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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꽃피는 봄에 남성 자살자가 늘어나는 이유
 
안민정 기자
벚꽃이 도쿄를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4월 초의 어느 아침.

출근길을 서두르는 직장인들, 수업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뛰는 학생들로 분주한 아침 지하철 통로에 어쩐 일인지 사람들의 아우성소리로 가득했다. 한국으로 치면 지하철 2호선쯤 되는 도쿄 대표 전철 야마노테선이 운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개찰구 주변은 발을 묶인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전철이 운행되지 않는 이유는 그 날 아침 8시경 타마치라는 역에서 어떤 사람이 달리는 전철에 몸을 던져 자살을 했고, 복구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었다. 역무원들은 다른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나눠주며 불만을 터뜨리는 승객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이 전철 자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승객은 무려 18만 명. 복구 시간 무려 1시간 40분. 

바로 그 날 저녁, 주말 기분을 내며 한 잔하고 늦은 귀가를 하는 금요일 밤 12시, 웅성웅성 모여있는 사람들과 역무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승객들이 있었다. 밤 11시쯤 세이부선 에코다라는 역에서 달리는 열차에 누가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다른 열차를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

이쯤되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왜 이렇게 전철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은 거야?'(짜증짜증)
▲도쿄 대표 전철 야마노테선 (사건 당일의 사진은 아닙니다)    ©jpnews

일본에서 장기 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전철 인명사고(人身事故)'. 여기서 '인명사고'란 전철과 사람에 관련된 사고를 뜻하는데, '인명사고'의 대부분은 '자살'을 목적으로 전철에 뛰어드는 데서 발생한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어디든 연결되어 있는 일본 전철은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인데, 그만큼 접근이 쉽고 사망에 이르기 쉽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자살의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자살에도 때가 있다고 한다.

하루에도 아침, 저녁으로 전철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속출하는 봄, 바로 3~5월이 '일본의 자살 시즌'.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03년 일본의 일일평균 자살 사망자수는 88명, 단순히 365일을 곱하면 한 해 사망자수 32,120명이고 특히 2003년 4월에서 5월의 일일평균 자살 사망자수는100명을 넘긴 수치이다. 전국이 꽃놀이로 들떠있을 때, 어딘가에서는 하루 100명의 일본인들이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평균 자살 사망자수(2003)]

또한, 일본 자살자 수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남성, 연령대로는 50대의 자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자살자수 33,093명 중 남성은 23,478명으로 여성 9,615명의 2배가 넘는 수치. 인구 10만명에 대한 자살자 수를 나타내는 연령별 자살율은 50대가 38.1%, 60대가 33.7%, 40대가 31.9%로 장년층이 톱 3를 차지하고 있다.
[1일 평균 자살 사망자수(2003)]
 
그렇다면 봄에 일본의 50대 남성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일본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력한 설은 '3월 결산설'이다.
12월 연말에 모든 것을 정리하는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를 1년으로 설정해 결산을 하므로, 그동안의 실적을 정리해야 하는 3월에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라고. 특히 경제위기로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허리를 졸라매는 요즘같은 불황에는 3월 결산을 마치고, 처지를 비관한 자살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3월 결산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새로운 환경, 처음 만나는 사람들,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4월에 환경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거나, 4월 말에서 5월 초로 이어지는 '골든위크'(일본의 연휴)동안 쉬다가 다시 직장이나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 일본에서 봄에 자살자가 급증하는 이유라고 한다.

 
한편, 일본 언론  j-cast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한번에 자살에 성공하는 방법'으로 많이 선택하는 '전철에 뛰어들기'는 승객들의 이용불편, 전철의 탈선 등 그 피해규모가 엄청난 만큼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의 유족들에게는 너무할지도 모르지만, 철도공사에 100만엔(1,300만원 상당) 전후의 배상금이 기다리고 있다고.

배상금을 떠나 사람의 목숨은 금액을 매길 수 없는 것.
이 화사한 봄에 몸을 던지는 일본 아버지들이 줄어들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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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14 [16:19]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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