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홍백가합전 출연 가수 명단이 지난 13일 발표됐다. 자니스 계열 가수가 빠지고 그 빈자리를 케이팝 가수들이 채우고 있어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 NHK가 매년 일본가요계 최대 제전인 '홍백가합전' 출연 가수 선정의 기준으로 꼽고 있는 것이 '그 해의 활약', '여론의 지지', '프로그램 기획 및 연출' 3가지다. 이와 더불어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도 올해 케이팝 가수들의 대거 출연에 한몫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올해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케이팝 관련 그룹은 6팀으로 그 중 3팀이 첫 출연이다. 남성 8인조 그룹 '스트레이 키즈', 13인조 그룹 '세븐팀', 여성 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3명으로 구성된 유닛 '미사모'가 올해 첫 출연이다.
여성그룹 '르세라핌'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출연하게 됐다.
또한 거대 연예기획사 제이와이피(JYP)가 만든 일본 걸그룹 '니지유', CJ그룹이 런칭한 일본인 남성 그룹 JO1도 올해 출연을 결정지었다.
홍백가합전에 케이팝 관련 그룹이 6팀이나 참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일본내 케이팝 열풍이 올해 제일 뜨거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한일 관계가 나빴기 때문에 실제 인기가 TV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어왔다. 이제야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옳다.
공영방송인만큼 NHK는 한일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일례로,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독도 상륙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자 한국가수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백지화한 바 있다. 또한 2018년도에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스타로서 일본에서도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악화된 한일관계, 멤버 지민의 원폭 티셔츠 논란 등으로 출연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제이케스트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SNS를 통해 왜 홍백가합전에 한국인이 출연하냐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올해는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와 한류붐 등으로 케이팝가수가 빠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한다.
또한 올해는 매년 큰 존재감을 보여왔던 자니스 사무소가 창립자의 성추문으로 휘청거리고 있고, 이 문제로 소속 연예인이 한팀도 금년 홍백가합전에 출연하지 못했다. 그 빈자리가 있었기에 많은 케이팝 그룹이 출연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또한 홍백가합전의 시청률 저하도 케이팝 가수가 다수 출연하게 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도 케이팝 가수의 출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10, 20대 젊은 층의 케이팝에 대한 지지가 명확한데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감정은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
일본 언론 NPO와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23년 8월부터 9월에 걸쳐 실시한 '한일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일본인의 비율은 2022년 40.3%에서 32.8%로 감소했고,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은 30.4%에서 37.4%로 증가했다. 11번째인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좋다'가 '좋지 않다'를 웃돌았다고 한다.
일본인이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가진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들었을 때, 가장 많았던 답변이 'K팝이나 드라마 등 한국의 팝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47.1%)', '한국의 식문화와 쇼핑이 매력적이니까”(34.2%)', 이 두 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