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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혼자서 양치질도 못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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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언제 가능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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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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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있습니까?”
“혼자서 양치질 할 수 있습니까?”
“혼자서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습니까?” 이런 질문에 “아니오” 라고 대답할 시각장애인은 없을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자기 집에서는 혼자서 화장실에 가고 양치질하고 옷 갈아입는 것이야 누구든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을 하면 안된다. 적어도 현재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려면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전 장애인들의 오랜 바람이던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실시되었다. 이 제도로 인해 그 동안 집안에서만 살아야 했던 장애인들이 밖으로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집안의 여러가지 필요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자립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실시 초기부터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시정해 가면서 조금씩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자격테스트 같은 것이다. 위 질문처럼 혼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고에 따라 활동보조 지원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 내용이 장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매우 불합리한 면이 많다. 사실 활동보조나 자립생활과 같은 개념은 영국에서 시작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이 개념들은 휠체어 장애인들로부터 시작된 바가 크다. 그래서 체크 내용이 휠체어 장애인의 특성에 맞도록 만들어져 있어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 같은 정보장애인들에게는 맞지 않는 면이 많다. 실제로 사업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이런 면을 알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이 단순히 거의 모든 질문에 “예’라고 대답을 했다. 결과는 이렇게 대답한 시각장애인들은 활동보조 지원 시간을 전혀 배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위에 여성 시각장애인 한 분은 심사를 위해 자신의 집에 찾아온 보건소 직원을 위해 커피 한잔을 타서 대접했다가 보조 지원을 전혀 배정 받지 못했다. 커피를 탈 정도로 익숙해졌으니 도우미가 필요없다는 것이 보건소 직원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 커피를 사기 위해 슈퍼를 가려면…? 장애인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 받으려면 동사무소의 신청을 하고 구청에서 이를 심사한다. 심사시 실제 장애인의 생활패턴이나 장애정도등을 고려해 활동시간이 배정되도록 되어있으나 말처럼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는 듯 하다. 단순히 장애 정도와 위 질문의 예라고 대답한 문항의 개수만을 가지고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 1급 장애인의 경우 대략 80시간 정도가 배정되는데 이 심사 과정에서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심사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이는 아직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복지 서비스를 마치 국가나 담당 공무원이 시혜적으로 베풀어 주는 것으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얼마전 아내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이제 갓돌을 넘긴 아들이 걱정되었다. 도쿄 수돗물에서 미량이지만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당분간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에 가있기로 했다. 그래서 한국에 조그만 월세를 하나 얻어 아이와 아내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전맹의 시각장애인인 아내가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려면 아무래도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동사무소에 신청을 하고 심사를 기다렸다. 그런데 느닷없이 보건소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해서 “어제가 심사 마감일이었으니 이번 달엔 심사가 안되고 따라서 서비스도 한달 더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면서 “어제 전화 했는데 왜 안 받았어요?”라며 마치 그 서비스가 한달 연기되는 것이 아내의 탓인양 몰아 붙였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전화가 오지도 않았고 핸드폰엔 기록도 없었다. 더욱이 그 심사를 위한 날이 단 하루였다. 보건소 직원이 바쁘다며 자신이 심사를 할 수 있는 날에 전화를 안 받았으므로 서비스가 한달 지나도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아내로서는 아주 난처하고 황당한 일이었다. 전화가 오지도 않았고 설사 왔다고 해도 무조건 공무원이 정한 날에 장애인이 맞춰야 한다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 장애인은 개인시간도 없고 사회활동도 안한단 말인가?
이렇게 ‘심사’를 한다는 것이 장애인에게 어떤 경우에는 인간적인 모멸감마저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적은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오히려 예산의 낭비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우선은 심사를 통한 활동보조 시간 배정이다. 대략 배정시간은 1급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80시간이 기준인 듯하다. 그 정도에서 개인의 상황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거나 하면 추가로 시간이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시간을 사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이나 생활패턴은 모두 다르다. 실제 배정 받은 시간을 전부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실제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런 평가법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의 질문에서 ‘예’나 ‘아니오’의 대답만으로 시간을 배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배정받은 시간을 전부 소비하지 못하면 12월에 인도에 보도블록을 갈아치우는 것처럼 무조건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배정 시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자연 장애인과 활동보조인(도우미)간의 암묵적인 거래가 이루어진다. 대충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약속하고 국가 예산을 나누어 먹는 일도 벌어지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심사, 그러니까 서비스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간 배정이 아니고 장애인이 요구하는 시간을 대부분 인정해 준다면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예산 형편으로는 어려울 지 모른다. 더욱이 mb 정권들어 복지 부문 예산은 엄청 줄었으니 더욱 더 그러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장애인이 원하는 시간을 거의 다 서비스 시간으로 인정해 주면 오히려 예산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감히 나는 생각한다. 실제 내가 일본에서 겪어보니 그랬다. 내가 처음 일본에 와서 활동보조서비스(일본에선자립생활서비스)를 신청했다. 물론 구청에서 담당 공무원이 나와 심사를 위한 절차는 우리나라와 같았다.(우리나라의 제도가 일본 제도를 그대로 모방했으니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한국에서의 문화가 익숙해서 그런지 반이상 깎일 각오로 내가 원하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의 배정을 요구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은 그 시간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러고보니 나중에 실제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이 엄청 많았다.(실제 배정 받은 시간의 20%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한 듯 하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괜시리 많은 시간을 요구한 것이 후회되었다. 1년에 한 번 갱신을 하는데 내년에는 아예 시간을 배정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러나 그야말로 기우였다. 서비스 시간은 언제나 내가 요구하는만큼 배정된다. 그러고보니 쓸데없이 무리하게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 없다. 언제든지 나의 생활의 패턴이 바뀌면 시간의 증가나 감소를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서비스의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가장 서비스를 필요로 할 때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사를 해서 구청이나 관공서를 가장 많이 들락거릴 때 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이번에 한국에서 전입신고와 활동보조서비스 신청,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한 지원금 신청 등을 할 때 아직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못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아내가 혼자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 물론 동사무소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매우 친절한 분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이럴 때 임시라도 활동보조인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면 매우 편리했을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이사를 하여 아직 낯선 곳에서 적응이 안되었을 땐 미처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했을 때라 아쉬움이 생긴다. 이럴 때를 대비한 서비스를 만들면 '좀 더 섬세한 부분까지 원래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가지곤 한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는 생활에 불편이 있는 장애인에게 국가나 공공부문이 그 불편함을 해결해 주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면 서비스의 내용도 실제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모아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서비스의 공급을 맡고 있는 기관(대개의 경우 복지관이나 자립생활센터)의 편의에 맞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80시간을 배정받더라도 필요한 요일이나 하루에 필요한 시간을 장애인의 생활패턴에 맞춰 요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도우미의 일정이나 여건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사업이 진정 장애인을 위한 사업이 되려면 언제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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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5/28 [09:51] 최종편집: ⓒ jpnews_co_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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