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宮崎駿, 73)이 5년만에 낸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불다'(7월 20일 일본 개봉)의 완성보고 기자회견이 24일, 도쿄 고가네이시(小金井市)의 스타지오 지브리에서 열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비롯해, 주연 성우인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와 주제가를 부른 마츠토야 유미(松任谷由実)가 참석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 '바람불다'에서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은 안노 씨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작)에서 거신병의 원화를 담당해 그 재능을 인정받아 현재 걸출한 만화영화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뿐만 아니라, 초히트작인 '신세계 에반게리온'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물이다. 그런 그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주인공 역을 따냈을 때는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1989년작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에서 주제가를 담당한 마츠토야 유미가 또다시 미야자키 감독의 이번 신작에서 주제가를 불렀다.
▲ 미야자키 하야오 2008년 11월 기자회견 당시 모습 ©JPNews | |
첫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미야자키 감독은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꼴사나운 감독이네요"라고 자조했다.
이에 옆에 있던 안노 씨도 "미야자키 감독도 우는군요. 처음봤습니다. 미야자키 상의 눈물을 보다니, 행복합니다"라며 장난스러운 눈길로 미야자키 감독을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같은 크리에이터로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눈물의 이유에 대해, 미야자키 감독 본인은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라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감독과는 35년을 알고 지낸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도 "(미야자키 감독이) 타인의 작품을 볼 때는 잘 운다. 다카하타 이사오(高畑勲) 감독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平成狸合戦ぽんぽこ, 1994년작)이나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코쿠리코 언덕에서(コクリコ坂から, 2011년작)를 보고도 울었었다. 본래 눈물이 많지만, 그래도 자신의 작품으로 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 ©jpnews/山本宏樹 |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바람불다'는, '제로센 전투기'로 불리는 영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郎)와 문학자 호리 다쓰오(堀辰雄), 동시대를 산 이 두 인물을 융합한 청년 엔지니어 '지로'의 약 30년에 걸친 반생을 그린 장대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바람과 같은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은 소년이 도쿄의 대학에 진학해 군수산업체의 엘리트 엔지니어가 되어 제로센 전투기를 만들어낼 때까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또한, 그 속에는 아름답지만 불행한 소녀 나오코(菜穂子)와의 만남과 이별의 러브 스토리도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벼랑 위의 포뇨' 이후 지난 5년간 이 작품에 매달려왔다고 한다. 그 사이에 리먼 쇼크나 동일본 대지진 등 신작의 배경이 된 1920~30년대의 일본과 겹치는 일이 있어, 미야자키 감독은 "판타지를 간단히 만들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악전고투했다"며 그동안 고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모델이 된 호리코시 지로의) 자녀와 부인이 기뻐해줘서 마음이 놓였다"며 미소를 보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있어서 실재한 인물을 그리는 것도, 실제 전쟁을 소재로 한 것도 첫 도전이었다. 그는 "가령 어떤 시대라 하더라도 온 힘을 다해 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