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의 지역민영방송사 버라이어티 쇼에서 한 출연진이 한국인에 대해 "손목을 칼로 긋는 못생긴 여자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뒤늦게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발언을 편집하지 않고 내보낸 방송사 측은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사과했다.
문제의 발언은 일본 간사이TV의 버라이어티쇼 '무네잇파이 서밋토!'의 5월 18일 방송에서 나왔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2월, 문희상 국회의장이 천황의 사죄를 요구한 것에 대해 다뤘다. 진행자가 이날 패널로 등장한 여류 작가 이와이 시마코(岩井志麻子)에게 "남편이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인의 기질에 대해 알지 않느냐"고 묻자, 이와이는 "얼마 전에도 말했지만, '손목을 긋는 못생긴 여자' 같은 것이다. 손목을 긋는 못생긴 여자라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정리된다"고 말했다. 이에 스튜디오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 문제의 방송. 왼쪽이 이와이 작가 ©간사이TV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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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어서 "(한국이) '와주지 않으면 죽으니까, 죽으면 당신 탓이야'라고 말하고 중국이나 북한은 '죽든지'라며 내버려 둔다. 하지만 일본은 '그런말 하지마. 네가 좋아'라면서..."라고 말했고, 그 뒤의 발언은 방송에 내보내기에 너무 자극적인 내용이었는지 효과음으로 처리됐다.
즉, 한국인을 극한의 정신상태에서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자존감 없는 의존적 여성에 빗댄 것이다. 이번 발언은 한국 비하뿐만 아니라 여성비하적으로도 들린다.
이같은 이와이 작가의 발언은 일본 누리꾼사이에서도 크게 문제시됐고, 아사히 신문 등 주요 언론이 이를 다루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가게야마 다카히코 도시샤 여대 교수(미디어 엔터테인먼트론)는 아사히 신문의 취재에 "말을 한 사람의 책임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책임이 중한 것은 편집하지 않고 방송한 간사이 TV다. 버라이어티니까 용서된다는 더블 스탠다드(이중적 잣대)도 그만 두어야 한다. 만든 이가 너무 둔감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 '비지니스 저널' 등 일부 언론은, 이번 사안을 문제시하기보다는 그녀의 남편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단지 풍자일 뿐'라는 시선도 존재한다며 양비론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 간사이 TV "죄송하다. 주의하겠다"
간사이 TV는 18일, 차별적인 의도는 없었다면서 "그대로 방송한 것은 잘못됐다"고 사죄했다.
방송 전에는 "차별적인 의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편집하지 않았으나 방송 뒤 여러 시청자들의 의견을 접하고 사내에서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시청자 여러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이었다.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방송국 측은 "시청자 여러분들께 죄송스럽고, 반성하고 있다. 향후 인권에 대한 배려라는 방송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송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계속 방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할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방송국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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