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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예술 축제, 내부를 들여다보다
5만 명 집결! 제 31회 도쿄 디자인 페스타 현장을 가다
 
안민정 기자
예술가들은 전부 모여라!~ 끼를 발산하자!

일본 최대 디자인 페스티벌 '(도쿄) 디자인 페스타'가 지난 5월 15일, 16일 양일간 도쿄 빅사이트(국제전시장)에서 개최되었다.

1996년 제 1회가 열린 디자인 페스타는 예술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사전 심사를 하지 않는 일본 최초의 아트 이벤트로 시작되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디자인 페스타는 그림, 음악, 댄스, 퍼포먼스, 영상 등 어떤 작품이라도 참가할 수 있고, 연령불문, 국적불문, 나이불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매년 두번씩 개최되는 디자인 페스타는 벌써 31번째 생일을 맞았다. 해를 거듭할 수록 다양한 나라에서 개성있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등 장르가 다양해져, 이제는 아시아 최대의 아트 페스티벌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세계 23개국의 아티스트들이 8,500명이 출전했고, 5,720개의 부스가 마련되었다. 출전자의 성별 비율은 남성 29%, 여성 67%. 연령대는 20대가 절반 정도인 46%, 30대가 28%, 40대는 7% 수준으로, 참여 지역별로는 관동지방이 56%, 긴키 9%, 주부 8% 등의 순서로 많았다. (디자인 페스타 오피스 조사)

▲ 디자인 페스타는 공간을 빌려 자신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의 축제!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이벤트장은 크게 부스 영역, 쇼 스페이스, 라이브 스테이지, 미니 시어터 스페이스, 레스토랑& 카페 영역으로 구분된다. 부스 영역은 1.62평 미니부스 1일 사용료 10,500엔, 3.24평 18,900엔, 4.41평 26,250엔으로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공간을 하루 혹은 이틀동안 구입하여 사용한다.
 
한국 원으로 환산하면 가장 작은 공간도 하루 십만 원을 넘는 비싼 가격이지만,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은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디자인 페스타 공간을 기꺼이 산다. 사전 심사가 없기 때문에 공간을 구입한 시간동안 그 안에서 무엇을 하던 아티스트의 마음 내키는 대로다.
 
댄스, 퍼포먼스, 패션쇼, 무엇이든 쇼 형식으로 선보일 수 있는 쇼 스페이스는 30분 공연에 31,500엔, 영상물 상영은 30분에 10,500엔, 라이브 무대는 40분에 36,750엔에 판매된다. 가난한 아티스트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금액.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들이 디자인 페스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사연을 직접 들어보았다.
 
▲ 디자인 페스타에 출전한 사진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5만 명이 찾는 최대 예술 축제, 소통을 위해 찾다

아마추어 사진가 a씨는 두번째로 디자인 페스타에 참가했다. 한 평짜리 작은 부스를 아티스트 동료 6명과 함께 꾸미고 있었다.  a씨는 지금까지 찍은 사진을 파일로 묶어놓았고, 친구들은 손으로 만든 장신구, 코스프레에 어울릴 듯한 의상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디자인 페스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잖아요. 관심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장소는 아마 디자인 페스타 뿐일 거예요. 출전자들은 개성있고, 자유롭고, 무엇을 해도 상관이 없죠. 젊은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자신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어요" 사진가 a씨가 말했다.
 
디자인 페스타는 이틀간 약 5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찾는다. 디자인 페스타가 열리는 첫 날당일 티켓을 사려면 한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혼잡하다.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아티스트도 많지만, 그들에게 무언가를 얻으려 하는 관객도 많이 찾는다.
 
"자신이 어떤 작품을 만들면 누군가에게 막 보여주고 싶잖아요. 그런데 개인전을 열기에는 힘들고. 디자인 페스타는 그런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곳이예요" a씨는 디자인 페스타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천조각 옷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 우리처럼 이렇게 만드는 사람도 있고. 일본은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나라죠. 이런 분위기가 디자인 페스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 미래의 일러스트레이터 여고생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교복을 입은 여학생도 눈에 띄었다. 여학생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색연필로 색을 칠하고, 가위로 오려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친구에게 소개를 받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그림을 누구에게 보여줄 기회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출전하게 되었어요. 그림이 이렇게 즐겁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여고생은 11월에 열리는 디자인 페스타에는 대학 입시 준비로 참여할 수 없지만, 끝나면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디자인 페스타는 일러스트,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페스티벌이에요. 이곳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요" 자신의 그림에 마음 들어하는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또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했다.
 
▲ 캐릭터 작가 7명이 한 자리에 모인 부스도 눈에 띄었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취미가 아닌 전문가들도 많이 있었다. 캐릭터 작가 7명이 모여 만든 그룹전에는 '축제'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작가들이 서로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었다. 
 
"처음인 사람도 있고, 몇 번씩 참가한 사람도 있습니다. 디자인 페스타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서 불특정 다수에게 선전하는 데 좋습니다. 캐릭터 작가 한 명, 한 명이 개인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전시를 하기는 힘들죠. 그래서 디자인 페스타를 통해 캐릭터 시장이 더 커지고 홍보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캐릭터 작가 대표 야베 씨는 말했다. 
 
각양각색 부스를 구경하다보면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나 춤을 추는 사람,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직접 부스를 빌려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디자인 페스타 관객이지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 디자인 페스타에서 만난 클라리넷 부는 어머니와 딸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유카타(여름 기모노 같은 것) 차림에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중년 여성과 그 옆에서 메이드 복장을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아는 소품 가게를 응원하기 위해 스스로 참가했다는 엄마와 딸은 벌써 두, 세 번째 디자인 페스타에 함께 오고 있다고 했다.
 
"디자인 페스타는 현실에서 벗어나 꿈이 실현되는 곳. 대단히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즐겁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아티스트들은 여러 부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화려한 색감의 그림 앞에서 아이들 셋, 넷이 뛰어 놀고 있는가 하면, 아이의 엄마인 듯한 여성들이 아이들의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담고 있기도 했다. 원색 그림이 마음에 드는 지 또래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부스 안을 뛰어다녔다.
 
▲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엄마 화가 신가이씨. 작품 앞에서 아이들과 한 컷.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린 아티스트는 엄마 화가 신가이 에이 씨. 얼핏보면 학생인 듯 어려보이는 외모지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장난꾸러기인 남자아이 엄마라고 했다. 육아에 전념하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취미 생활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일년에 한 두 번 디자인 페스타 공간을 빌려서 전시를 하고 있다고 한다.
 
뛰어노는 아이들과 지켜보는 엄마들은, 동네 근처에 사는 비슷한 또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모임에서 만났다고 한다. 디자인 페스타의 매력은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은 것.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국 아티스트 대거 참여, 디자인 페스타의 매력은?

디자인 페스타는 젊은 한국 아티스트들도 많이 참여하기로 유명하다. 올해는 약 80여 개 부스, 140여 명의 한국인이 디자인 페스타에 출전했다. 홍대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델로스'가 이끄는 일러스트 시크릿 동호회 회원 28명도 15개의 부스를 빌려 디자인 페스타를 찾았다.
 
벌써 몇 번씩 참가한 적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델로스 씨는, "(국내 아티스트들은) 외국 전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일본 디자인 페스타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때문에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죠. 디자인 페스타에 참여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동호회 사람들과 지난해 말부터 계속 회의를 하면서 준비를 해왔어요" 
 
한국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일본 혹은 세계 각지 관객을 상대로 영어,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자신의 작품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예술은 통한다고 했던가. 신기하게도 관객들과 무난히 소통을 하고 있었다.
 
▲ 홍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델로스도 참여!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한국 프리마켓에서 예술 감각을 뽐내고 있는 작가들도 18팀, 30명도 참가했다. 수제 실버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 '레브드륀느' 크리에이터 김슬기 씨가 프리마켓 회원들을 인솔하여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슬기 씨는 이전에도 디자인 페스타를 구경하러 온 적이 있고, 출전한 것은 두번째라고 한다. "디자인 페스타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눈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공부도 되고"라며 이 곳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도 겨우 물건을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지만, 여러번 일본을 찾는 사이에 필요한 일본어를 배웠다. 비록 일본어는 부족하지만, 외국인에게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판매하면서 국제적인 반응을 살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예전에는 일본이랑 한국이랑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았는데, 지금은 거의 비슷해요. 올해 말에는 영국으로 유학 예정이라 다음번 디자인 페스타에는 참가할 수 없지만 또 오고 싶어요" 김슬기 씨의 작품을 보면서 일본 관객들은 "섬세하다!" 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 디자인 페스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디자인 페스타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누구?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 페스타를 찾는다면, 구경하러 오는 약 5만 명의 관객들은 어떤 사람일까?
 
엄마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아빠는 딸을 번쩍 들고 네 가족이 사이좋게 디자인 부스를 누비고 있는 가족을 만났다.
 
벌써 열 번째 디자인 페스타를 찾고 있다는 아버지는 "사진학교 출신이어서 아주 예전에 디자인 페스타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그 때가 8회였는데 지금 벌써 31회 째네요. 디자인 페스타에 오면 예술적인 파워를 얻는다고 해야 할까,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을 뿐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작품을 들고 디자인 페스타에 출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두 명의 디자인 전공 여대생을 만나기도 했다. "벌써 4~5번은 온 것 같아요. 디자인 페스타는 매번 와도 매번 달라지는 것 같아서 즐거워요. 지난회에 봤던 작가가 이번엔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그런 기대를 하면서 오기도 해요. 디자인 관련 학교라서 친구들이 출전을 하기도 하구요. 디자인 페스타의 특징이요? 뭐든지 가능한 공간이라는 거요.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되요"
 
한국 관객도 만났다.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 오게 되었다는 두 학생. 원래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일본어 학원에서 우연히 디자인 페스타 광고를 보고 '일본에 가면 언젠가 디자인 페스타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네요. 분위기가 좋아요. 일반 전시회와는 달라요. 사람 구경, 작품 구경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어요" 라며 두 학생은 환하게 웃었다.
 
▲ 예술인 다 모여라! 디자인 페스타의 열기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전시를 보고, 물건을 사고, 디자인을 체험하고, 세계 각국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곳. 다음  디자인 페스타는 오는 11월 6- 7일 양일간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다. 뜨거운 예술정신을 느끼고 싶은 제이피뉴스 독자들이 있다면, 그럼 디자인 페스타로 가보자.
 
사진으로 보는 디자인 페스타 vol.31
 
▲  금발머리 예술가의 작품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손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만날 수도 있고, 구입할 수도 있다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먹음직스런 수공예품도 눈에 띈다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신선한 퍼포먼스를 볼 수도 있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거울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는 예술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실 공예를 선보인다는 예술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디자인 페스타 참가중에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예술가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야외 공연장에서는 정열적인 무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록 음악에 맞춰 머리를 흔들고 있는 여성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디자인페스타에서 만난 한국 아티스트들. 쌍둥이 일러스트레이터 my-ja&신미래 씨, 클레이아트가 서정인 씨, 일러스트레이터 강아름 씨 등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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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18 [13:59]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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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일본 디자인의 힘입니다. jos 10/05/19 [19:51]
일본사회에 알알이..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디자인은 그들에게 일상입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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