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름까지 책임진다!'
얼음에 재워둔 차가운 소면(이하, 소멘(そうめん))을 맑은장국(이하, 츠유(つゆ))에 찍어먹는 목 넘김이 시원한 소멘.
입맛을 쉽게 잃을 법한 여름철에 일본인들이 매일처럼 즐겨먹는다는 소멘은 별다른 재료 구입 없이도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면과 츠유 먹는다고 무슨 영양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도 있겠지만, 츠유에는 모양과 맛을 더하기 위해 음식에 뿌려지는 고명(이하, 야쿠미(やくみ))으로 인해 식욕을 돋우어준다.
고야찬플(ゴーヤチャンプル)에 이어지는 이번 주 일본 서민들의 소박한 여름 음식은 '소멘(そうめん)'이다.
▲여름철 일본 서민들의 즐긴다는 소멘 이승열/ ©jpnews | |
일본의 소멘(そうめん)일본에서 소멘을 만들기 위한 주 재료 마른국수(乾麺)는 전국 어디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사계절 언제나 구입할 수 있지만, 차게 음식을 하는 것이 보통으로 여름철 '면 요리'로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국민음식 '소멘'의 주 재료인 마른국수(乾麺) 이승열/©jpnews | |
시중에 시판하고 있는 면은 밀가루에 물과 식염을 혼합, 손으로 면을 비틀어 꼬아가면서 늘리며 숙성하고 건조시켜 만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제조공정이 일본농림규격에 합격한 것에 대해 수연소면(手延素麺)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기계화가 진행돼 기계로 가늘게 잘라 건조시긴 면이 있는데, 이는 기계소면(機械素麺)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멘에 들어 가는 수연소면은 약 450년 전 중국에서 나라현(奈良県)으로 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일본에 면을 만드는 산지가 많은데, 그 이유는 나라현을 시작으로 효고현(兵庫県) 등의 기상조건이 소면 제조에 적당한 장소가 많기 때문이다.
서일본 지방은 연간 강수량과 습도가 적은 것은 물론, 하루의 습도차가 적고 일조시간이 길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면의 제조공정인 건조에 최적의 장소이다.
▲면을 끓여준 후 차가운 물로 열을 식혀주고 있다 이승열/©jpnews | |
지역마다, 가정마다 천차만별 조리법의 소멘 지역마다, 가정마다 천차만별 다양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는 소멘.
소멘의 주 재료인 면으로는 맛을 내기 힘들고, 영양을 얻기도 힘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라다소멘이나 비빔밥 재료를 넣을 정도로 입맛에 따라 다양한 조리법을 선보이고 있다.
▲소박하지만 영양 만점인 소면의 재료 이승열/©jpnews | |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소멘이 보양음식의 개념보다 식사 전 입맛 돌게 하는 애피타이저나 식욕이 없을 때 찾는 간식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공짜 없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여름철 음식점에서는 무료로 소면을 시식할 수 있도록 준비한 곳도 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소멘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고야찬플을 소개해준 40년 경력 베테랑 주부 야마자키 아이코(山崎愛子) 씨에게 일본 '가정식 소멘 만들기'를 소개 받았다.
야마자키 씨는 "일본에서 여름엔 소멘이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집도 있을 정도로 인기"라며 "직접 만들기엔 손이 많이 가는 츠유도 요즘에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간단하게 소멘을 만들 수 있어요"라고 덧붙이며 소멘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츠유를 직접 만들기 보다는 간편하게 마트에서 구입하는 편이 많다고 이승열/©jpnews | |
야마자키 씨의 경우에는 소멘을 만들 때 텃밭에서 직접 재배하는 재료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가끔은 츠유도 집안에서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다고 했다.
츠유(つゆ)를 만들어 보자 직접 츠유(つゆ)를 만들기 위해서는 간장과 미림, 물, 가다랑어포를 준비하면 되는데, 야마자키 씨의 경우는 츠유를 만드는데 크게 네 가지 순서로 조리한다고 했다.
▲ 츠유 에 소멘을 찍어 먹기 직전의 모습 ©jpnews | |
1. 필요한 양보다 조금 많게 물을 끓인다.
2. 물이 끓은 후 가스렌지의 중간 불로 바꾼 후 끓는 물 속에 가다랑어포 한줌을(조금 많게) 넣고 다시 한번 센 불로 물을 끓여 준다.
3. 물이 끓으면 불을 가스렌지의 불을 끄고 2~3분 정도 그대로 둔 후, 넣었던 가다랑어포를 건져낸다.
4. 취향에 맞게 미림 또는 청주 한 스픈을 넣고 다시 끓여주어 향을 내준다.
츠유는 소멘을 먹기 하루 전에 만드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츠유가 완성되었으면 야쿠미(薬味,고명)를 준비하자 야쿠미는 취향에 따라 츠유에 넣는 향신료로 소멘의 맛을 결정한다.
가정식 야쿠미에는 일본 가정에서 언제나 어느 정도 보관하고 있는 파, 차조기, 양하 등과 일곱가지 양념맛이 난다는 시치미(七味) 등을 준비한다.
▲면과 함께 준비된 야쿠미(薬味) 이승열/ ©jpnews | |
야쿠미에 들어가는 재료들는 독특한 향기를 내며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식욕을 돋게 해준다. 또한 면 만으로는 부족한 영양을 보조한다.
'薬味(야쿠미)'라는 문자 그대료 약(薬)의 임무를 수행하며 살균, 방부, 해독 작용을 도와 식중독을 예방하는 것이다.
▲소멘의 가정식 야쿠미가 완성되었다 이승열/©jpnews | |
야마자키 씨가 가정식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재료를 살펴보면 파, 아오지소(차조기, 青じそ), 묘가(양하, みょうが) 등 영양이 가득한 채소들이다.
칼슘과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영양 덩어리 파를 시작으로 아오지소는 식욕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해 동맥 경화와 암예방에도 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아시아 열대 지방이 원산지인 묘가는 호흡이나 혈액순환을 도와 소화를 촉진 시키고 특유의 상쾌한 향기가 식욕을 돋아준다.
야마자키 씨는 영양만점의 세 가지 채소를 사용해 소멘을 만든다고 했다.
▲츠유와 시치미, 야쿠미가 갖추어진 가정식 소멘 이승열/©jpnews |
면을 삶고 채소를 다듬어 준비한 지 15분 여, 눈깜짝할 시간에 소멘이 완성돼 시식에 들어갖다. 차게 보관한 츠유에 야쿠미를 넣고 면을 담가 보았다. 츠유 안에서 면을 휘저어 입에 넣으려니 면에 야쿠미들이 붙어 있는 게 보인다. 일본식으로 후후륵 소리를 내면서 입안에 넣는 순간, 가다랑어포로 우려낸 츠유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세 가지 채소의 향은 혀를 자극한다. 마치 타이요리에서 맛본 듯한 강한 향이었다. 차가운 면과 츠유로 인해 목 넘김이 시원하다. 채소의 강한 맛은 식도를 타고 음식이 내려가는 느낌게 해 준다. 음식물이 위장에 도달 했을 때는 열이 나는 듯 식욕을 당긴다. 개인적으로는 동남아시아 요리를 좋아해 특유의 채소 향을 좋아하지만, 그러나 이 강한 향이 싫어할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여름철 일본 서민들의 음식 소멘은 소박하지만 건강을 지키려는 지혜가 엿보인다 이승열/©jpnews | | 고야찬플과 소멘. 여름철 일본 서민들의 즐기는 가정식 요리는 소박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쉽게 지치기 쉬운 여름을 슬기롭게 이겨내려는 듯 했다. 마지막 늦더이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하순이다. 식재료 구하기나 만드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이웃나라 여름나기 음식나기 음식만들기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야찬플과 소멘을 소개해준 가나가와현(神奈川県) 거주 야마자키 아이코(山崎愛子)씨,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