 발사된 북한의 우도와는 수십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구역이다. 아마 한국군도 그만한 각오를 하고 내린 결단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에 의해 자숙해왔던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것일까. "할거야 할거야" 하면서도 결국 하지 않는다면 이 치킨 레이스는 한국의 패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영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구역인 만큼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이 "보복할 것" "그냥 두지 않는다"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과 함께하는 한 한국 단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북한의 판단은 오산이 돼버렸다. 한국 합동 참모본부는 "만약 북한이 도발해 왔을 경우, 육해공을 동원한 단호한 징벌 조치를 취한다"라고 경고를 발표했다. 북한이 지난번과 같이 장사정포를 발사해 올 때는 f15 전투기 등을 동원해 북한의 발사 기지를 공중폭격하겠다고 일찍부터 경고했다. 그럼, 북한은 이번 훈련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서해에는 우리가 설정한 단 하나의 해상 군사 경계선만이 존재한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 담당기관 '조국평화 통일위원회'는 이번 달 8일 "연평도는 지리적 특성상 포탄을 어디서 발사하든지 간에 우리 영해로 떨어지게 돼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군의 사격 방향이 북쪽이 아니라 남서쪽을 향해도, 북한 영해에 떨어지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거기에 "영해에 적의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군대가 세계에 어디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북한군의 군사적 대응에 대해 "정당한 자위권의 행사이며 침략자, 도발자에 대한 당연한 징벌"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앞으로도 우리 군대는 남조선군이 조국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을 계속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한국군에 대해서는 "한다면 하는 우리 군대의 엄중한 경고를 확실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이 한국 단독 사격훈련이라고는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으로 이뤄진 국제 연합군 사령부 회원국이 참관한다. 그들 참관단은 "통상 참관의 일환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으로부터의 반격을 견제, 억제하는 것이 목적인 것은 분명하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연평도 사태 복수를 위해 기세가 등등한 한국군이 북쪽을 향해 발포하는 등의 도발이 없도록 감시하는 것에도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결론을 말하자면, 항공모함을 동원했던 지난 한미 합동군사연습처럼 이번 훈련도 북한은 보고만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치킨 레이스는 북한의 패배가 된다. 동시에 후계자로 결정된 김정은 노동당 군사부위원장의 '권위'가 실추되기 마련이다. 과연 북한이 이대로 점잖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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