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민감한 일본 젊은 여성들이 요즘 바닥에 착 달라붙는 플랫슈즈를 신고 다닌다. 일본의 한 패션전문가는 '구두 굽의 높이는 여자의 행복의 높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요즘 젊은 여성 반쯤은 행복지수가 2cm 미만일 듯 하다. 플랫슈즈 인기는 최근 몇 년간 강하게 불어닥친 헐리웃 셀레브리티 패션 따라잡기 영향도 한 몫했다. 일본 여성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패리스 힐튼이나 린제이 로한 등 패셔니스타들의 파파라치 컷에 종종 납작한 플랫슈즈가 등장하면서, '플랫슈즈 = 헐리웃 패션'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패션경향과는 별도로 지금 일본에서는 플랫슈즈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고 벗기 편한, 막 신을 수 있는 신발이 필요합니다. 너무 정신없이 나와서요" 3.11 대지진 발생후 가까스로 목숨만은 건져 피난소에 대피한 사람들은 당시 가장 필요한 물건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아닌 '신발'이라고 말했다. 쓰나미 당시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무 신발이나 신고 나오거나, 쓰나미에 휩쓸려 맨발이 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쓰나미에 집이며 건물들이 쓸려나가 길이 엉망이 되고 곳곳에 위험한 건물 잔해들이 산재해있어 운동화나 장화가 아니면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문에 피난민들은 제일 처음으로 "신발이 부족합니다"를 외쳤다.
3.11 대지진 발생이후, 매일 몇 번씩 찾아오는 강한 여진에 일본 열도가 떨었다. 일각에서는 도쿄를 강타할 도카이 대지진이 멀지 않았다고 예상했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은 신고 벗기 편한 신발, 편한 트레이닝복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2일 제이캐스트 뉴스에 따르면, 도쿄 니혼바시 미츠코시 백화점의 부인복 코너에는 바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 늘었다. 부인복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 상승했다. 명품의 거리 긴자에도 부인들이 편한 바지를 찾아 약 10%의 매출상승이 있었다고 한다. 신주쿠의 한 백화점에는 워킹 슈즈 판매량이 50%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 긴자의 마츠야 백화점에서는 플랫슈즈 매출이 50% 이상 상승했다. "신고 벗기 편하고 걷기도 편하지만, 회사에 출근하거나 데이트에도 신을 수 있는 플랫슈즈가 인기입니다" 백화점 담당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일본 여성복의 최신 트렌드는 몸에 꼭 맞고 불편한 옷보다는 넉넉하고 여유있는 스타일, 면이나 마 등 천연소재의 내추럴 계가 인기라고 한다. 이런 트렌드에 대해 일본 미디어는 "재해 후에 내추럴 계가 잘 팔리는 것은 위험과 불안을 느낀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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