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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파워 블로그의 명과 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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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 칼럼]수면 위로 떠오른 일본 카피페 블로그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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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프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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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 인터넷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유명 블로그인 하치마키코(はちま起稿, http://blog.esuteru.com/)의 개인 신상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공개된 사건이었다.
하치마키코는 일본 내의 게임 정보 블로그 중 1, 2위를 다투는 곳으로 주로 특정 회사나 플랫폼의 게임에 대한 네거티브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로그다. 게임 이외에도 연예인이나 한국, 중국 등에 대한 네거티브 정보를 매우 과격하게 다루는 것이 특징인데, 특정 제품이나 개인에 대한 약점 공격과 인신공격을 일삼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하치마키코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하치마는 지난 5년여 동안 자신의 개인정보를 들키지 않고 익명으로 계속 블로그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결국 누군가에 의해서 개인 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번 일로 더 크게 문제가 된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이야기 되고 있던 블로그와 기업과의 결탁과 스텔스 마케팅, 그로 인한 고액의 어필리에이트(성과급형 배너 광고) 수입 등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치마키코는 어필리에이트만으로 연간 2,500만엔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블로그를 운영하는 S씨가 1990년생으로 21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경악한 이도 많았던 듯하다. S씨가 블로그 운영을 시작할 때의 나이가 17세로 고교 2년생 때라는 이야기인데, 일본 게임 업계는 이름 모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네거티브 공작에 휘둘려온 셈이다.
하치마키코의 영향력은 가히 파괴적이라고 할만하다. 하루 PV가 많은 날은 200만을 넘기고, 적은 날도 40만 이상은 나온다. 가히 포털 사이트급의 파괴력이다.
유명 블로거의 고수입은 일본에서는 이전부터 많이 화제가 되어왔다. 일본의 유명 블로그들은 한국의 상식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트래픽을 보여준다. 하치마키코조차도 블로그 전체 랭킹에서 2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본 내 블로그 전체 랭킹 3위인 ‘이타이뉴스(痛いニュース)’의 경우 월간 UV가 1억 정도이며, 이 중 스마트폰만 1000만 PV를 넘는다. 이타이 뉴스의 연간 어필리에이트 수입 역시 수천만 엔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봄에는 유명 블로그인 '야라레야쿠'를 함께 운영하던 3인이 내부 분열로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운영자 중 한 사람이 똑같은 형식의 블로그 '야라온'을 개설했고, 이 때문에 3명 사이에는 약 6억 엔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벌어져 큰 화제가 됐다.
이런 블로그들은 모두 일명 '마토메(정리) 블로그'라고 부른다. 혹은 '카피페(카피&페이스트) 블로그'라고도 한다.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이런 블로그의 콘텐츠가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닌 2채널의 특정 게시판을 긁어와서 정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채널은 완벽한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여전히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게시판이지만 시스템이 너무 낙후되어 있고, DB가 아닌 텍스트 파일 기반의 처리 엔진이기 때문에 검색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시스템의 낙후성을 파고들어서 만들어진 것이 마토메 블로그들이다. 특정 스레(게시판)를 리서칭해 자극적인 내용만 뽑아서 제목을 더욱 자극적으로 붙이고 특정 내용을 임의로 편집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트래픽을 높인다. 그리고 이런 트래픽은 그대로 배너 수익으로 치환된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2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블로거들이 공동구매나 기업의 후원 없이도 고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트래픽이 그 블로그 안에서 발생하고, 그렇게 발생한 트래픽에 비례해 발생한 어필리에이트 클릭에 대해 정당하게 대가가 지불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트래픽을 포털이 독점하고 있고, 블로그 서비스마저 포털 안에 편입 시킨 상태다. 사용자들도 대부분 포털에서 뿌려주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에 대한 트래픽은 대부분 포털 내부에서만 발생한다. 트래픽의 독점은 결과적으로 경제적 효과의 독점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런 관점에서 건전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익명 게시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마토메 블로그들이 카피&페이스트만을 일삼는데도 불구하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그들이 원소스로 사용하는 2채널의 게시판들이 100% 익명제이기 때문에 저작권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수년 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인 ‘전차남’ 역시 2채널의 한 게시판을 책으로 내면서 드라마, 영화, 만화 등으로 제작되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에도 출판사가 전차남을 이용해 사업을 전개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2채널에서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해서 누구나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명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하치마키코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변함 없는 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이상 이들의 네거티브 블로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멈출 수도 없고 말이다.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글 | 김상하(프리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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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1/22 [16:05] 최종편집: ⓒ jpnews_co_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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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님 글이 |
5923 |
12/01/22 [23: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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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피뉴스내에서 가장 읽을만 합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도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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