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한하는 법'을 가르치는 인터넷사이트가 사회적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만원 전철이나 지하철을 이용해 여성의 신체부위를 쓰다듬는 성희롱 및 성추행범을 치한이라고 부른다.
여성피해자의 신고로 인해 주로 현행범으로 검거되는 치한사건은, 검찰기소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범죄행위다.
하지만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8)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허위자백등을 통한 누명사례도 상당히 많다.
▲ 출근길 만원전차 안에선 오늘도 치한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이미지) ©jpnews | |
도쿄 경시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6월까지 도쿄도 내에서 검거한 전철 내 치한사건은 708건으로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91건 줄었지만 치한관련 상담건수는 54건으로 집계돼 작년에 비해 6건 증가했다고 한다.
경시청은 치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경시청은 "사이타마와 도쿄를 연결하는 사이쿄(埼京)선을 비롯해 쥬오센, 야마노테센등 도쿄시내의 대표적인 전철라인과 수도권 광역철도를 중심으로 단속활동에 임하고 있으며, 또 치한의 생김새가 소매치기범과 비슷하다는 통계조사에 따라 소매치기 수사관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치한사건이 경시청의 막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마이니치 신문>(9월 14일자)는 "능숙하게 치한하는 법을 가르치는 인터넷사이트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 놓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치한발생율이 높아 인터넷 은어로 '최강(最強, 일본어 발음으로 '사이쿄')'이라 불리는 '사이쿄선'에 대해서 <마이니치>는 "'사이쿄선 둘러싼 치한 모임'이라는 게시판을 비롯해 치한동료들을 모집하는 사이트가 넘쳐나고 있다"면서 "경시청이 확인한 사이트만 100개 이상으로 특정노선이나 시간을 지정해 '치한을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권하는 내용도 다수 발견된다"고 한다.
이런 플래쉬몹에 가까운 집단적 치한 행위의 경우, 경찰이 눈으로 확인하고도 검거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경시청은 지난 5월 사이쿄선의 만원전철 차량에서 남자들이 여자를 둘러싸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해 치한용의자를 체포못한 사례도 있다.
▲ 치한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이트가 있다면 잡는 사이트도 있다. 일본 사이트 <탐정화일>은 자체적으로 치한퇴치 캠페인을 벌여 치한들을 체포해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 탐정화일 제공 | |
한편 이런 류의 치한사이트는 6월부터 실시된 대규모 인터넷 적발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라(裏, 불법)' 사이트에서 폐쇄형 커뮤니티, 게시판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가령 기자가 직접 접속한 치한 사이트에서는 9월 14일 현재도 "어떤 선의 어디 구간부터 어디 구간까지 몇번 차량에 문쪽에 서 있으면 여자들에 둘러싸인다. 8분간 천국이다", "눈이 즐거운 방법, 앉아가면서 엿보는 법을 전수받으려면 링크를 클릭해라", "치한 친구 모집합니다. 네명만 있으면 돌아가면서 즐거울 수 있어요"라는 식의 치한하는 방법을 알리는 글들이 수십개가 올라와 있었다.
또 지난 6월 사이쿄선에서 체포된 20대 남자의 경우 이런 치한사이트를 돌아보다가 치한행위에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한편 경시청은 14일부터 5일간 사이쿄선 등 9개 노선에서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아직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