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일본에서 3월 3일은 히나 마쓰리(ひな祭り)를 하는 날이다. 딸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기 위하여 히나 인형을 장식하고 전통 음식을 먹으며 보내는 연간 중요 행사이다.
2월 즈음, 일본에 오면 상점가 어디에서나 화려한 의상의 인형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딸 있는 집이라면 히나마쓰리 전에 인형 장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히나 인형 협회 조사에 의하면, 일본 가정 열 중 아홉은 히나 인형을 장식하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히나 인형의 가격. 천황과 황후, 두 개의 인형이 장식된 심플한 것이 한화로 60만원 정도이고, 일본인들이 평균적으로 구입하는 히나 인형의 가격은 200만원 선. 7개 단으로 장식한 호화 히나인형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을 호가한다.
▲ 천만원 대를 호가하는 7단 호화 히나인형, 일본에서는 2월에 어디서나 볼 수 있다(사진은 다카시마야 니혼바시점)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수 백만원 짜리 인형이라니, 요즘 같은 불황에 너무 사치스러운 이야기인 듯 하지만, 의외로 일본 히나 인형 업계는 불황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가정 대부분이 히나 인형 장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구입을 망설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오 인형도 있다? 2010년 히나 인형 트렌드올해는 아사다 마오 선수를 빼 닮은 히나 인형이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다. 에도 시대부터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규게쓰(久月)라는 전통 인형 회사가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장래에 자녀가 누구처럼 성장하길 바라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 7위에 아사다 마오가 선정된 이유에서다.
설문 결과 1위는 '야마토 나데시코'의 미녀배우 마쓰시마 나나코, 2위는 탤런트 벡키, 3위는 2009년 1위를 했던 아쓰히메(미야자키 아오이)로 나타났지만, 밴쿠버 올림픽으로 화제성이 뛰어났던 이유로, 7위 아사다 마오 인형이 만들어졌다. 마오 인형은 판매용이 아닌 기념 장식용으로 만들어져 3일까지 규게쓰 아사쿠사바시점에서 전시되고 있다.
▲ 아사다 마오 히나 인형, 닮았나요? © 인형의 규게쓰 홈페이지 | |
또한, 올해는 마오 인형에 이어, 둘째딸, 셋째딸 전용 히나 인형이 처음으로 발매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히나 인형'을 꿈꾼다. 이렇다보니 딸이 하나라면 모르지만, 여럿인 가정에서는 인형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구입하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장식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였다. 새로 나온 둘째용, 셋째용 히나 인형은 수납, 장식에 편리하도록 사이즈가 작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히나 인형을 늦게 치우면 시집을 늦게 간다고? 딸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히나 인형이지만, 정작 3월 3일이 되면 일본인들은 장식한 히나 인형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이것은 히나 인형을 늦게 치우면 시집을 늦게 간다는 전설 때문이다.
일찍부터 자녀들에게 정리하는 버릇을 들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전통에 의해 보통은 2월에 히나 인형을 장식하고 3월 3일 되기 전에 정리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만혼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는 굳게 믿고 싶은 전설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일본의 히나 인형 시장은 약 550억 엔. 지난 몇 년과 비교해도 거의 변함없는 정도이다. 어두운 경제상황에서도 히나 인형 시장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자녀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은 세계 어디나 같은 모양이다.
▲ 히나마쓰리에 먹는 음식 © jpnews/ 幸田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