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경영서, 다이어트 참고서, 유명 소설가의 신작... '책 많이 읽는 나라'로도 유명한 일본에서는 올 한해에도 많은 책이 발간됐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비롯해 이색 다이어트법을 소개한 책, 98세 할머니 시인의 시집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올해 일본 서점가는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그렇다면 올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어떤 책일까? 일본의 랭킹사이트 오리콘은 일본 전국 서점 판매부수를 근거로 '2010 연간 책 랭킹'을 집계해 1일 발표했다.
▲ 1위 (판매부수 : 121만 2천부)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もし高校野球の女子マネージャーがドラッカーの「マネジメント」を読んだら) 저자 : 이와사키 나쓰미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 ©ダイアモンド社 | |
올해 일본 서점가에는 청춘소설과 경영서를 퓨전시킨 독특한 한권의 책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경제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이 책은 종합 부문 및 경영서 부문에서도 각각 1위에 올라 2관왕을 차지했다.
책은 한 고교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가 실수로 미국 경영학자 피터・f・드러커의 경영서 '매니지먼트'를 산 후 그 이론을 살려 동료들과 함께 고시엔(甲子園 :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 리그)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딱딱한 경영서를 청춘소설 형식으로 구성한 내용과 라이트노벨(표지 및 삽화에 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연상시키는 '미소녀 일러스트' 표지와 삽화, 인기 아이돌그룹 akb48의 멤버를 소설 속 주인공의 모델로 기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접목을 통해 화제가 됐다.
경영서를 필요로 하는 직장인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이같은 독특함을 무기로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작품은, 발간 후 14주째인 3월 29일 베스트셀러 top10에 오르더니 7개월째인 6월 21일에 이르러 당당히 종합 판매부수 1위를 차지했다.
화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책 제목을 줄인 '모시도라(もしどら)'라는 단어는 '올해 신조어・유행어대상'에 노미네이트 됐고, '2010년 일본 히트상품 순위'에도 책 제목이 올랐다. 내년 3월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nhk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책의 저자는 이같은 폭발적 인기를 예상 못하고 "10년 전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작품도 내년 발간이 결정됐다"며 아직까지 어리둥절한 모습이라고 한다.
▲ 2위 (판매부수 : 113만 7천부) 밴드 1개로 살이 빠진다! 감는 다이어트(バンド1本でやせる! 巻くだけダイエット) 저자 : 야마모토 지히로
▲ 밴드 1개로 살이 빠진다! 감는 다이어트 ©幻冬舎 | |
판매랭킹 2위는 다이어트 참고서가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신간을 누르고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100만부가 넘게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또 지난 20년간 다이어트 참고서로서는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책은 몸에 밴드를 감아 자세를 교정하여 신체대사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발간된 2009년 가을부터 일본 매스컴에서 연일 소개되며 삽시간에 입소문이 퍼졌고, 연예인이 직접 밴드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이 소개되어 인기가 높아졌다.
▲ 3위 (판매부수 : 84만 7천부)1q84 book3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1q84' 제 3권 ©jpnews/山本宏樹 | |
3위는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으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신간이 차지했다. 작품은 작년 발간된 1권과 2권에 이어 올해 3권이 발간되며 향후 내용전개 및 결말 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4월 16일 발간된 후 단시간에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며 인기를 증명한 이 책은 발간 당일 새벽부터 서점 앞에 책을 사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 발매 당일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책을 구입한 일본인들 ©jpnews/山本宏樹 | |
세계적인 소설가의 신간은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1~3위를 휩쓸며 '하루키 열풍'이 건재함을 증명했고 올해 '공무원이 가장 많이 읽은 책', '제주시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읽은 책' 등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책은 1권과 2권이 일본 내에서 각각 100만부를 돌파한만큼 3권도 100만부를 무난히 달성해 '트리플 밀리언셀러'가 될 전망이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164만 7천부가 팔려 작가별 판매량 랭킹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 4위 이하 4위 이하 순위에도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보인다. 4위로는 이전 <제이피뉴스>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타니타의 사원식당- 500kcal에 배부른 정식(タニタ『体脂肪計タニタの社員食堂 500kcalのまんぷく定食)이 차지했다. (관련기사 :
日 100만부 팔린 체중계 회사 요리책?)
체중계를 개발 및 판매하는 타니타사가 사원들의 건강을 위해 11년전부터 저칼로리, 저염식 사원식당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방송에 소개된 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메뉴 및 요리법을 담은 책 발간으로 이어졌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칼로리는 500kcal 미만인 다양한 요리법이 담겨있어 독자들 사이에서는 "책을 통해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8위는 99세로 늦깎이 데뷔한 신인 할머니 작가의 시집이 차지했다. '약해지지마(くじけないで)' 라는 제목의 시집은 저자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인생이 녹아있고, 삶의 용기를 북돋워준다는 입소문과 함께 '부모님, 친구, 지인에게도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꼽히며 인기를 누렸다. (
관련기사 : 99세 시인의 첫 시집, 열도를 울리다)
평생을 글쓰기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아온 시바타 할머니는 92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응모한 작품이 6000:1의 경쟁률을 뚫고 산케이신문 1면에 실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도 '약해지지마' 라는 제목으로 10월 발간됐다.
그 외로도 올해 일본 서점가는 '실용', '실천' 키워드가 유독 강세를 보였다. 실용적이며 쉽게 실천할 수 있을만한 자기계발서들이 많은 인기를 누린 것이다.
어렵다고 지나치기 쉬운 시사 문제를 쉽고 정확하게 해설하는 것으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池上 彰)의 자기계발서가 6위에 올랐고, '저렴하고 쉬운 방법으로 예뻐지자'를 모토로 관련 기구를 부록으로 제공하는 서적 및 브랜드 가방 등을 동봉한 책이 여성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각각 7위, 9위를 차지했다.
2010 연간 책랭킹 종합부문 top 10 (2009년 11월 23일~2010년 11월 21일)1위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もし高校野球の女子マネージャーがドラッカーの「マネジメント」を読んだら) - 121만 1835부
2위 밴드 1개로 살이 빠진다. 감는 다이어트(バンド1本でやせる! 巻くだけダイエット) - 113만 7159부
3위 1q84 book3 - 84만 7085부
4위 타니타의 사원식당- 500kcal에 배부른 정식(タニタ『体脂肪計タニタの社員食堂 500kcalのまんぷく定食) - 83만 5010부
5위 초역 니체의 말(超訳 ニーチェの言葉) - 61만 6007부
6위 전하는 힘 '말하기' '쓰기' 듣기' 능력이 직업을 바꾼다!(伝える力 「話す」「書く」「聞く」能力が仕事を変える) - 54만 8320부
7위 상쾌해지는 예쁜얼굴 롤러(スッキリ美顔ローラー) - 50만 6227부
8위 약해지지마(くじけないで) - 48만 8154부
9위 cath kidston“hello!”from london - 48만 7085부
10위 일본인이 모르는 일본어2(日本人の知らない日本語 2) - 47만 0186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