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SM 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41)가 일본 버라이어티 방송에 처음으로 출연하여, 일본에서 케이팝이 성공한 이유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조목조목 일목요연하게 설명, 극우익 인사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등 많은 일본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니혼TV 금요 수퍼 프라임 '도코로, 산마의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누구인가 회의'라는 프로그램에서는 SM 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를 방송 게스트로 초빙해 SM의 전략을 들었다. SM의 초창기부터 SM에 헌신하며 지금의 SM을 일궈온 김영민 대표가 밝히는 SM의 전략은 무엇일까?
김영민 대표는 우선 케이팝 성공요인에 대해 철저한 교육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신인발굴과 육성"이라며, 연간 에스엠 오디션에는 30만 명이 참여하며 이 중 연습생이 되는 것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오디션, 트레이닝 비용만으로 연간 최소 2~4억엔(원화로는 30-50억원 정도)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
또한,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전부가 아님을 강조했다. 에스엠만의 독특한 합숙훈련을 통해 노래, 춤, 외국어 등을 철저하게 가르치며, 트레이닝 기간만 평균 3~5년. 동방신기는 무려 7년간의 연습기간을 거쳐 메이저 데뷔를 시켰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이런 육성시스템을 만들었는가.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은 매우 작은 시장,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시야에 두고 외국어 및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트레이닝 중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은 도덕 즉, 인성교육이었다.
천천히 단계를 밟으며 스타가 되거나 한 번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서며 스타가 되는 친구들은 괜찮을 수 있지만, 갑자기 스타가 되고, 아이돌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어떤 가치판단을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때문에 에스엠은 합숙 및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공요인 두번째는 철저한 현지 마케팅 조사였다.
김 대표는“(에스엠) 직원들은 절반 이상이 어떤 외국어든 하나 이상을 구사한다. 직원을 뽑을 때부터 외국어 하나는 꼭 할 수 있는 직원을 뽑는다. 그런 스탭이 자기 나름대로 한류가 어떤 나라에 적합할 것인지에 대해서언제나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며 일본의 경우도 현지 지사를 통해 철저한 분석 하에 진출이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예를 들면,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같은 곡이라도 한국판과 일본판은 일부러 다른 뮤직비디오, 다른 댄스, 다른 의상, 다른 헤어스타일을 만들었다. 이는 일본 니즈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일본 시장이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미디어 환경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방송노출도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녀시대의 경우, 처음부터 방송에 출연시킨 것이 아니라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발신하고, 이를 통해 일본 수요를 파악한 후 약 2만명 규모의 데뷔 쇼케이스를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해외 아티스트 데뷔 쇼케이스에 2만 명 동원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은 일본 미디어들이 알아서 달려들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소녀시대는 TV 노출 급상승 효과를 얻었다.
세번째 성공요인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최대한 이용했다는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 공개 등은 저작권과 민감하게 부딪히는 부분이 있지만, 에스엠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티스트 신곡을 전세계를 향해 동시에 공개했다. 유튜브 동영상 재생횟수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시장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하나의 자료로 삼았고, 그 전략을 통해 소녀시대 2만명 데뷔 이벤트나 올 6월 프랑스 파리 에스엠 패밀리 콘서트 티켓을 발매 4분만에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면, 케이팝이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왜 제이팝은 일본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일까. 프로그램 패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일본이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음악시장이 5천억이라 하고, 한국이 150억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아시아라고 해도 일본 아티스트가 굳이 한국 시장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20, 30분의 1인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넌센스한 이야기다. 때문에 (아시아 각국에 진출하고 싶어도) 시장 차이가 너무 큰 것이 일본 아티스트가 해외로 나가기 힘든 이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앞으로 포부를 묻는 질문에 "나는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큰 시장이 아시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서양권에서 봤을 때 케이팝, 제이팝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음악으로 뭉뚱그려 최대 시장을 이쪽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내년 우리 회사에서 일본인을 육성하여 일본어 가사로 일본에서 음반을 발매한다고 하면 이것은 케이팝인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세계 레벨의 훌륭한 프로듀서가 있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 아시아에 내놓는다면, 음원 1억 다운로드의 시대는 금방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루어지는 순간, 아시아는 세계 최고의 음악 시장이 될 것이고, 바로 그게 내 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무엇을 만들지는 누가, 어떤 전략으로, 세계 수준의 음악을 만드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 일본은 물론 아시아 각 국에 기회가 열려있음을 강조했다.
김영민 대표의 포부를 듣고 난 후 그 자리에 있던 패널들은 모두 그에게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토론 자리에는 사회자 외에도 일본 개그맨, 대중문화 평론가, 그 밖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찬성하고 위안부 문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극우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 씨도 참석했으나, 김영민 대표의 이야기에 내내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사쿠라이 씨는 김 대표의 이야기에 "똑똑한 사람이다", "포부가 크다"는 등 칭찬을 연발 했다. 오히려 일본 버라이어티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회자 아카시야 산마에 대해 "(당신) 개그는 일본 시장이니까 먹히는 것인지도 모른다"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김영민 대표는 어릴 적 부모님의 사업때문에 일본에 거주한 경험이 있어 매우 능숙하게 일본어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만일, 김영민 대표가 한국어로 아무리 조리있게 말을 했어도, 통역을 통했다면 일본인들이 이렇게까지 감탄하고 존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번 방송에 많은 준비를 한 듯, 막힘없이 모든 질문에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척척 대답했고,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방송이 방영된 후, 일본 시청자들도 김 대표의 의견에 크게 공감을 나타냈다.
방송 후, 인터넷 상에서는 몇 개의 커뮤니티 공간이 만들어지며 다양한 소감을 쏟아냈다. 공통적이었던 것은 김영민 대표 자체에 대한 호감과, 그의 말에 대한 공감이었다. 그가 구사하는 일본어에 감탄을 했고, 논리적인 이야기와 겸손한 말투, 호감있는 외모 등도 화제가 되었다.
아무리 반한류 생각을 가진 일본인이라도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출연이었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또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이런 훌륭한 수장이 있는데, 일본 상황은 어떠한가라며 위기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 방송시청중, 방송시청후 수많은 일본 네티즌들이 김 대표의 이야기로 토론을 벌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