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전세계 맛있는 먹거리가 손에 닿기 쉬워졌어도 어린 시절 나들이가서 먹은 달콤한 솜사탕 맛이나 방과 후 수다떨며 먹던 떡볶이 맛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가보다.
백화점 한 켠에는 수입식품이 진열되어 있고, 뉴요커들이 즐겨찾는 고급 식품매장 dean&deluca는 전세계 최초로 일본에 입점하여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한 켠에서는 먼지 풀풀 날리는 길거리에서 파는 식품이 인기다.
일본은 지금 b급 음식이라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값싸고 일상에서 접하기 쉽고, 서민적인 음식을 뜻하는 b급 구루메(b級グルメ, 구루메는 미식가를 뜻하는 말)가 그것이다. b급 구루메라는 말은 1985년 처음 만들어져, 2006년 아오모리현에서 b급 음식들을 모아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퍼져 2008년 경제불황과 함께 붐을 맞이했다.
▲ 맛있는 냄새 솔솔~ b급 음식이 뜨고 있다! 사진은 시로코로 곱창구이 jpnews | |
지난 5월 4일, 5일 가나가와현 아쓰기시에서는 '제 3회 가나가와 푸드 배틀 인 아쓰기'가 열렸다. 아쓰기 시에서 13개 단체, 가나가와현에서 14개 단체, b급 구루메 대표 음식 15개 단체 등 42개 단체가 42개의 b급 음식을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투표를 통해 1등 b급 음식이 선정되는 배틀 형식으로 개최되었다.
가나가와 아쓰기 시에서 이런 축제가 열리는 것은 아쓰기 시가 b급 구루메 확산에 큰 공을 세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쿄 중심부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떨어진 아쓰기 시 대표 b급 음식 시로코로 호르몬(곱창구이)은 b급 음식들의 가장 큰 축제인 b-1 그랑프리에서 3년 전 우승을 차지했다.
돼지 대장 부분을 숯불구이한 시로코로 호르몬은 b-1 그랑프리 우승과 동시에 전국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아쓰기로 시로코로 호르몬을 먹기 위해 찾아가기 시작했고, 아쓰기 시의 지역경제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여 지금은 약 30억 엔의 경제효과로도 평가되고 있다.
▲ 돼지 대장을 숯불에 구운 시로코로 호르몬의 경제효과는 30억 엔! jpnews | |
이벤트에는 이틀간 약 11만 명의 사람들이 찾았다. 어린이날을 포함한 황금연휴에 날씨도 화창하여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단위가 많았다. 소세지, 라멘, 꼬치구이, 햄버거, 만두, 야키소바 등 맛있는 냄새가 일제히 퍼지고 있고, 가게마다 긴 줄이 이어졌다. 아쓰기시 중앙공원에서 행사가 열려 행사장 밖 공원에는 풀밭에 털썩 주저앉아 음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근처 에비나 지역에서 왔다는 부부는 에비나 명물 돼지고기 꼬치구이를 먹으며
"삼겹살 스태미너 꼬치, 튀김빵이 맛있었다. 맛있어 보이는 건 다 먹어보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나왔다는 가족은 길거리 현수막을 보고 찾아왔다며
"아쓰기 명물 시로코로 곱창구이를 기대하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게 많아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로 가득 ©jpnews | |
이번 대회에는 2006년, 2007년 b-1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지노미야 야키소바, 2008년 우승 아쓰기 시로코로 호르몬, 시즈오카 오뎅, 오다와라 아지나 버거 등 이미 유명한 b급 음식들은 물론, 첫 선을 보인 아쓰기 버거, 아련한 추억의 급식 튀김빵, 히라즈카 시라스볼 등 다양한 메뉴가 선보였다.
오다와라 아지나 버거는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에서 파는 지역 햄버거로, b급 그루메 붐에 불을 붙인 음식 중 하나다. 전갱이를 갈아서 만든 가마보코(어묵과 비슷한 종류)를 햄버거 고기 패티로 사용하여 신선한 치즈와 양상추, 토마토를 넣어 깔끔한 맛을 낸다. 생선튀김에 잘 어울리는 타르타르 소스를 얹어 하나를 먹어도 든든하다.
오다와라 버거를 파는 여성은
"오다와라 버거는 오다와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b급 음식 페스티벌을 찾아주세요!"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 오다와라 버거 먹으러 오세요~ © jpnews | |
가나가와현 히라즈카에서는 청년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금 특별한 다코야키를 내놓았다. 히라즈카산 멸치에 곤약, 치즈 등을 넣어 겉은 바삭바삭, 안은 폭신하게 익힌다. 쪽파를 듬뿍 얹고 마요네즈를 뿌려먹는 히라즈카 시라스 볼은 다코야키치고는 든든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올해 가나가와 푸드 배틀 우승 음식은?이번 대회 우승선정은 대회장을 찾은 사람들이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투표함에 젓가락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가 마무리되는 오후 4시에는 통에 담긴 젓가락 무게를 재고, 심사위원 점수를 더해 우승팀이 결정되었다.
첫째날 심사결과, 가장 많은 젓가락을 얻은 b급 음식은 아련한 추억의 급식 튀김빵. 초, 중, 고등학교에서 자주 나오는 급식 중 하나인 튀김빵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튀겨내 겉은 바삭바삭 안은 촉촉함을 유지하는 100엔 짜리 빵이 4일 하루만에 7900개나 팔리며 가장 인기였다.
5일, 오후 4시가 되자 행사 이틀간의 집계가 발표되고, 금상, 은상, 동상, 특별상 수상단체가 정해졌다.
특별상은 가나가와 푸드 배틀 금상, 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바 있는 도후덴가쿠가 수상했다. 도후덴가쿠는 두부구이에 호두 된장 소스, 한국스타일 약간 매운 된장 소스와 다진 파를 얹어낸 것이다.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두부구이가 단돈 300엔. 인기가 있을 만하다.
동상은 대회 첫 출전인 아쓰기 버거가 차지했다. 시로코로 호르몬으로 b급 음식 붐을 일으킨 아쓰기 시에서 다시 한 번 신메뉴를 개발한 것으로 간장과 된장을 넣은 소스에 담근 돼지고기구이를 잉글리쉬 머핀 스타일 빵으로 감쌌다. 폭신한 잉글리쉬 머핀 빵에 진한 고기 맛이 살아있어 b급 음식의 도시 아쓰기의 명성을 확인시켰다.
은상은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서 시의 모습을 이미지한 테루테 라멘이 수상했다. 라멘 위에 차슈(고기 편육)를 둥글게 얹고 그 위에 송송 썬 파를 듬뿍, 가운데 달걀을 얹어 초원이 많은 사가미하라시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상은 중간집계에서도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던 아련한 추억의 급식 튀김빵이 차지했다. 튀김빵은 실제 아쓰기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급식으로 빵을 제조하고 있다는 기업에서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맛의 빵을 만들어냈다.
▲ 우승은 아련한 추억의 급식 튀김빵 ©jpnews | |
아련한 추억의 급식 튀김빵을 만든 회사 오기노빵은 기름에 튀겼지만 빵 속에 기름이 스며들지 않도록 방법을 연구했고, 갓 튀겨진 빵에 설탕을 듬뿍 묻혀 젓가락에 꽂아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 뛰어오를 듯 기뻐하며 수상대에 선 스텝들은
"기름투성이, 설탕투성이가 되면서 17000개의 빵을 튀겨준 스텝들 고맙다"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 올해의 우승은 아련한 추억의 급식 튀김빵 jpnews | |
튀김빵을 먹고 있는 한 손님은
"옛날 학교 급식을 먹던 생각이 난다. 특별한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리운 맛이라고 할까?"라고 튀김빵에 대해 평가했다.
▲ 튀김빵에 설탕을 묻히는 작업중 ©jpnews | |
이번 '제 3회 가나가와 푸드 배틀 인 아쓰기'는 지역 주민 500명의 자원봉사자들 참여로 11만 명의 손님이 찾는 대성황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하고 쓰레기 하나 날리지 않는 회장을 만들어냈다.
일본 최대의 b급 음식 페스티벌 b-1 그랑프리는 오는 9월 18일, 19일 양일간 가나가와현 아쓰기시에서 열릴 예정.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b급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코후시 닭내장 조림 -코후토리모쓰니- ©jpnews | |
▲ 코후시 닭내장 조림 -코후토리모쓰니- ©jpnews | |
▲ 멸치를 듬뿍넣은 영양만점 다코야키, 히라즈카 시라스 볼 © jpnews | |
▲ 가나가와현 에비나 명물 돼지고기 고우자톤을 사용한 쇼룡포 ©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