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vs 오자와 이치로.
불과 3주일 앞으로 다가온 일본 민주당 대표선거에 간 나오토 총리의 대항마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차기 총리대신 되나? ©jpnews | |
오자와 씨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오자와 그룹 및 친(親) 오자와로 분류되는 중진들이 최근 여러차례 회담을 가지면서 오자와 옹립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민주당 임시대표선거에 출마했던 다루토코 신지 국회대책위원장을 비롯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히라노 히로후미 전 관방장관 및 고시이시 아즈마 참의원 의장 등 거물급 민주당 중진의원들이 대표적인 오자와 옹립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미 지난 16일 자파 의원과 친 오자와 그룹 의원들 약 160여명이 참가한 연수회를 가진 바 있다. 오자와 씨도 연수회에 참석했다.
그는 대표선거와 관련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연수회에 참석한 다수 의원들은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한 정국운영 공백을 메꿀 지도력과 카리스마는 오자와 전 간사장 밖에 없다"며 오자와 씨의 대표선거 출마를 재촉했다.
이런 가운데 관망자세를 취하던 다루토코 의원과 미쓰이 와키오 국대위원장 대리 등이 20일 도내에서 회합을 개최했다. 이들은 회합에 참석한 하토야마 전 총리와 히라노 전 관방장관 등과 함께 오자와 옹립을 결의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선 오자와 전 간사장이 대표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일치를 봤다고 한다.
이들은 또 출마 촉구를 오자와 씨의 측근이자 오랜 정치적 동지인 고시이시 아즈마 참의원 의장에게 일임하는 것도 결정했다. 회합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쓰이 의원은 "우리들은 오자와 씨가 출마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정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고시이시 의원이 직접 오자와 씨에게 우리들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이니치신문은 "옹립파 의원들은 오자와 지지뿐만 아니라 간 나오토 총리 그룹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에도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간 총리는 내주 월요일(23일)부터 신진의원들과의 회합을 가지는 등 선거운동에 돌입하려 했지만 한 신진 중의원 의원은 오자와 그룹의 선배의원이 '간 총리가 주도하는 회합에 나가지 마라'라는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이 신진의원은 결국 간 총리 회합에 불참할 의향을 굳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간 총리 지지 그룹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20일 밤 도내에서 회합을 가진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성 장관 그룹(약 40명)은, 이번 대표선거에서 간 총리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마에하라 씨는 인사말에서 "우리들은 간 총리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 가진 약식기자회견에서도 "간 총리와의 연계를 중요시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중 지명도가 높은 렌호 의원과 에다노 유키오 현 간사장 등도 간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공개예산심의회의를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획득한 렌호 의원은 "대표선거에서 만약 간 총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표로 선출돼 총리대신에 취임한다면 즉시 총해산-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며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현 상황에서 총선거를 실시한다면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획득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즉 그녀의 말은 민주당이 야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간 체제로 남은 3년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료들의 의견도 각양각색이다. 20일 정기각료회의 후 가진 각 장관들의 기자회견은 오자와 씨를 견제하는 목소리와 거당태세(挙党態勢)를 추구해야 한다는 발언이 오고 갔다. 직접적으로 오자와를 지지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강경파 중 일부는 "이왕 이리된 것 제대로 맞붙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오카다 가쓰야 외무성 장관은 "오자와 씨는 정치자금 규정법 위반혐의로 인해 검찰심사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소 가능성이 있는 분이 당대표, 즉 총리대신이 된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낀다"고 말해 오자와 출마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탈 오자와로 알려진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오자와 씨가) 출마해서 제대로 선거가 이뤄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겐바 고이치로 공무원제도개혁담당 장관, 노다 요시히코 재무성 장관 등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 둘은 원래 친(親) 간 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었으나 참의원 선거이후 간 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겐바 장관은 참의원 선거 당시 간 총리가 꺼낸 소비세 10% 인상논의를 두고 강하게 비판한 전력이 있다.
하라구치 가즈히로 총무성 장관 역시 "누군가(오자와 씨)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파벌항쟁으로 무너져 간 자민당 정권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고 말해 오자와 씨가 출마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내 비쳤다.
하지만 이번 대표선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간 총리와 오자와 씨는 묵묵부답이다. 간 총리는 23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오자와 씨는 출마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주말에 오자와 씨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