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일본 정치인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일본정치인들의 극우발언에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작년 8월에는 이명박 전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동안 한일관계가 껄끄럽더니, 이번에는 두 번째 재임하고 있는 아베 신조수상과 아소 타로 부수상의 쌍두마차가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베 수상의 꼼수다.
지난 4월 20일, 신도 요시다카 총무장관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 이어서, 21일에는 아베 수상이 공물을 봉납했고, 같은 날 아소 타로 부수상과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장관(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이 직접 야스쿠니 신사에 찾아와 참배를 했다.
23일 오전에는 무려 168명이라는 일본국회의원이 참배를 했다. 결국 아베내각의 장관 3명이 태평양전쟁의 주범 BC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차례로 참배한 뒤에 이어, 일본 정치인들까지 대거 참배를 한 것이다.
후루야 납치문제장관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 일본기자들에게 “나는 국무대신 후루야 게이지로서 참배한 것이다.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영령들에게 추모의 예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다만 가토 가츠노부 관방부장관만이 20일, "개인으로서 참배했다"고 공직과 선을 그었을 뿐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168명이라는 일본 국회의원들의 숫자뿐만 아니라 진보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야당인 민주당의원 5명이 이날 참배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의 기조는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제국을 침략한 사실과 그 만행을 규탄하고, 일본정부가 정식으로 사과하고 그에 대한 배상을 충분히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진보 정당이다. 때문에 현재 아베 내각이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평화헌법 제 9조 개정과 교과서 개정문제, 자위대의 군대 승격 등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이긴 하나 5명의 민주당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이다.
168명 의원들의 소속정당을 보면, 자민당 132명, 일본유신의 회 25명, 민주당 5명, 민나노 당 3명, 무소속 2명, 생활의 당 1명 등이다.
이에 대한 일본야당들의 비판은 신랄하다.
자민당과 더불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사토 시게키 7선 의원은 "개인이라는 입장에서 참배해도 한국과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에게 어떻게 비쳐지느냐 하는 것은 각료라면 정확히 읽어야 한다"고 말했고, 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은 "야스쿠니 신사는 과거 일본군국주의에 의한 침략전쟁이 자위를 위한 정의로운 싸움이었고, 또 아시아 해방전쟁이었다고 통째로 미화하는 것을 존재이유로 선전하는 특수한 신사다. 그런 신사에 참배하고 공물을 봉납하는 이 같은 행위는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입장에 서는 것이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나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 같은 행위를 그만두도록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제3국인 발언, 침략행위 부정, 위안부 할머니 매도 등 극우발언을 일삼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와 연합전선을 펴고 ‘일본유신의 회’ 당을 만들어 일본열도에서 젊은 정치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변호사 출신 하시모토 도오루 오사카 시장도 한 마디 거들었다.
"정권여당은 외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일본은 북한문제에 관한 한 일본 단독으로 납치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주변국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을 판단하면서 외교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각료들의 참배는 신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렇듯 아소 타로 부수상을 포함한 3명의 각료, 그리고 국회의원 168명의 야스쿠니 신사 대거 참배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우선 일본정치인들의 세대교체다. 우리가 우선 진중하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할 것은 이번 제 2차 아베 내각의 각료 구성이다. 아베 수상은 물론 아소 타로 부수상도 전 직함은 '수상'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베 수상 밑에서 ‘부수상’이라는 직책을 맡고 내각에 참여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같았다면 어땠을까? 자존심 때문이라도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수상 밑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수 부수상은 기꺼이 부수상직을 맡았다.
왜 그랬을까? 일본 시사 주간지 편집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마도 그것은 ‘만약의 경우’를 상정해 그렇게 그림을 그렸을 겁니다. 아베 수상은 치명적인 고질병이 있어 다시 그 병이 재발하면 제 1기 때처럼 언제 그만둘 지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한 거죠."
실제로 아베 수상에게는 선천적으로 대장이 안 좋다. 심할 때는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인 난병이다. 2006년, 수상 직에 오른 지 1년 만에 갑자기 사퇴선언을 한 것도 바로 이 대장염 때문이다. 한번 발병을 하면 구강에서 흡입되는 음식물이 그대로 분 단위로 아래로 배출되는 무서운 병이다.
일본국민들에게는 그냥 막연하게 대장이 안 좋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한번 재발하면 장기간 탈수상태는 물론 정신적으로 심한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기 때 갑자기 사퇴를 선언한 것도 아키에 부인이 "우선 살고 봐야 하지 않느냐"고 울면서 호소를 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소신발언을 한 뒤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사퇴선언을 한 것이라고 한다.
아소 타로의 전 수상의 아베 내각 참여는 바로 이 같은 연유에서 재등장했다고 한다.
그럼 이 같은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이에 대해서 위의 시사주간지 편집장은 이렇게 해석했다.
"이제 원로정치인들의 세대교체라고 봐야죠. 원로정치인들 대부분은 전쟁세대들입니다. 전쟁을 알고 직접 겪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과거 역사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침략전쟁을 일본을 위한 자위전쟁이라고 미화시키려다 주변국들의 반발로 번번히 실패를 한 것도, 바로 전쟁의 실상을 정확히 알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역사적 사료를 들이대면 이들은 늘 슬그머니 모르는 척 물러났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당장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연로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생각하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이루지 못했던 과거 역사를 미화시키는 작업을 완성하자. 그 선본장에 선 정치인들이 바로 아베 수상과 아소 부수상입니다. 원로 정치인들은 이들의 영향력을 키워 주어야만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원로 정치인들의 생각은 전후에 태어난 정치인들은 과거 역사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한 거죠. 부모들이 행한 일이었기 때문에 역사적인 책임소재로부터는 한결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지요.
물론 난관은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반발과 국제적인 시선인데, 원로들은 이것도 일시적으로 잠깐 소나기를 피하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겁니다. 실제로 한국이나 중국정부는 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요란하게 항의를 하다가도, 일본에서 조금만 성의를 보여도 금방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하는 식으로 유야무야 해버렸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아베 정부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한국과 중국정부도 일말의 책임이 있어요. 역사문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매번 변했으니까요."
여기서 원로 정치인이라 함은, 일본 우익성향의 대표적 리더 그룹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모리 전 수상,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다. 이 외에도 이들 밑에서 각료로 일했던 원로그룹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바로 이들의 지난 몇 년 동안 와신상담 치밀하게 그려온 그림이 현 아베-아소 투톱 내각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줘 각 분야에 걸쳐 우익사관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 수상은 제2기 내각 출범을 하면서 말 그대로 극우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전쟁과 군대설립을 금지하는 내용의 '평화헌법 제 9조 개정',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위안부의 실재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과내용이 들어간 '고노 담화문 수정', 역시 같은 역사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문 개정', 현재 교과서 기술이 자학적이라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린 '교과서 개정과 현재 교육 내용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모두 지난 몇 년 동안 원로정치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린 그림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아베 정부의 왜곡된 정책이 사실은 일본 내에서 상당히 먹여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선 70%가 넘는 지지율이 그것을 말해준다.
엔화 하락을 필두로 대담한 금융완화 정책은, 그 동안 잃어버린 20년을 잃어버릴 정도로 일본국민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고 있다. 만나는 일본인마다 아베 정부가 "많은 돈을 풀고 있다. 이제 뭔가 시작해 볼 만 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정부가 구성한 중소기업육성안 정책 내용을 보면, 비전있는 기획안을 제출해 심사를 통과하면 거액의 사업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젝트가 현재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동안 자금 압박과 극심한 불경기로 재기의 용기조차 못 내던 중소업체들이 너도나도 다시 일어서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이 같은 중소기업체들의 재기 의욕은 일본 서민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로 연결되고 있다.
때문에 아베 내각과 원로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일본국민들의 높은 지지율이 백만 대군을 얻은 것과 같은 백그라운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은 그저 ‘소낙비’ 정도로 밖에 인식하고 있지 않아 장관들도 이에 편승,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망언 릴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베 내각의 이 같은 기조는 오는 7월까지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7월에 참의원 총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거 자민당 의석수를 얻으면 그들이 원하는 평화헌법개정과 교과서 개정, 그리고 자위대의 군대 승격까지도 넘볼 수 있다. 때문에 아베 내각으로서는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고수하면서, 어떡하든 아베 바람을 7월까지는 이어가야만 한다. 이것은 그에게 원로그룹들이 내려준 책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걸림돌은 있다. 바로 미국이다. 현재 미국의 반응은 '불쾌함' 그 자체다. 게다가 미국은 일본이 시작한 태평양전쟁의 당사국이다. 그 덕분에 일본과의 전쟁으로 많은 미군이 목숨을 잃었고, 45년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연합사령부(GHQ)가 6년 8개월간 일본을 사실상 통치했다. 그리고 현 일본의 근간을 만들었다. 전쟁과 군대유지를 금지하는 평화헌법 제 9조도 사실은 그 당시 맥아더 장군의 지도하에 만든 법률이었다.
그런데 그 법을 이제 전후세대들인 아베 내각이 개정을 하려고 한다. 당연히 미국정부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그럼 또다시 미국과 전쟁이라도 벌이고 싶은 거냐?"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한다. 헌법개정이나 자위권 행사, 역사문제는 비단 한국과 중국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그 법을 만드는데 직접 관여한 미국이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과 중국정부의 항의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어떤 반응과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현 아베 내각의 폭주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 이 글은 주간조선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