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가집에서 만난 사람이 물어보는 '별일 없지?'는 '그동안 못 만나는 사이에 누구 돌아가신분 없지?' 결혼식장에서 만나 묻는 '별일 없지?' 는 '집안에 결혼할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는 거라고 해석할 수 있겠는데,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에서 “별일 없지?” 물어 오면, “별일이 왜 없어? 별일 많았지” 하면 그냥 물어본 건데 뭔 말이 많냐는 반응도 있고 헛허! 웃으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별일 없었냐' 물어오면 나도 형식적으로 '네'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물론 저쪽도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인사말이 좀 새로워지면 어떤가? "올여름에 바닷가는 몇 번 갔다왔냐?" "올해 복숭아가 유난히 맛이 있던데 드셔보셨냐?" "내가 냉면을 잘 만드는데 언제 한번 같이 해 먹읍시다” “별일 없지?”물을 때, “응 별일 없었어” 라는 건 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별일없이 지낸다는 게 결코 좋은 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사람이 살면서 온갖 별일을 다 겪게되는데, '별일 없었어'는 '별볼일 없었어'의 다른 말처럼 생각하면 과민한 반응일까? 사실 말이지, 난 별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별일이 많아져서 누가 별일이 없냐고 물어오면 “이십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며칠 전에 살아오셨어. 아버지가 나 어릴 때 데리고 갔던 부산 송도 해수욕장에 같이 갔다 왔어. 나중에 날씨가 더워지면 그때 또 오시겠다며 부산역 앞에서 헤어졌어” “첫사랑 여자가 나타나서, 내 집사람에게 사실 이야기를 다 하니까 집사람이 둘이서 한 삼박사일 제주도라도 다녀오라며 돈 2백만원을 주는거있지.”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그사이에 자기도 체코 프라하에 있는 첫사랑 애인한테 다녀오겠대.” “며칠전에 무교동에서 효도르를 만났는데 이 자식이 내 발을 밟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길래 내가 앞차기로 그 놈 뒷통수를 걷어찼더니 찌-익! 뻗더라. 효도르 매니저가 지금 우리집에 와서 그 사건 다른 데 가서 말하지 말아달라고 매달 시합나가서 번 돈의 10퍼센트를 나한테 주겠다는거야.” “그래서?” “안된다고 했지.” “십퍼센트면 꽤 돈이 될 텐데.”
“돈만 많으면 뭐하냐? 나는 3자를 좋아하니까 3 퍼센트만 달라니까, 내가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줄 알고 효도르 매니저가 펑펑 울어쌌는데, 왼쪽 눈에서만! 눈물이 두 대야가 나오더라" “오른쪽 눈은?” “오른쪽 눈은 떴다 감았다 하는데 윙크를 하는건지 뭐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
뭐 이런 '별일'들이 생긴다면 세상 사는 맛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오늘의 공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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