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을 두고 한국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한쪽에서는 '국가 경제 전반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평가인 반면 '제왕적 재벌총수의 대국민 사기극이다'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경제 전반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쪽의 의견은 리먼 쇼크로 인한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글로벌 기업 등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 삼성이라는 배를 가장 안전하게 이끌어 줄 사령탑이 돌아왔다는 목소리다.
한편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위기는 늘 이어져 왔으며 이러한 상황의 타파를 위해서는 1인 오너 경영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배임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사면은 있었지만 윤리적, 도의적인 책임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미국에서 급가속 문제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으며 추락해 가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가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도요타 같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결국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앞당겼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실어 흥미를 끈다.
▲ 닛케이가 보도한 삼성 이건희 회장 ©jpnews | |
<니혼게이자이신문>(3월 25일 자)은 지면을 빌어 삼성전자의 이건희(68) 씨가 24일 회장직으로 복귀하여 다시 기업 경영의 선두에 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복귀 후 이건희 회장이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없어질 것이다', '지금이 가장 위기다. 다시 시작 해야 한다'며 사원들에게 위기감 의식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를 포함해 어떤 것이든 중국에 지게 될 것이다' 등의 위기감이 삼성 내부에 휩싸여 있다"고 했다. 또, 지난 2년간 '사령관 부재'로 과감한 투자 판단이 불가능했던 삼성에 이번 이건희 회장의 복귀는 "
중국의 추격에 대비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새로운 사업 육성에 전력투구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삼성은 지난해 주력 분야였던 반도체 뿐만 아니라 lcd, pdp 등 평판 tv 시장에서도 이익률을 높여 사업 부문의 밸런스가 좋아졌으며 2009년 영업이익률이 8%로 일본 전자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그러나 평판 tv 등에서 나날이 성장하는 중국의 tcl 이나 창유집단(스카이워스)이 뒤를 바짝 쫓고 있고, 액정 패널에서도 중국 제조업체들이 첨단 기술 도입을 서두르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은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업분야를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성장사업을 2개로 나누어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4월에는 '삼성 디지털 이미징'을 합병, 액정 tv 등을 연동한 마케팅으로 일본의 캐논, 소니, 니콘을 뒤쫓을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회장이 '10년 위기론'을 말한 이상 앞으로 10년간 수익 창출을 위해 모든 힘을 동원해 조직을 다시 꾸려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며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일본 전자대기업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가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 회장의 발언 내용을 우회적으로 소개하면서 현재 리콜문제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의 현 상황을 지적한 것을, 이 신문은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한국 언론이
도요타 자동차가 촉발한 일본발 위기가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앞당겼다는 시각인 것에 비해 일본 언론은 중국의 추격에 따른 중국발 위기가 복귀에 직결했다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2009년 발표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한국 기업이 14개사가 선정된 것에 비해 37개 기업이 선정되는 등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도해 세계적으로 시장창출에 성공한 led tv 같은 경우도 뛰어난 기술력에 저가 공세까지 합쳐 이미 뒤를 바짝 쫓아온 상태다.
따라서 이 같은 양국의 시각차이는 존재하지만 어떤 게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도요타의 추락과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동시에 이 회장의 복귀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게 정확한 분석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전자부문 10대 대기업의 합친 실적이 '삼성전자' 한 개 기업 매출액보다 부족해 자존심을 있는대로 구겨버린 '전자대국' 일본.
일본에서는, 도의적 관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비판하는 시선보다 그의 복귀가 앞으로 삼성, 그리고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경계의식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