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
오사카(大阪)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져 있는 나라(奈良)는 710~784년 일본의 도읍인 헤이조쿄(平城京)라는 도시였기 때문에 지금도 고대 일본의 정취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인 호류지(法隆寺)와 도다이지(東大寺)로 유명하다. 도다이지의 규모는 직접 그 앞에 섰을 때 압도당하게 되고 안에 들어서면 위엄 있는 표정으로 인간을 내려다 보는 엄청난 크기의 대불(大佛) 때문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奈良이란 한자어를 일본어로 '나라'라고 발음하는데, 우리 말의 '나라(국가)'와 같은 의미라는 게 사학자들의 견해다.)
▲ 도다이지의 본전인 다이부쓰덴(大佛殿)은 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로 751년에 준공, 재로 소실 된 후 1709년에 재건되었고 현재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 최경순 | |
도다이지가 세워진 같은 해 신라의 경주에서는 불국사가 준공되었으니 두 절은 동갑내기인 셈.
국가 사찰의 총본산으로 헤이죠쿄의 동쪽에 선 큰 절이라는 의미로 도다이지 (東大寺)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너비 57미터, 폭 50미터의 세계 최대 목조건축인 도다이지 대불전에는 높이 15미터가 넘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
▲불상은 앉은 키 15m, 얼굴 길이만 5m라 ‘대불’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원래 이름은 ‘비로자나불(毘盧舍那佛, 지혜와 광명을 널리 비추는 부처라는 뜻)이다. ©최경순 | |
▲ 손의 크기만 해도 3m가 넘어 성인 8명이 올라설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경순 | |
▲ 대불 하단 왼편의 연판에는 '연화장 세계'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바로 깨달음의 세계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최경순 | |
나와 함께 했던 가이드 설명으로는 도다이지를 지은 배경과 과정이 적혀 있으며 여기에 관여한 고대 한국인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이름은 행기 큰 스님, 양변 스님 등으로 백제, 고구려, 신라에서 건너온 인물들이지만 일본인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
▲ 나무 둘레 약 3.65미터, 겐로쿠(元祿-일본의 연호 중 하나. 1688년~1703년) 시기에 수차례 건축된 대불전 기둥으로 메이지 말년 대대적인 수리 과정에서 교체된 것이다. ©최경순 | |
재질은 삼나무 (아래 사진의 '대불전 기둥'에 대한 설명임)
도다이지의 규모를 말해주는 기둥으로 대불 뒤편에 놓여 있다.
대불 뒷편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커다란 기둥이 있는데 하단에 몸집 작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 하나가 뚫려 있다. 이 구멍의 크기는 대불의 콧구멍과 같은 크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크다. 이 구멍을 통과하면 행복해진다는 얘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 통과를 시도해 본다. 어찌보면 인간의 나약함과 작음을 일깨우는 구멍이 아닐까 싶다.
▲ 나라(奈良) 하면 '사슴공원'의 이미지가 강하다. 사슴을 신의 사자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의 사고방식 덕분에 사슴의 천국이 되고 있다. ©최경순 | |
도다이지 주변에서 방목되고 있어 사람들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사슴들은 '대불'보다 더 인상깊게 나라의 상징으로서 기억되기도 한다.
이곳 사슴들은 매우 온순하지만 사슴먹이용 센베이(전병)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몰려들어 옷자락을 물거나 쿡쿡 찌르기도 한다. 10여 년 전에 갔을 때 한 봉지 샀다가 어느 새 여러마리가 내 주위에 몰려들고 성미 급한 녀석은 옷자락을 당기는 바람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잠깐 뒤돌아보는 순간 앞에 있던 녀석에게 봉지째 빼앗겼다^^*
▲ 종루(鐘樓) 이 종루는 1207~10년(가마쿠라 시대)에 재건한 건축물로 종루 안의 범종은 그 무게가 26.3톤이나 된다. ©최경순 | |
범종은 도다이지 창건 당시의 것으로, 일본에서 유명한 세 개의 범종 가운데 하나이다.
▲ 우리의 범종과 달리 바닥에서 높이 매달려 있는 게 특징이다. ©최경순 | |
▲ 니가쓰도(이월당)와 산가쓰도(삼월당)로 오르는 계단과 석등 ©최경순 | |
▲ 니카쓰도(이월당)라는 이름은 이 건물에서 음력 2월에 修二會(슈니에)가 열리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양력 3월 1일~15일 사이에 열리고 있다. ©최경순 | |
도다이지의 연중 행사인 슈니에(修二會)/(お水取り오미즈토리)
도다이지가 건축된 이후 1,250년 이상을 한번도 거른 적 없이 계속 이어온 전통행사로 슈니에(修二會)라는 것이 있다. 도다이지 승려 11명이 관음보살 앞에서 인간의 죄를 반성하고 불도로서 심신을 단련하는 행사이자 액막이 행사로 볼 수 있다.
마지막 전날인 13일에는 대나무에 불을 붙여 돌계단을 달려 올라가 니카쓰도를 환하게 밝히고 난간에서 이를 휘두르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아래쪽으로 불꽃이 마구 튀는데, 사람들은 이 불꽃을 맞으려고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법석을 부린다고 한다. 불꽃이 몸에 닿으면 모든 액운을 없애주고 그 한 해는 운수가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란다.
대나무에 불을 붙인 횃불(松明:다이마쓰)을 사용한다고 해서 오다이마츠라고도 불리며, 이른 아침 관음상에게 공양하는 물을 우물에서 길어올리는 데서 오미즈토리(お水取り)라고도 불린다. 나라 사람들은 ‘오미즈토리가 끝나야 봄’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땐 슈니에가 일주일 전에 끝난 후여서 타다 남은 대나무와 뿌리만 볼 수 있었다. 봄맞이도 즐겁게 하고 한 해의 길운과 복까지 따라준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있을까.
▲ 슈니에 축제에서 타다 남은 대나무 ©최경순 | |
▲ 슈니에 축제를 위해 준비했던 대나무 ©최경순 | |
며칠 전의 뜨거운 열기와 환호성이 들리는 듯 하다.
▲ 니카쓰도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시주한 사람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석주가 늘어서 있다. ©최경순 | |
10만원, 천원, 2천원 등의 숫자로 보아 오래 전의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엔 분명 큰 액수였을 것이다.
▲ 니카쓰도(이월당) 앞에도 소원을 비는 에마카께가... ©최경순 | |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소녀의 것인듯. 글자가 좀 달라보이긴 하지만 그런 뜻인 것 같다.
***********************************************************************************
[도다이지(東大寺) 관련 정보]
도다이지에서의 또 다른 행사로 해마다 8월 7일 대청소를 하는 '어신(御神)닦기'라는 게 있다.약 250명의 승려가 이른 아침부터 다이부쓰덴(大佛殿) 천장에 둥근 볏짚의자를 새끼줄로 줄줄이 매달고, 거기 걸터앉아 부처님 얼굴을 닦고 귀를 닦고 입술을 닦아내는 모습이 장관일 것 같다. 이 행사를 보려고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혹시 이 기간에 나라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놓치지 마시도록~!!
도다이지의 입장료는 400엔. 긴테쓰 나라역에서 내려 동북쪽으로 1km, 걸어서 15분 쯤 걸리지만 시내 순환버스를 타면 다이부쓰덴 가스가타이샤마에(大佛殿 春日大社前) 정류장까지 약 7분 걸린다. 정류장에서 도다이지까지는 약 5분 거리.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
주소:630-8211 奈良縣奈良市雜司町406-1
전화번호:0742-22-5511
다음엔 전통과 예술의 도시 교토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