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이어진 1월 14일 오전, 도쿄 도 치요다 구 아키하바라 역 근처에 있는 신사 간다묘진(神田明神)에서, 냉수를 몸에 뿌리는 행사인 '간추미소기(寒中禊)'가 열렸다.
겨울 추위가 극심할 때(寒中 간추) 냉수를 몸에 뿌린다(禊 미소기).
여기서 미소기(禊)는, 한국의 목욕재계와 개념과 비슷하다. '미소기'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더러움이 있을 때나, 중대한 제사 및 종교의식이 있기 전 자신의 몸을 얼음물이나 폭포, 강이나 바다에 씻는 의식을 말한다.
▲ 120114 치요다 구 간다묘진(神田明神) 간추미소기(寒中禊) ©JPNews/이지호 | |
일본에서는 새해를 맞이해 그간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간추 미소기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서 남성은 일본의 전통 속옷인 훈도시를 착용하고 여성은 일본의 종교의식 등에 쓰이는 흰옷을 입으며, 맨발로 커다란 얼음물 수조로 들어가 냉수를 온몸에 뿌린다.
이번 간추 미소기는, 올해 성인이 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17세부터 70세까지의 40여 명이 참가했다. 그중에는 여성도 띄었다.
도쿄 23구에서 간추미소기 행사를 볼 수 있는 신사는 손에 꼽기 때문에 이날 많은 취재진과 관광객, 지역 주민이 모여 수조 주위를 몇 겹으로 에워쌌다.
이날 40여 명의 참가자는 간다묘진 신사 내를 한 바퀴 돌고 준비운동으로 몸을 데운 뒤, 차례로 얼음물 들어갔다. 정작 들어가는 이들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데, 관중 사이에서는 비명 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 추운 날씨에 훈도시 하나 입고 입수, 그것도 모자라 냉수를 몸에 끼얹다니.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시리다.
이날 최저기온은 3.1도였으나, 바람이 거셌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훨씬 낮았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이를 악물고 버티며 쉴 새 없이 자신의 몸에 얼음물을 뿌렸다. 일본말 '곤조(근성)'라는 말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런데 이들에게 문제는 물을 뿌릴 때가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차례가 끝나고 물 밖으로 나온 뒤가 문제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번에 3,4명씩 입수했고, 나머지 인원은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한번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그다음 차례를 위해 십수 분을 기다렸다.
거세게 부는 바람에 몸의 체온을 뺏긴 참가자들의 젖은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래도 한번 입수했다 하면 냉수를 거세게 몸에 들이부었다.
행사는 무려 1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참가자들은 미소기가 끝난 뒤 간단한 단체 운동을 하고 해산했다.
끝나고 옷을 입으러 뛰어가던 이를 한 명 붙잡고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오직 단 한마디, "너무 추웠어요"였다. 덜덜 떨면서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이를 계속 붙잡아둘 수가 없어서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추위에 떠는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그의 표정은 왠지 밝았다.
▲ 120114 치요다 구 간다묘진(神田明神) 간추미소기(寒中禊) © JPNews/이지호 | |
▶ [포토] 간다묘진 간추미소리(神田明神 寒中禊)
▲ 커다란 얼음이 담긴 수조. 신년맞이 미소기를 위해 설치됐다. ©JPNews/이지호 | |
▲ 훈도시 입은 미소기 참가자 ©JPNews/이지호 | |
▲ 냉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준비운동부터 ©JPNews/이지호 | |
▲ 간추미소기를 보려는 사람들도 북적북적 ©JPNews/이지호 | |
▲ 간추미소기(寒中禊) 시작, 줄 서서 차례로 입수 ©JPNews/이지호 | |
▲ 미소기 끝나고 마무리 운동 ©JPNews/이지호 | |
▲ 120114 치요다 구 간다묘진(神田明神) ©JPNews/이지호 | |
▲ 120114 치요다 구 간다묘진(神田明神) ©JPNews/이지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