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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졸 아빠의 분투기 ‘하극상 수험’
[유재순의 도쿄라이프]
 
유재순 기자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도쿄의 고서점가인 ‘진보초’로 나들이를 했다. 일단 나는 진보초 고서점가에서 가장 덩치가 큰 삼성당 서점에서 문고판 책을 한 권 샀다. 삼성당 서점은 한국 출판사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하극상 수험>. 2014년 7월에 발간돼 지금까지 100만 부가 훨씬 넘게 팔리고 있는 이 책은 요즘 입시 철을 맞아 다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학력사회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이 책은 중졸의 한 중년 아버지가 땀과 피로 체험한, 절규에 가까운 경험담을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논픽션이다. 부동산 회사 영업사원인 사쿠라이 신이치(48)씨는 아내와 함께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그 부모 또한 중졸이다.

 

어느 날 사쿠라이씨는 딸의 전국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딸이 받아온 점수는 41점. 그 점수로는, 대학교는 고사하고 중학교조차 들어가기 힘든 성적이다. 혹시 딸마저 자신들과 똑같은 중졸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싶어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결심을 한다. 자신이 딸과 함께 중학교 입시공부를 하겠다는 것. 인터넷 동영상을 보는 것이 유일한 취미고, 딸이 머리가 나쁜 것은 유전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던 그가, 입시공부를 하겠다니 부인은 맹반대를 하지만 기어이 그는 결심을 실천에 옮기고 만다. 학원에는 돈이 없어 가지 못하니, 대신 발품을 팔아 복사해온 동냥 자료로 공부한다.

 

똑같은 문제를 이리저리 풀어보기를 수백여 차례. 수학은 숫자를 하나하나 분해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국어는 구체적인 표현과 추상적인 표현을 분리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해해나갔다. 평일은 7시간, 주말에는 13시간씩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다 딸과 부딪치고 부인과 갈등을 빚어, 급기야는 스트레스가 쌓여 우울증으로 발전해 병원 약까지 장기간 복용해야 했다. 게다가 변두리 영세주택에 사는 형편 때문에 밤에는 여러 군데의 전단지를 한꺼번에 수천 장씩 집집마다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결국 전국 모의고사 41점이었던 딸이 70점 이상을 받아 제1지망이었던, 도쿄대학에 가장 많이 진학한다는 일류 사립중학교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도쿄대학 의대 정도는 너끈히 들어간다는 동급 사립중학교에 합격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사실 3년 전, 이 책이 나오자마자 재판을 거듭하는 등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 “요즘 세상에 중졸 아빠라니 믿을 수 없다. 혹시 출판사가 책을 팔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소문이 난무했다. 급기야는 저자인 사쿠라이 신이치씨가 직접 공부했던 근거 자료를 들고 나와 삼성당에서 독자와 만나는 토크쇼 형식의 간담회를 열었다.

 

내가 굳이 이 책을 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때 그 간담회 자리에 함께한 사쿠라이 가오리 양이 독자들에게 한 말이 상당히 뭉클했기 때문이다. 그즈음 중학교에 진학했던 그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다니는 사립중학교에서 우리 집이 가장 가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내가 불편한 것은 조금도 없다. 아버지가 밤에 수천여 장의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뻤고, 또 나는 운이 좋은 딸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책이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내가 대학교에 들어갈 정도로?라고 물으니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쿠라이 신이치씨는 이 책에서 “공부는 사람을, 가족을, 여기까지 바꾸게 한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공부가 사람을, 가족을 바꾸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아버지인 사쿠라이씨가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딸에 대한 절실한 부정이 일본 열도를 감동에 젖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입시 철을 맞아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현재 매주 금요일 밤 10시에 방송하고 있다. 사쿠라이씨는 이후에도 서너 권의 책을 더 펴내고 유명인사가 되어, 입시전문 강사로 일본 전국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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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02 [09:3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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