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각종 나물종류, 무말랭이 김치, 시래기 무침을 먹어온 한국인들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요즘 일본 주부들 사이에서는 '말린 채소' 붐이 불고 있다고 한다.
말린 채소 붐은 올해 초부터 눈에 띄기 시작해 3.11 대지진, 원전사고를 겪고 나서 더욱 각광받게 되었다. 비상시에 저장식량으로 활용될 수 있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수납하기에 편리하고 수분이 날아가 맛이 응축되면서 영양소까지 풍부해진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말린 채소 붐을 이끈 주요 원인은 초보라도 손쉽게 도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핏 귀찮고 힘들어 보이는 작업일 수도 있지만 사용하고 남은 채소를 얇게 썰어서 물기를 빼고 빛이 좋은 날 몇 시간, 혹은 며칠간 건조시키는 것만으로 작업이 끝난다.
이렇게 말린 채소는 생으로 먹었을 때와 전혀 다른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어, 같은 재료와 비용으로도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어 더욱 인기다.
말린 채소의 장점은 정말 많지만, 우선 절약효과를 들 수 있다.
먹고 남은 채소를 틈틈히 건조시켜두면 버리는 식재료 양이 줄고, 음식쓰레기가 줄어든다. 또한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 재료를 고르고 다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물론, 한 번 건조시킨 채소는 익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조리시간을 단축시키고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절약효과 뿐만이 아니다. 무, 오이에 함유된 맛을 내는 알라닌 성분은 생으로 먹을 때보다 건조시켰을 때 더욱 맛이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골절 예방에 좋은 버섯 종류도 건조시키면 비타민 d가 100배나 늘어난다. 그 밖에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응축되면서 미네랄, 칼슘, 나이아신, 식이섬유 등 영양가가 높아진다.
최근에는 채소 뿐만 아니라 건조시킨 과일, 즉 '드라이 후르츠'가 20, 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배가 출출하다 싶을 때 설탕이 잔뜩 들어있는 과자나 사탕을 먹는 대신, 직접 만든 무공해 드라이 후르츠가 영양면이나 다이어트면에서도 좋기 때문이다.
건조시킨 채소, 과일이 젊은 여성들은 물론 주부들에게까지 폭넓은 인기를 끌면서 전용도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고도 간단하게 건조시킬 수 있는 음식전용 건조기부터 시작하여 빨랫줄 한 켠에 함께 널어놓을 수 있는 채소 건조 전용망 등이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5월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채소 건조망의 판매량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해 올해 3월에는 수요가 전년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서점에는 '채소 말리기를 추천한다', '건조채소 쿠킹', '건조 채소는 태양의 맛', '건조채소로 만드는 깊은 맛 레서피' 등 건조 채소를 이용한 각종 요리법을 담은 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이런 붐에 대해 일본 미디어는 대재해를 겪으면서 보존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 여름 선물로는 일찌감치 장기보존식품인 식료품 캔 제품이나 레토르트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이와 더불어 보존식품으로써의 가치가 높고 비타민이 풍부한 말린 채소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은 말린 채소라고 해도 수분이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잘 말려야하고, 되도록이면 너무 오래동안 보존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수용성 비타민 대부분이 파괴되어 비타민 c나 엽산은 줄어들 수 있어 말린 채소와 생채소를 적절히 섞어먹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