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면)
기분 더러워! 이혼하고 싶어요!"
어느날 갑자기 아내로부터 이런 메일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지난주부터 일본은 여배우 사와지리 에리카의 이혼문제로 시끄럽다.
연예인의 스피드 이혼 문제야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고, 언론이 집중보도하는 것도 흔한 일이지만, 사와지리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25일, tv 보도 프로그램에서 사와지리 에리카가 이혼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파악하고 사전약속없이 사와지리를 찾아가면서부터다. 이 때 사와지리는
"지금은 말할 수 없다"며 이혼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발언을 했고, 이후부터 일본 언론에 이혼보도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사와지리 에리카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이혼 의지를 밝히면서 이혼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혼 원인에 대해서는 '남편이 거액의 빚이 있다' 등 남편 쪽에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흘러가던 여론이 남편 다카시로 쓰요시가 직접 해명에 나서며 '사와지리에 당했다'라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카시로는 우선 금전적인 트러블을 전면 부정했다. '사와지리의 저금통장을 깨서 생활비를 부담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며, 다카시로 쪽에서 생활비 전부를 부담하고 사와지리 계좌에 반년에 수 백 만엔 정도의 금액을 계좌이체했다고 밝혔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론을 상대로 직접 대응하고 있는 다카시로 쪽에 신빙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혼 보도 후 사와지리 에리카의 행동.
▲ 사와지리 이혼보도는 어느새 사와지리의 비난 여론으로 흘러가는 중 ©jpnews/ 幸田匠 | |
남편 다카시로 쓰요시는
"내 이혼소식을 tv에서 봤다"며 사와지리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음을 밝혔다. 사와지리는 남편과 직접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남편도 모르게 전화번호를 바꿨고, 이혼 보도 후 28일이 되어서야 '이혼하고 싶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남편에게 보냈다고 알려졌다.
일부 스포츠지 보도에서는 문자 내용 중 "(당신을 보면) 기분이 나빠져"라고 쓰여져 있었으며, 사와지리는 남편과 직접 만날 생각이 없고 대리인을 통해 이혼을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 사와지리의 휴대전화 문자 이혼 통보를 보면서 과연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휴대전화 문자 이별통보 대세일까? 사진은 이미지 ©jpnews | |
지난 4월 30일 일본 인터넷 미디어 j-cast는 '사와지리 에리카 스타일의 이혼이 더 이상 드문 일은 아니다'라는 보도를 했다. 미디어에 따르면, 문자로 이혼을 통보한 사와지리의 스타일에
"그럴 수도 있다" "오히려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 부부문제연구가 이혼상담 구급대 오카노 아쓰코 씨는 j-cast의 취재에 요즘 2~30대 이혼문제에는 문자로 통보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30대 이혼의 경우 세 쌍 중 한 쌍에 해당하는 30%가 문자로 이혼 통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헤어지고 싶다'고 직접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인 쪽으로, 남편이 이혼에 동의를 하지 않거나 둔한 사람일 경우에는 문자로 직접 이혼통보를 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는 것. 문자로 적힌 이혼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실감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문자로 이혼 통보를 받는 것에 대해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서로 얼굴 붉히면서 시간을 끌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문자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 후 나머지는 변호사에 맡기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오카노 씨의 의견이다.
일본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문자 이별 통보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문자 이별하는 사람은 최악의 인간'이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남자는 이별통보에 약해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로 보내는 것'이라고 남성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있고,
'헤어지고 싶은 기분을 확실히 전달하면서, 한편으론 자신은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겁쟁이들이 하는 짓'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도쿄에 사는 일본인 남성 h씨(22)는 jpnews의 취재에
"고교생들에게는 흔한 일이 아닌가? 주변에서는 전화로 헤어졌다는 이야기는 듣지만, 문자 이별은 들은 적이 없다. 두 사람간의 일인데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 헤어져야 하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에게 직접 문자로 이별을 통보한 적이 있는 도쿄의 여중생 l양(14)은
"주변을 보면 다들 문자로 헤어지자고 이야기한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이별 문자를 받아도 특별히 충격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l양은, 문자로 이별통보를 받은 남자친구가 헤어진 이유를 역시 문자로 집요하게 물어와 한동안 난감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도쿄 거주 30대 여성 t씨는
"문자로 이별통보를 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대로 못할 수도 있고, 심경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라며 문자 이별 통보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앞서 나온 부부문제연구가 오카노 씨는
"옛날에 집에 편지를 두고 집을 나가버렸던 것이 요즘엔 문자로 바뀐 것 뿐이다. 앞으로도 (일본은) 문자 이별 통보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