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른들이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곳이 서울이라고 했다. 어리숙한 시골 사람은 서울에서 피해보기 쉽다는 말을 이렇게 만들었나 보다. 지금은 인터넷, 통신 발달로 예전만한 수준 차이는 없지만, 수도와 지방에는 각각의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약 1억 2천 만 명의 전체 인구 중 10%에 해당하는 1300만 명의 사람들이 도쿄에 몰려있다. 입학, 취업, 전근 시즌인 3월에서 4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도쿄를 떠나고 찾아온다. 동경에 올라간다고 하여 '상경(上京)' 이라는 말도 생겼다. 그렇다면 상경한 일본 지방민들은 도쿄에 처음와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인터넷 goo 랭킹사이트에서 2009년 1월 조사한 <도쿄에 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랭킹>에 따르면, 1위 '사람이 너무 많다', 2위 '전철 움직이는 대수가 많다', 3위 '만원 전철', 4위 '고층빌딩이 많다', 5위 '역 출구가 많다' 등이었다. 그 밖에는 '집세가 너무 비싸다', '역과 역 사이 거리가 짧다', '한 역에 너무 많은 선이 움직인다', '공기가 나쁘다', '수돗물이 맛 없다' 등이 있었다.
도쿄에 올라와서 가장 먼저 이상한 광경으로 보이는 것은 깨알같이 많은 사람들, 그리고 도쿄인들의 필수 교통 수단 전철에 관한 것이 많았다. 주변에도 지방에서 상경한 일본인이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은 대부분 "도쿄에 온 지 몇 년째이지만, 여전히 신주쿠 역은 헷갈려요. 길을 잃곤 합니다"였다. 도쿄 신주쿠 역은 전철 노선 약 15개가 통과하고, 1일 이용객이 364만 명을 넘는다. 출구만 해도 200개가 넘으니 처음 온 사람은 고아가 되기 일쑤다. 도쿄 중심에서 1시간 정도만 떨어져도 역 크기가 작아지고, 전철 배차 간격이 넓어지는 것을 보면 도쿄 중심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지 알 수 있다. goo 랭킹을 본 일본 블로거 중 한 명은 "전철에 액정 패널이 붙어있어 일기예보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래가 왔구나라고 생각했다"라는 반응을 보여 네티즌의 공감을 얻고 있고, "마지막 전철이 새벽까지 다니는 것", "뭐든지 줄 서서 사는 것을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길 물어보고 가르쳐주면 고맙다고도 안 하고 사라진다"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 도쿄 전철 야마노테선은 출근 시간 2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 jpnews | | 돗토리현 출신 30대 여성은 jpnews의 취재에 "대학교 때 처음 올라와서 사람이 많고, 차가 많고, 높은 건물이 많은 것에 당연히 놀랐다. 내가 자란 동네는 5층 이상 건물이 별로 없었던 조용한 마을이었으니까. 아,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만원 전철에서 다른 사람의 발을 밟거나 어깨를 치고서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지역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후쿠오카현 출신 30대 여성은 "지방에 살았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지냈는데, 도쿄에 오니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른다. 도쿄 생활이 편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너무 삭막한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도쿄 근교에 사는 30대 여성은 " 도쿄 중심부에 나온 적이 별로 없어서 지하철 타는 법을 몰랐다. 나는 헤매고 있는데, 금발의 외국인이 슥 지나가는 것을 보고 '외국인이 나보다 잘 아는구나'라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현 출신 30대 남성은 "전철이 2분 간격으로 오는 것을 보고 도쿄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걸까 이상했다. 지방에 있을 땐 모두들 2~30분 전 여유있게 출발하여 그렇게 서두르지 않는데 말이다. 조금 더 빨리 출발할 생각은 안하고 마음만 급해서 택시를 타는 것을 보면 십년이 지난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도쿄에 와서 어깨를 부딪히고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일본인은 불친절하다!'라고 판단하지 마시길 바란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은 도쿄인 뿐이라는 말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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