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오보 아닙니다." 일본 3대 일간지에 속하는 <마이니치신문>의 북 후계자 보도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4월 20일자 조간 1면 톱기사로 '정은씨 첫 근접촬영(近影)' 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정은(26) 씨의 최근 모습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3월 5일자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국영언론기관에 게재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김책제철연합소 시찰 사진을 크게 싣고 "김정일 위원장의 좌측편에 서 있는 이가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3남 김정은 씨"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사람이 정은 씨라는 것을 북한 보도부에 가까운 관계자와 한국정보기관 관계자가 <마이니치신문>에 증언해 왔다"면서 작년 이 신문사가 보도했던 99년 스위스 유학 당시의 김정은 씨 모습과 나란히 배치해 "김정은 씨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신문은 1면 톱기사와 별도로 3면 '클로즈업2010' 코너에서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3면 기사제목은 "순조로운 승계 어필 - 내우외환 구심력 회복 노린다"이다.
▲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은의 현재모습이라고 보도한 4월 20일 1면 지면 ©마이니치신문사 제공 | |
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의 이 보도가 나오자 마자 한국 통일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은 앞다투어 "김정은 씨의 사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통일부 관계자의 입을 빌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책제철소를 방문할 때마다 항상 옆에 붙어 있는 사람으로 김정은 씨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보의혹을 제기했고, <조선일보>는 한 술 더 떠 "이 사람은 김광남 김책제철연합소 기사장이다"라며 실명까지 냈다.
<제이피뉴스>는 오보의혹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다음은 <마이니치신문사> 광고홍보부 담당자와 오후 4시경에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오늘자(20일) 마이니치신문 1면 톱기사로 나온 김정은 씨 사진이 오보가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어디서 (그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까?"
- 한국언론이다. 마이니치신문의 기사에 대해 한겨레, 조선 등이 오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저희들은 전혀 그런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만..."
- 조선일보의 경우 김광남이라는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하고 있는데요."아! 그래요? 그런 보도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저희도 확인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저희말고 다른 한국미디어의 취재는 없었나요?"네. 현재로선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후 다시 <제이피뉴스>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30분후 <마이니치신문> 광고홍보부는 "정식코멘트를 팩스로 보내드리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각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오늘자 보도에 관해서 저희들은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외신부장 이름으로 팩스를 보내겠으니 (익명관계자가 아니라) 외신부장 이름으로 코멘트를 인용하셔도 됩니다." <마이니치신문>으로선 절대 오보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발언이다. 마이니치신문사 같은 종합일간지가 대외공식창구인 광고홍보부가 아닌 기사를 작성한 해당 부서의 책임 데스크 실명을 거론해 코멘트를 실어도 된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기사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다음은 <제이피뉴스> 앞으로 도착한 <마이니치신문>의 답변 전문이다.
"반도 겐지 마이니치신문사 외신부장의 말 : 기사는 충분한 취재에 기반하고 있으며 내용은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끝."
(일본어 원문 : 坂東賢治・毎日新聞社外信部長の話 記事は十分な取材に基づいており、内容は事実と確信しています。了。)
▲ 마이니치신문사가 제이피뉴스 앞으로 보내 온 답변전문 ©jpnews | |
그러나 '확신'에 넘치는 마이니치신문사의 기사에 대해 북한관련 전문가들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제이피뉴스>에 북한관련 칼럼을 연재하는 북한평론가 변진일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긴급뉴스로 이 사실을 올리면서 "지금 전철을 타야 하기 때문에 일단 내 개인적인 감상만 말하겠다"며 조심스럽게 오보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은 씨가 아버지(김정일 위원장)와 행동을 같이 한다면 (이 날보다) 이틀 후에 열렸던 북한 제2의 도시 함흥의 10만명 군집대회에 나타나지 않았을까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3월 6일 김 위원장 이하 당, 군, 정부 간부가 총출동해 2・8 비나령 공장 준공식에 출석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군집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0년 10월 평양에서 개최된 중국인민해방군조선전쟁참전 10주년의 군집대회 이후 처음이다. 또한 경제관련 집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변 씨는 "이 때 촬영된 사진을 보면 김정은으로 보이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들여다 보면 김 위원장을 마주 본 상태에서 오른편에 서 있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의원장 사이에 한 명 분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비어있음을 알 수 있다. 왼편에 서 있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김 위원장의 간격을 비교해 본다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며 조심스럽게 추론했다.
즉 이 날 왔다면 모를까, 3월 4일 김책제철소에 김정은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북한 제체를 생각해 볼 때 의심가는 구석이 많다는 것이 변 씨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총련중앙본부 관계자 역시 <제이피뉴스>의 전화취재에 "(그 마이니치 기사는) 거짓"이라며 "그 사람은 김광남"이라며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언론의 북한관련 보도는 오보소동에 자주 휘말린다.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은 유일하게 99년 당시 스위스 학교에 유학중인 3남 김정은 씨의 학생시절 사진을 특종보도한 적이 있다. 이 사진에 대해서도 한 때 진위여부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마이니치신문>의 특종으로 귀결났다.
그런 <마이니치신문>이 이번엔 한국 유수 언론, 북한전문가, 총련관계자 등을 상대로 "우리 보도는 사실이다"라며 주장하고 있다. 이 보도의 진위여부는 과연 어떻게 결론날지 남과 북, 그리고 일본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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