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당인 민주당이 또다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치야마 아키라 총무 정무관 등 9명의 민주당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 내에서 다루토코 신지 민주당 간사장 대행에게 탈당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탈당서를 제출한 이유는, 민주당이 노다 요시히코 수상을 중심으로 소비세 증세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다 수상의 증세 노선이 "2009년 중의원선거에서 내건 민주당 정권 공약에 반하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노다 정권이 진행하는 소비세 증세 노선이 이어질 경우,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노다 정권 발족 이후, 민주당 내분이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또다시 탈당 소동이 벌어지고 있어, "현재 민주당 내 결속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민주당 분열의 징조"로까지 표현했다.
민주당 전 대표인 오자와 이치로 의원과 그를 따르는 의원들(친오자와계 의원)이 증세를 반대하는 한편, 노다 정권이 증세 노선을 걷는 한 이 같은 충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의 예산안을 살펴보면,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올해 각의결정된 90조 3천여억 엔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의 49%는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예산의 반을 빚을 내서 메운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올해 말 시점으로 일본의 총 국가 채무는 총 1,000조 엔을 넘어섰다. 아무리 일본 국채의 90% 이상을 일본국민과 기업, 은행이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같은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기형적 구조가 형성되는 데는 경기 침체, 악화로 인한 세수 감소, 그리고 노령화 사회보장비의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손꼽힌다. 또한, 전후 55년을 집권했던 일본 자민당이, 버블 경제 붕괴 이후 경기 부양책으로 대형 건설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국책 사업 및 감세 정책을 펼쳤던 탓도 크다.
오히려 이 같은 경기부양책으로 국채 발행액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일본 정부의 재정구조를 크게 악화시켰다. 일본의 장기적 경기침체가 시작된 90년대 초반 이후 국채를 포함한 공채 의존율은 크게 증가했고, 그대로 고착화됐다.
▲ 도표 ©삼성경제연구소 '재정적자 팽창과 일본경제의 미래' - 2008.9.23 | |
자민당 또한 이 같은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지지부진했다. 결과적으로 바통은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현재 일본정부는 국채의존도가 심한 국가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논란이 되는 소비세 증세를 중심으로 한 세제 개편, 그리고 연금 개혁 등을 통한 사회보장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산 내 국채 비율을 줄이고 세수를 늘리려는 것이다.
소비세를 1% 증세할 경우 얻게 되는 정부 수입은 약 2.5조 엔이다. 사회보장비는 한 해 예산의 25~30%에 달할 만큼 비중이 크다. 따라서 증세와 사회보장제도 개편을 통해 정부의 기형적 재정구조를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다.
문제는, 증세와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선거 전에 증세를 하지 않는 것은 정치계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차기 중의원 선거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제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나선다는 것은, 선거 전략에 관한한 잔뼈가 굵은 오자와 전 대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집권의 일등공신이 오자와 전 대표인 만큼 "어떻게 잡은 정권인데"라는 말이 나올 법한 일이다.
▲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 (c)Hiroki.Yamamoto/JPNews ©JPNews | |
더구나 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실현한 2009년 중의원 선거 당시 내걸었던 얀바댐 건설 중지 공약, 아이수당 공약 등 핵심 공약들을 잇따라 지키지 못했고, 이 여파로 최근 큰 폭의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내걸었던 공약이 잇따라 무산되는 와중에 감세 공약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당시 가지고 있던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한, 선택해야 할 이유'가 모두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래서 위기의식을 느낀 오자와계 의원들은 "민주당이 2009년 내세운 공약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라고 맹반발하고 있다.
간 나오토 전임 수상 재임 당시도 증세 노선에 반대하는 오자와계 의원들이 간 정권의 증세 노선을 반대하며 잇따라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초, 친 오자와 계열 민주당 의원 16명이 중의원 내 회파 이탈 선언을 한 가운데, 마쓰키 겐코 농수산성 정무관이 사임했고, 그리고 이후 사토 유코 중원의원이 탈당을 결심했다. 이들은 모두 친 오자와 계열 의원들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치야마 아키라 총무 정무관 등 당 내 소장파 의원 9명은 28일 오전, 민주당에 탈당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측은 탈당을 만류해보고자 탈당서를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그러나 탈당서를 낸 의원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 탈당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들 의원 9명은 민주당에서 제적된 마쓰키 겐고 중원의원과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치야마 정무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탈당 의사를 밝히며,"오는 자 막지 않는다. 야당 의원도 환영한다"고 언급, 누구든 신당 창당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연초에 신당을 구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 민주당 의원이 탈당해서 신당을 만든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의석을 지킬 수 있을지, 보장 또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민주당에서는 미래가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이들이 민주당을 박차고 나가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정치인은 철저히 정치적 계산하에 움직인다. 때문에 민주당이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서 집단 탈당 사태를 막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탈당사태를 좌시했다간 문제가 더욱 확대될 수가 있어,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오자와계 의원이 1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탈당 릴레이가 이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된다.
이 같이 사태가 악화될 경우, 노다 정권이 소비세 증세 건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안팎의 반대로 소비세 증세를 비롯한 세제 및 사회보장제도 개편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본 정부가 개혁을 미루는 사이, 국가 빚은 점점 늘고 재정 또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