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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의 엔고(円高), 해결책은 안보여...
자동차 및 가전 메이커 커다란 타격 입을 듯... 수입기업도 별 이득없어
 
박철현 기자
"어떻게 저렇게까지 올라가나..."
 
11일, 일본의 외환딜러들이 한숨섞인 탄성을 내질렀다. 전날 같은 시기보다 56전 오른 달러당 85엔 11전으로 장을 마감한 도쿄외환시장이었지만 세 시간후 장을 개시한 런던거래소에서는 달러당 84엔 70전까지 엔고가 지속됐다.
 
15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엔고현상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일본.
 
원인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융완화 조치 때문이다. frb는 10일 주택론 담보증권의 상환으로 회수된 자금을 장기국채구입에 전용할 것이라고 발표해 사실상 추가금융완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곧 장기금리의 저하를 의미한다. 미일 금리차를 의식한 딜러들은 이 발표가 나오자 마자 달러를 팔고 엔을 사들였다. 
 
이런 움직임에는 중국도 영향을 미쳤다. 11일 중국은 7월 한달간 소매업 매상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경기불황을 염려한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는 엔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이다.
 
이들의 급격한 엔 매수로 인해, 앞서 언급했듯이 이날 저녁 런던거래소에서는 84엔 70전까지 엔 가치가 치솟았다. 달러당 85엔 장벽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95년 7월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또한 닛케이지수도 급격히 하락해 3주만에 9,200엔대로 다시 떨어졌다.
 
문제는 이번 엔고현상이 15년전의 엔고현상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은 "(15년전과 달리) 이번 엔고현상에 일본이 마땅히 대처할 길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미국 정세에서 비롯된 달러약세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이 지적한대로 이번 엔고현상은 전적으로 미국의 경기부양책 때문에 나타났다. 08년 9월 리먼쇼크 이후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출자전략, 국가세출전략 등을 짰다. 이를 위해 미국정부는 기업의 수출과 해외실적을 증가시키기 위해 '달러약세' 전략을 용인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0년 봄에 발생한 그리스 재정위기와 경기자극을 위해 수출에 눈을 돌렸고, 이에 따라 암묵적인 유로약세 전략을 펴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eu 중심국가들이 유로약세를 방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미국과 eu에 비해 일본은 금융기관의 경영불안이 사실상 없고, 또 중국, 아시아 신흥국 성장의 은혜를 입어 미국 및 eu에 비해 안정적이라 평가받고 있는 안전자산인 일본의 엔에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지난 2년간 세계주식시장, 환율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엔 매수 현상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는 곧 다른 주요국가들에 비해 일본의 금융, 통화정책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은 frb를 통해 적극적인 통화안정책을 취하고 있고 eu 역시 중앙은행의 컨트롤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데 일본만이 아무런 대책없이 세계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 이미지   ©jpnews/山本宏樹
 
현재 일본정부나 일본중앙은행(日本銀行)는 기본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1월 재무성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경제계에서는 1달러 90엔 중반대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좀 더 엔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을 정도로 일본은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을 꺼려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될수록 수출주도형 기업들의 심리는 위축된다. 일본자동차공업회의 시가 도시유키(닛산자동차 최고집행책임자) 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의 환율수준은 예측을 초월한 엔고 상황으로 국내생산 및 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1980년대 중반 불어닥친 엔고현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몇 개월후의 어음결제 레이트를 미리 정해놓는 '환율예약', 그리고 기업예치금 비축 등의 대책을 세웠지만 이런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당 1엔이 높아지면(엔고) 연간영업이익에서 도요타가 300억엔, 혼다와 닛산은 각각 170억엔, 150억엔의 손실을 입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가전제품업계도 마찬가지로 그 액수는 자동차메이커보다 적지만 히타치제작소가 37억엔, 후지쓰가 15억엔 손실을 입게 된다고 한다.
 
일본의 제조업 메이커들 역시 4월이후 완만한 엔고현상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이들이 예상한 수치는 달러당 90엔전후였다. 즉 달러당 90엔 수준을 예측하면서 비즈니스 전략을 짰다는 말이다. 이는 곧 이 예상을 초월한 엔고현상이 진행된다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가령 도요타는 85엔대가 지속된다면 1500억엔의 영업이익손실을 입게 된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수출기업 뿐만 아니라 수입기업도 업계별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화학업계 등 원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엔고현상으로 일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이 주로 사용되는 자동차 및 가전 메이커의 수요가 저하된다면 기업실적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엔고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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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12 [13:50]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이건 정말 3456 10/08/12 [14:56]
적극적으로 대응해야죠. 수출 산업의 경쟁력 유지는 일본 경제 회생의 제1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과 재무성은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기는 커녕 비정상적으로 날뛰고 있는 환율시장의 이상 조류를 그저 방관하고만 있으니... 원화 약세를 유도하여 한국 수출기업들의 배만 잔뜩 불려준(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반작용으로 내수 경기는 침체 일로에 있지만) 리만(MB&만수) 브라더스같은 행태를 보이면 물론 곤란하겠지만 자국의 국익이 손상되는 꼴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앉아 있는 태도는 솔직히 납득할 수가 없네요. 환율시장에의 정부 개입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때로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유발하는 등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지켜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수정 삭제
환율대응을 꺼리는게 아니라 환율대응을 못하는겁니다. 123 10/08/13 [05:36]
경제프로에서도 나왔었지만 부채를 팔고 다시 메꾸는것도 버거운 일본정부가 환율개입을 하는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수정 삭제
엔고는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임 max 10/08/13 [15:58]
일본은행이 시장 개입한다고 엔고 현상이 진정되기는 힘들다고 생각됨

그동안 국제 금융자본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던 미국과 유럽의 국채가 금융위기 이후 그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제 투기자본이 그 대안으로 금과 일본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이 최근 엔고의 원인..


일본은행이 시장 개입한다해도 이는 국제투기자본이 엔화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만을 제공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큼

엔고가 엔저로 반전되려면 서방 선진국의 경기가 정상화되며 이들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정책을 중단하고 정책금리를 올려 일본과의 재정금리차가 다시 벌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럴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엔화의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큼 (중국도 최근엔 미국 국채대신 일본국채를 사고 있는 상황이니) 수정 삭제
뭐... .. 10/08/13 [16:34]
당장은 힘들어도 나라는 부자가 되잖아. 수정 삭제
중국이 일본 국채를 대대적으로 매입했다는 뉴스가 있었죠. 베린 10/08/18 [05:35]
중국 대박 났군요. 워~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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