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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촬영지 아키타, 아오모리 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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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일본 도호쿠지역으로 단풍구경을 떠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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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순(일본 전문 번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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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 싶은데 어느 새 창문을 흔들어대는 바람이 차갑다. 언제나 그렇듯 짧기만 한 가을은 늘 아쉬움의 계절이다. '올해는 꼭 단풍구경을 다녀오리라' 해마다 벼르고 벼르지만, 설악산, 내장산, 유명산…… 이 나이가 되도록 금수강산 내나라 단풍놀이 한 번 가지 못했다면 곧이 들을 리 있을까마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단풍으로 유명한 국내 명소의 가을여행은 기억에 없다. 단풍 절정기가 되면 그곳들은 언제나 자동차로,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어 길 떠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가을이 떠나버리곤 했으니까. 드디어, 올핸 단풍을 찾아 일본 동북지역의 아키타(秋田), 아오모리(靑森)현에 가기로 했다. 일본친구와 국내의 여행사 담당자에게 물으니, 운이 좋으면 끝물 단풍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대답. 그러나 이번 여행은 내가 속해 있는 일본어 번역모임에서 1년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었고, 여러 사람의 사정을 감안해 정한 날짜였기 때문에 변경이 어려웠다. 온천이 좋기로도 유명한 곳이니 그것으로라도 만족하면 되겠다 싶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날씨마저 불안하다. 며칠 전 눈도 내렸다는 소식이고, 3박 4일 여행기간 내내 비 아니면 흐림이라고 나온다. 그래서 아직 이르다 싶은 오리털 파카도 챙겼다. 11월 초, 아키타, 아오모리 쪽은 다행히도 단풍이 절정이었다. 도착한 날만 비가 조금 내렸을 뿐, 날씨도 하늘 푸르고 산들바람 부는 전형적인 가을날씨였다.
3박 4일 일정 중, 일본 무사시대 분위기를 맛보며 늦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 여유롭게 거닐었던 무사마을 가쿠노다테(角館, 아키타 현 소재)의 가을을 먼저 소개하겠다. 여행기라면 여정(旅程)을 따라 순서대로 적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장소별로, 마음 내키는 대로 옮길까 한다. 秋彩角館 あきいろかくのだて 2010年10月30日(土)~11月14日(日)
(‘아키이로 가쿠노다테’…아키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문구다. 가쿠노다테의 아름다운 가을 색에 흠뻑 젖어보라는…)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의 작은 교토(小京都)로 불리는 가쿠노다테(角館)의 무가(武家)저택들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넓은 길 부케야시키 도오리(武家屋敷通り)를 중심으로 양쪽에 늘어서 있다. 수백 년 된 고목이 줄지어 있고, 수양벚나무가 마을을 뒤덮고 있어 봄에 간다면 벚꽃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것만 같다. ***가쿠노다테는 미치노쿠(みちのく, 현재의 후쿠시마현(福島県), 미야기현(宮城県), 이와테현(岩手県), 아오모리현(青森県)을 뜻하는 말)의 작은 교토(京都)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서정이 살아있는 곳이다. (자료참고:카쿠노다테 관광협회 http://kakunodate-kanko.jp/akiiro/autumn.html)
▲ 노란 단풍에 앵글을 맞추는 일본남성에게서도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온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1853년부터 간장, 된장을 양조해 오고 있는 안도양조원(安䕨釀造元) ©최경순 |
|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1853년부터 간장, 된장을 양조해 오고 있는 안도양조원(安䕨釀造元).이 집에서 파는 맛있는 간장을 사오고 싶었지만, 무게 때문에…….
▲ 아키타 현 지정 역사관 무사저택 아오야기케((靑柳家) 입구 ©최경순 | | 아키타 현 지정 역사관 무사저택 아오야기케((靑柳家) 입구. 밖에서 보기와 달리 안에 들어가면 많은 건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사이에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은 산책하면서 시라도 한 수 읊어질 것 같은 운치 만점이었다.
▲ 고급 무사였던 아오야기케(靑柳家)의 여인들이 입었던 기모노 ©최경순 | | 고급 무사였던 아오야기케(靑柳家)의 여인들이 입었던 기모노와 당시 무사들이 사용했던 장신구, 생활용품들에서 호화로웠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 편으로 무사는 기리스데고멘(切捨御免)이라는 특권을 갖고 있었지만 항상 긴장하고 살아야 했다고 한다. ‘무사의 특권’은 평민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거나 참기 어려운 무례를 당했을 경우 즉석에서 베어 죽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특권이었다. 그러다 보니 원한을 사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 신사나 신궁 입구에 가면 어김없이 놓여 있는 御手洗(미타라시). ©최경순 | | 아오야기케의 어느 전시실 앞의 아주 작은 미타라시를 찍자 친절하게도 '사용법'을 실연으로 보여주는 일본 아주머니. ‘국자로 물을 떠 손잡이를 닦고 다시 물을 떠 입을 헹궈내는 것이 올바른 예의'라고 일러준다. 절대 마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 오래된 건물의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한국의 여행객들.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시길…… ©최경순 | |
▲ 문득 '액자'가 걸린 건물을 보았다. ©최경순 | | 숲을 연상시킬 만큼 오래된 나무가 울창한 아오야기케(靑柳家) 이곳 저곳을 거닐다가 문득 '액자'가 걸린 건물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이 가을, 너무도 아름다운 경치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해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 자세히 보니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 이 가을, 너무도 아름다운 경치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해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최경순 | |
▲ 기념촬영을 막 끝내고 돌아가는 기모노 차림의 여인 ©최경순 | | 가쿠노다테에서 역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아오야기케(靑柳家)에는 조그만 사진관이 있는데 무사시절의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마주 보이는 검은 나무 벽은 무사저택의 담장. 이 마을은 대부분 검은 색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주변의 나무들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 서양인의 눈으로 본 막부말기 모습 ©최경순 | | 아오야기케 ‘숲속’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막부말기 사진전시관'이란 곳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100여 점의 사진 속에는 서양인의 눈으로 본 막부말기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중 인상적인 사진 몇 커트를 찍었다. 한창 건설 중인 에펠탑도 그렇고, 외국의 사진가가 판매하기 위해 찍었다는 유녀(遊女)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재미있다. 목욕하는 여인의 모습은 당시 일본여성 몸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데, 성인임에도 아이들처럼 자그마하다. 위 오른쪽 사진은 당시 쇼군(將軍)의 모습. 유리에 금이 간 액자를 그대로 둔 것으로 보아 그 때의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가쿠노다테로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마쓰바(松葉)역 주변 풍경.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쓰바역은 열차도 1~2분 밖에 서지 않는 무인(無人)역이다.달랑 2칸의 차량만으로 달리는 ‘귀여운’ 열차였다. 내륙을 관통하는 이 열차는 저렴한 요금으로 주변 경관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 달리는 열차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스치는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사치를 누려보고 싶다.
▲ 내륙선종관열차(內陸線縱貫列車) 안에도 단풍을 꽂아둔 센스~! ©최경순 | | 내륙선종관열차(內陸線縱貫列車) 안에도 단풍을 꽂아둔 센스~! 발 닿는 곳 어디에나 있었다, 아름다운 가을이…. 카쿠노다테 역에 내리자 이 역의 상징인 기차모형 헝겊인형을 든 역의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가쿠노다테 바로 앞 공원에서 놀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 너댓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인데도 떨어져 있는 고운 단풍을 주워 나에게 건넨다. '아리가토~!'
▲ 기차에서, 버스에서, 곳곳에서 만난 단풍 길… ©최경순 | |
마쓰바역(松葉驛)에서 종관열차(내륙열차)를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난 가쿠노다테 역. 개찰구를 나오자 '이병헌과 김태희'가 반겨주고 있었다. 아키타 현은 드라마<아이리스>로 인해 '대박'을 맞은 곳. 작년까지만 해도 아키타를 찾는 한국인은 별로 없었지만, 드라마 촬영 이후 지금은 한국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비행기 좌석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니, 일류(日流)붐? 역 밖에서는 또다시 빨간 우체통이 반겨준다.
여행객의 정서를 한껏 풍부하게 해준, 아름다운 역이다.
종일이라도 거닐고 싶었던 가쿠노다테의 메인 스트리트 부케야시키 도오리(武家屋敷通り). 전통이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에 빠져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카쿠노다테에서는 도호쿠 아키타의 작은 교토답게 흔치 않은 광경을 만나기도 한다. 관광객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는 곳이어서 마침 영화를 찍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뒤로 가는 전동차에 카메라맨이 앉아 인력거를 타고 가는 기모노 여인을 찍고 있다. 인력거 이용 : 15분-3천엔, 30분-5천엔, 1시간-9천엔
가쿠노다테 역사촌 아오야기케(靑柳家)를 둘러본 후 그 주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단풍 고운 식탁에서의 점심(지역 특산물 이나니와 우동)은 그 맛이 더 각별했다.
(여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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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1/10 [11:40] 최종편집: ⓒ jpnews_co_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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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올해 단풍이 별로라고하던데 그대신 일제 단풍으로 가을을 마감하는군요. 어째 저리도 색깔고운지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공기가 좋아 그런가요? 어쨌든 눈이 밝아지는거 같애요.. 다음 여정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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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만 저렴하면 다녀오고 싶은데 |
돈이 |
10/11/11 [1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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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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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제주도 가는 비용 정도 밖에 안 들듯... |
우나기 |
10/11/17 [2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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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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